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났다. 최근엔 30대 중후반대인 내 또래의 옛 언론사 동료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하는 얘기는 비슷했다. "시대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10여 년 전 내가 언론고시를 준비할 땐 왜 언론사 입사 시험을 언론'고시'라고 부르는지 체감할 정도였다. 지금도 경쟁률은 비슷할 순 있겠지만, 말 그대로 알려진 언론사에 입사하는 것이 바늘구멍에 낙타가 통과할 정도였으니깐.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프로그래밍이나 ESG 직군, 그리고 기타 전문직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거 같다. 종종 학과 연구실에 놀러갈 때면 '기자지망생'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10년 전이면, 못 해도 경제학과면 몇 명은 있기 마련일텐데.
시대의 변화가 있다면 개인(과 역량)에도 변화가 생겨야 하는데, 사실 그게 쉽지 않다. 나를 비롯해 글 쓰기와 취재가 주 역량이었던 옛 언론사 동료들은 새로운 역량을 쌓기엔 이젠 가정을 꾸리는 나이라 여유가 잘 나지 않고, 그럴 여유가 있더라도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타 직군들이 세고 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직종 전환은 꿈꾸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우린 아예 나이가 든 것도 아니지만, 아주 젊은 것도 아니니깐.
그럼에도 내가 내 나름의 조언을 꺼낼 때가 있다. 우리 모두는, 최소한 힘들게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시절이 있다. 또는 꼭 언론사 입사가 아니더라도 금융공기업, 대기업 입사, 혹은 그 무엇의 취업 역량이 필요했든 간에, 과거 우리는 우리만의 성공 방정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10여 년이 지나 우리는 (누군가는 "낡다"고 폄하할 수 있는) 나이, 가정 등 여러 달라진 조건 하에 놓여 있지만, 결국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건 과거 우리의 성공 방정식, 즉 위닝 멘털리티를 새로운 조건에 적응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기자와 연구자를 비유해보자. 가만히 보면, 연구와 취재는 닮은 점이 꽤 있다. 가설을 세우고(취재 메모), 문헌 연구를 하며(취재), 치밀한 논리 구조 끝에 글을 쓴다(기사 작성). 모든 독자에게 호응을 받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연구(취재 활동)를 하며 이름 석자를 걸고 논문(기사)을 쓴다. 물론 연구를 하기 위해선 방법론과 수리적인 측면에선 반드시 익히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 있지만, 요지는 우리의 옛 역량 그 무엇도 버릴 것이 없다는 얘기다.
또 한번의 10년이 지나면, 그때는 그때의 시대 변화가 있을 거다. 어쩌면 10년 전의 역량이든, 지금의 역량이든 그때의 시대상과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현대 직장인의 성공 방정식, 즉 위닝 멘털리티는 계속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낡은 관습과 제도에 머물지 않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지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