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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꽁치 Jan 17. 2017

따뜻한 온도의 시간들

낯선 것들이 건네는 위로


    발령 난 남편을 따라 마산에 내려온 지도 어느새 9개월쯤 접어들었다. 이제는 혼자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도, 집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일도 제법 익숙해졌다. 경계심 가득 한 채로 걸어 다니던 지난여름과 달리 두리번거리며 잘도 돌아다닌다. 나는 이 곳에서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지나온 여름과 가을의 풍경도 참 좋았지만, 나는 이 곳의 겨울이 참 좋다. 코끝 시리게 추운 바람에도 햇볕에 반짝이는 오후 두, 세시 경의 풍경이 좋고, 별들이 가득 수놓아져 있는 밤하늘의 모습도 좋다. 어제도 침대에 먼저 누운 남편에게 이불 꼭 덮고 있으라고 말하고는 굳이 침대 방 창문을 활짝 열고는 한참이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별들인데 열댓게는 족히 되었다. 서울 하늘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터라 밤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는 호사를 누린다.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일은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과는 또 달라서 쉽지만은 않았지만 적응하는 시간을 지나던 내게 곳곳에 숨겨진 작은 것들이 위로가 되어주었다. 낯선 것들에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낯설기만 했던 것들은 나에게 익숙해진 것들이 되어갔고, 나도 모르는 새 익숙해진 그것들로부터 크고 작은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낯설기만 했던 이 곳에 이제는 제법 좋아하는 산책코스도, 좋아하는 풍경도, 자주 가게 되는 식당도, 카페도 하나 둘 늘어갔다. 따뜻한 추억이 듬뿍 담긴, 익숙한 곳으로 하나 둘 따뜻하게 물들어져 가는 이 시간들이 감사하다. 하나 둘, 이렇게 따뜻한 온도의 시간들로 물들여져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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