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희 <궁 외전 – 별신의 밤> 배경지 안동 하회마을

by 서찬휘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유명한 곳일수록 의외로 속을 잘 모른다. 너무나 유명해 다 안다고 생각했던 작품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새로 발견할 수 있다. 지역 홍보용으로 제작된 기획 만화가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고, 그 무대가 이렇게 새로워 보일 수 있을 줄 몰랐다. 국민 만화의 반열에 올랐던 <궁>의 외전과 그 배경지인 안동 하회마을 이야기다.



08_부용대_하회마을전경.jpg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전경. 작중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


<궁 외전 – 별신의 밤>은 안동시와 경상북도가 지원하고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웹툰콘텐츠제작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된 브랜드 웹툰, 다시 말해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획성 웹툰이다. 해당 지원사업은 2013년부터 안동을 소재로 한 웹툰을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궁 외전 – 별신의 밤>에 앞서서는 주호민 작가의 <제비원 이야기>가 이 사업을 통해 제작되었다. 이후로도 류성곤 작가의 <별신마을 각시>, 말랑멜로우/채덕 작가의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등이 제작된 바 있다.


그 가운데 <궁 외전 – 별신의 밤>은 일찍이 2000년대 중반 대 흥행을 이끈 바 있는 <궁>의 사이드 스토리로 제작되어 능청맞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원작과 안동의 이야기를 엮어 놓고 있다.


연재 당시는 물론 TV 드라마화로 큰 흥행을 구가했던 만화 <궁>은 우리나라가 해방 후 민주공화정이 아닌 입헌군주제를 채택했다는 설정 위에서 펼쳐지는 로맨스다. 평범하다 못해 본능에 충실하고 단순 일직선인 여고생 신채경과 왕세자 이신은 친구 사이였던 서로의 할아버지들이 장난스럽게 교환한 약혼반지로 말미암아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졸지에 정혼자가 되어 있었고 결국 국혼을 치르며 부부가 된다.


고등학생밖에 안 되는 나이에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잘 맞지 않았던 두 사람이 본의와는 상관없이 혼례부터 치르고 난 상황에서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또한 이신이 앞서 좋아했던 여자 ‘효린’과 채경이를 좋아하는 계승 서열 2위 ‘율’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인물간의 미묘한 갈등은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인가-가 작품의 주요 뼈대다. 실상 신데렐라 로맨스의 전형적 구도지만, 이 모든 구도를 궁궐을 무대로 펼쳐지는 왕족의 이야기 속에 풀어낸 점이 결이 다른 실감을 자아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나라는 왕정을 비교적 근시일까지 겪었고 그 문화와 흔적이 지금까지도 곳곳에 진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궁>의 외전인 <별신의 밤>은 28권에 달하는 긴 이야기 가운데 신과 채경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신혼 초기에 있었던 일화라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시점을 원작의 초반으로 설정한 까닭은 <궁>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도 간단한 안내 정도만으로 외전에 진입시킬 수 있으리라는 계산 때문이었으리라. 혼인 후 두 달 정도나 지났을까 싶은 시점, 둘이 떠나는 첫 휴가의 목적지가 제주에서 느닷없이 안동 하회마을로 바뀌었다. 왕세자 부부는 황당해 하지만 임금은 ‘비밀 프로젝트다’라는 말 한 마디만 던지고 떠밀 듯 둘을 안동으로 떠나보낸다. 그런데 하회마을에 도착한 둘을 기다리고 있던 건 의례적 환영 인파와 의전 행렬만이 아니었다. 둘 앞에 나타난 인물 가운데 ‘허윤성’이라는 청년이 있다.


앞서 부왕이 말한 비밀 프로젝트란 바로 고려 시대부터 내려온 하회탈 열네 종 가운데 망실되어 현재에 이르러서는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석 종을 왕실의 지원을 받아 복원하는 것이고, 허윤성은 이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천재 장인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허윤성을 본 채경은 어쩐 일인지 얼굴을 보자마자 마음이 아파오는 걸 느낀다. 한데 한 술 더 떠 허윤성도 채경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기다려 왔습니다, 빈궁마마” 이상한 첫 만남 이후 뭔가 알 수 없는 과거의 기억 같은 장면을 꿈에서 보기까지 한 채경, 그런 채경을 기다려 왔다는 윤성. 대체 이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려 하는 걸까?


03_궁_외전_별신의밤_만화.png 만화 <궁 외전 - 별신의 밤>



허 도령 설화와 하회 별신굿 탈놀이


<궁 외전 – 별신의 밤>은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 쓰이는 하회탈과 얽힌 ‘허 도령 설화’를 소재로 삼아 <궁>의 주요 인물과 허도령 설화의 주요 인물을 전생이라는 설정으로 절묘하게 엮어놓은 브랜드 웹툰이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 속 캐릭터들임에도, 심지어 잘못 쓰면 매우 유치해지기 십상인 ‘전생’ 설정으로 엮어놓았음에도 꽤나 능청맞게 극을 완성해놓아서 되레 유쾌한 맛이 있다. 게다가 브랜드 웹툰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게 각종 정보를 많이 배치해놨지만 대놓고 홍보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허도령 설화는 하회탈의 유명도에 비해 의외로 덜 알려진 면이 있는데, 그 내용이 <궁 외전 – 별신의 밤> 속에 잘 언급되어 있지만 조금 더 정리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은 하회마을이 풍산 류 씨가 모여 사는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에 앞서서는 안 씨, 그보다 더 앞서서는 허 씨가 살았다고 한다. 허 씨들이 하회마을에 터를 잡고 살던 시기, 마을에 가뭄을 비롯한 재앙이 계속해 닥쳐 마을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허 씨 성을 지닌 도령의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이 재앙은 마을을 지키는 서낭신의 노여움 때문이며, 네가 탈을 만들어 춤을 추면 마을이 평온해질 것이나 탈을 만드는 일을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일렀다. 이에 따라 허 도령은 금줄을 치고 매일 같이 목욕재계를 하며 탈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한데 허 도령을 사모하던 처녀가 허 도령을 보고픈 마음을 참지 못하고 금줄을 넘어 방을 엿보았고, 마지막 탈을 깎던 허 도령은 별안간 떨어진 벼락과 함께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처녀는 이에 죄의식을 견디지 못해 벼랑에 올라 몸을 던진다.


이 때 허 도령이 마지막으로 깎다 미완성으로 남긴 탈이 ‘이매’로, 하회탈 가운데 유일하게 턱이 없다. 꿈에 나타난 게 산신령이 아닌 서낭신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처녀가 놀라 도망치다 실족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로 ‘계시를 받고 탈을 깎던 허 도령의 죽음’과 ‘미완성한 이매탈’ 그리고 ‘금기를 어긴 처녀의 죽음’이라는 세 가지 중심 뼈대는 동일하다. 그리고 <궁 외전 – 별신의 밤>은 현재까지 전승되어 오는 세태풍자극 ‘하회별신굿 탈놀이’와 탈에 앍힌 설화를 소재로 삼아 <궁>이라는 ‘이미 라이벌까지 탈락시켜가며 완결을 맺은 로맨스’에 완전히 새로운 삼각관계를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한다. 설마하니 <궁>으로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로맨스를 만들어낼 줄은 몰랐던 터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재미가 있다면 아무려면 어떤가.


15_이매탈.png 작품의 모티브가 된 가장 중요한 탈, 이매. 안동 세계탈박물관에 보관 중



만화 따라 하회 마을 둘러보기


<궁 외전 – 별신의 밤>은 이야기의 짜임새와 개그로도 옛 <궁> 독자에겐 팬서비스를, <궁>을 몰랐거나 들어만 봤던 사람에게도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대가 되는 하회마을의 구석구석을 이야기 위에 내세우지 않고 적절히 잘 보여주는 점이 작가의 역량이라 하겠다.


하회마을은 말 그대로 강물(河)이 마을을 돌아드는(回) 마을이다. S자로 굽어드는 낙동강 줄기로 말미암아 어느 쪽으로 가도 물과 물 건너편 지대가 만들어내는 수려한 풍경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좀 더 마음에 드는 건 이곳이 ‘박제된 민속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관광지화하면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숙박 업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긴 하나, 비교적 많은 가구가 양반집은 양반집대로, 서민집은 서민집대로의 옛 모습을 유지하며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북쪽에서 태풍이 덮치기 직전 몰고 온 비바람을 뚫고 달려 내려간 하회마을 위의 하늘은 실로 기적 같을 만큼 맑았고 그 덕에 사진에 담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니터 바탕화면감이었다. 그 중 작중 등장하는 포인트를 중심으로 보자면, 허 도령을 사모하던 처녀가 허 도령이 피 토하고 죽은 뒤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 절벽이라는 부용대를 첫 머리에 꼽을 만하다. 허윤성이 탈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전생의 원한을 갚기 위해 채경이를 데려가는 마지막 결전 장소로 등장하는데, 낙동강 건너편의 절벽 꼭대기에서 하회마을과 마을을 휘감는 강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나는 대체로 전체를 조망한 후 세부를 살피는 편인지라 마을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부용대를 처음으로 삼았다.


04_부용대_정면.jpg 부용대
05_부용대_나룻배.jpg 나룻배. 현재는 운행 중지 상태로 전통 방식인 섶다리가 놓였지만 2020년 홍수로 떠내려 가고 말았다.

부용대로 가는 방법은 둘이 있는데 하나는 모래사장에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마을 입구에서 나가 차를 타고 돌아 들어가는 방법이다. 나룻배는 사설로 운영하는 것이고 운행을 안 할 때도 있다는데 다행히 내가 갔을 때엔 운행을 했다. 실제로는 모터엔진으로 움직이지만 목선으로 강을 건너는 기분이 꽤 호젓했다. 가격은 왕복 4천 원이다.


강을 건너 10여 분 정도 산행을 하면 부용대 꼭대기에 닿는데 한 눈에 하회마을을 담은 순간 나는 그야말로 이 한 장면을 보려고 여기 왔다는 기분이 들 만큼 포만감이 들었다. 같이 배를 타는 바람에 등산과 하산 일정을 함께 했던 서울 송파의 일가족 분들에게 듣기로는 드라마 <황진이>에서 황진이(하지원 분)의 스승 임백무(고 김영애 분)가 마지막 춤사위를 펼치다 떨어져 죽은 곳도 이 부용대라고 한다. 부용대 아래에는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하고 영의정으로서 임진왜란을 극복하는 데에 공을 세운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진왜란 전후를 기록해 후환에 대비하자는 뜻으로 <징비록>을 쓴 옥연정사, 그리고 지역 유림들이 류성룡 선생의 형인 겸암 류운용 선생의 학력을 흠모하여 선생의 위패를 모시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었다는 화천서원이 있다. 화천서원은 현재 공사 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다시 나룻배를 타고 마을 쪽으로 돌아오면, 모래사장 저편에 펼쳐진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류성룡 류운용 형제가 풍수상 부용대의 거친 기운을 누르고 북서쪽의 약한 기운을 보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어 조성했다는 만송정이다. 작중에서는 부용대 건너편을 바라보는 장면에 등장한다. 조성 당시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라지만 빼곡한 소나무가 자아내는 풍경은 한여름 더위를 가시게 하는 운치를 자랑한다.


만송정을 지나 마을로 들어오면, 역시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삼신당 느티나무로 향하게 된다. 작중에서 채경이가 이신을 향한 소원을 빌어 오해를 낳는(?) 이 나무는 하회마을에 풍산 류 씨를 이끌고 하회마을에 들어왔다는 류종혜가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월대보름에 제를 올리는 곳으로, 하회 별신굿 탈놀이가 이곳에서 시작된다. 600살쯤 된 나무답게 어마어마하게 큰 데 비해 나무를 두른 담장이 너무나 좁아 전체를 사진에 담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삼신할머니를 모셔놓은 곳답게 소원을 적은 종이가 나무 주변을 실로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나도 가족의 풍요를 빌며 종이를 매놓고 왔는데 깜빡하고 복전을 던지질 않았다.


삼신당 신목 옆에는 작중에서오찬과 하회 별신굿 탈놀이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오는 북촌댁(화경당) 뒤뜰이 있다. 북촌댁 안으로는 들어갈 수는 없었는데 겉으로만 봐도 굉장히 웅장한 규모였다. 참고로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탈춤 공연장에서 1~2월 매주 토/일, 3~12월 매주 수/금/토/일 14시에 진행된다고는 하나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이 시간을 살짝 비껴 도착하는 바람에 관람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작중 허윤성이 전생의 기억에 시달리다 수업까지 빼먹고 열병처럼 달려갔다가 탈 제작에 뛰어드는 계기가 된 곳이 바로 탈 박물관이다. 하회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하회탈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각지의 탈과 세계의 탈들을 한 데 모아놓은 곳으로 이름도 ‘하회 세계 탈 박물관’이다. 하회마을에 들어가려면 이곳을 지나 입구에서 어른 기준 5천 원을 내고 입장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 입장권으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셔틀버스와 탈 박물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입구에 서 있지만 가급적 하회마을에 일찍 도착해 둘러본 후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 나와 탈 박물관에 들르길 권한다.


생각 이상으로 소장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전시 수준과 설명의 충실도도 높은 편이어서 정말 공부가 된다. 8천 원짜리 도록을 구입하면 전시 내용을 다시 읽을 수 있기는 하나, 입체인 탈이 뿜어내는 생동감은 사진으로 보아 왔던 것과는 뭔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으레 전시물을 ‘관람’하는 박물관에서 전에 없는 에너지를 느낀 게 기분 탓만은 아닐 듯했다. 기대를 안 했다가 예상치 못하게 굉장히 긴 시간을 쓸 정도였는데, 하회마을 여행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그 외에 볼 만한 곳


작품 속에서는 딱히 언급되지 않으나 충효당을 빼놓으면 아쉽다. 서애 선생은 초가에서 조용히 삶을 마감했는데, 선생의 덕을 추모하여 건립하고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라는 생전 가르침을 따라 지어 올린 이름이 충효당이다. 이곳에는 서애 선생의 유품 등을 모아놓은 전시관도 있는데 징비록을 비롯한 저술부터 원석 갓끈 등 개인 물품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충효당과 그 안의 유물전시관은 하회 별신굿 탈놀이와 더불어 하회마을을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서애 선생의 자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당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하회마을에 방문했을 당시 심은 구상나무가 서 있기도 하다.


한편 작중에는 안동의 대표적인 서원 두 곳이 모두 언급된다. 한 곳은 ‘해동주자’ 퇴계 이황의 자취가 어린 도산서원, 그리고 서애 류성룡이 후학 양성을 했던 병산서원이다. 한데 도산서원은 같은 안동에 있기는 하나 하회마을과는 찻길로도 50km는 떨어져 있다. 만약 하회마을을 중심으로 서원 딱 한 곳을 골라서 보고 싶다면 병산서원 쪽을 선택해 봄직하다. 물론 차 안 다니는 유교문화길로는 1시간여 정도 만에 닿을 수는 있다고는 하나 찻길로는 돌아돌아 26km쯤 되는데다 심지어 서원 근처는 땅만 골라놨을 뿐 비포장길이고 주변에 딱히 편의시설도 없어 접근과 이용이 다소 불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서원 건너편에 서 있는 병산 절벽의 자태를 보노라면 이동하느라 쌓인 불만이 사라진다. 개방시간은 18시(동절기 17시)까지인데 조금 지난 저녁 무렵에 이르러 달이 절벽에 걸리는 풍경까지 만나니 없던 시심이 절로 솟는 기분마저 들었다.


하회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역시 작중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곳이 월영교다. 안동댐 근처에 자리한 국내 최장 목조 교량으로, 2003년 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에 있던 월영대를 옮겨온 인연 등을 참고로 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밤에 만난 월영교는 말 그대로 야경을 만끽하기에 좋은 다리였지만, 무엇보다도 이 지역에 살았던 이응태 부부의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건축물에 담아낸 스토리텔링이 재밌었다. 1998년 택지 정리차 묘들을 이장하던 중 이응태라는 이의 묘에서 발견된 아내 ‘원이 엄마’의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지은 미투리가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의 애절한 마음을 주제로 삼아 다리와 길을 조성했다는 점은 웹툰 제작 지원과 더불어 문화에 대한 안동시의 이해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안동을 떠나기 전 볼만한 곳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24_병산서원_3.png 병산서원 만대루. 일반인은 올라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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