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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Jun 02. 2020

나는 유튜브로 인생 멘터를 만났다

나이 서른다섯에 '멘터'가 아닌 '멘티'가 된다면 무슨 느낌일까. 내가 딱 그랬다. 난 나이 서른넷에 두 번째 이직을 했다. 몸 담은 업종이 바뀌면 불편함이 하나 따르는데, 바로 기존의 멘터들이 주위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전 조직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 조직에 속한 멘터들을 못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나처럼 업종이 바뀌는 경험을 가진 멘터가 주위에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이직의 불편함이 바로 이것이다.


난생처음 겪는 조직 문화, 업무, 인간관계에 고민이 쌓일 때마다 이걸 해소해줄 사람이 없는 게 참 답답했다. 아는 사람 많이 없는 거대한 조직에 나 홀로 경력사원으로 지내는 것에 대한 걱정을 누군가는 들어주고, 또 조언을 해주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와중에 난 유튜브에서 인생 멘터들을 만나게 됐다. 사실 유튜브 채널을 보면 직장인들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는 채널이 적지 않은데, 그런 채널을 쭉 보다 보면 꼭 개인 상담을 고 싶은 단골 채널이 있게 마련이다.


직장인에게 조언을 해주는 한 유튜브 채널. 본 글과 무관합니다.

단골 채널의 운영자가 내 멘터가 되는 이유는 사실 이성적인 이유에서인 걸 수도 있고, 감정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내 궁극적인 목표의 커리어를 가진 사람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과거 직장 생활 시절 따뜻했던 상사와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들게 되는 것이다.


나는 멘터가 되어주길 바라는 선배 뻘 채널 운영자 분에게 정중하게 댓글로 이메일 상담 요청을 했다. 이 분들은 친절하게 해주는 편이었다.


물론 이들의 답이 항상 정답 아니었지만, 대개는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나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답변을 주곤 했다.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말이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이 '유튜브 멘터'들의 답변이 실제 내 주위 선배들이 주는 조언에 비해 만족도가 200~300%가량 높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내 주위 선배들은 어쨌든 내 인간관계에서 만들어진 '제한된 선택'일 수 있지만, 유튜브라는 공간은 넓고 넓은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어진 나의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결국 유튜브는 내가 온라인 멘터와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된 것이다.


인생 조언을 해주는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역시 본 글과 무관합니다.

그러니 내가 희망하는 커리어와 맞닿을수록, 채널의 성향이 나와 맞을수록, 더 질 높은 조언과 답변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사실 이 분들 입장에서도 난생 처음 본 직장인이 인생 상담을 요청하면 뜬금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진심 어리고 정중한 상담 요청, 그리고 자신의 채널에 대한 꾸준한 내 관심이 이들의 답변을 이끌어낸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온라인 공간이 활성화될수록 우린 수많은 사람과 쉽게 교류할 수 있다. 그리고 때때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은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조언을 줄 수도 있다.


아무리 온갖 정보가 범람하는 온라인 사회라지만, '유튜브 멘터'들과의 소중한 만남 제공만큼은 최소한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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