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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영 Oct 10. 2022

D-Vellup

보스턴 5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은 코플리 역이다. 호텔 건물을 나와 길 하나 건너면 보스턴 공립 도서관이었고, 도서관 정문을 지나 모서리를 돌면 코플리역의 출구가 있다. 하지만 난 지하철을 이용 시 코플리역으로는 한 번밖에 안 갔고 다음 역인 하인즈 컨벤션 센터역으로 갔다. 하루 계획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2분 거리의 코플리역에서 안 내리고 하인즈 컨벤션 센터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10분이 넘게 걸어왔다. 코플리역에서 내리면 각종 학회와 행사로 컨벤션에 참석하기 위해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주로 보인다면, 하인즈 컨벤션 센터역에서는 책을 들고 백팩을 멘 사람들, 혹은 기타를 메고 팔에 악보를 한가득 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인즈 컨벤션 센터역을 나오면 큰길 건너에 버클리 음대가 정면에 있다.


  대학교 4학년  힙합 동아리로 활동을 했었다. 고등학교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노래방 가면  파트를 종종 맡고, 그저 즐겨 듣는 정도였지  힙합에 있어서 힙합의 ‘ 몰랐다. 그냥 마음에 드는 노래를 듣는 거지, 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힙합 음악을 하겠다는 동기와 뒤늦게 친해지면서  친구와 함께 작업하던 타과 선배가 만든 힙합 동아리를 들어가게 됐다.  힙합에 대해 아는  없지만, 특별한 우연  번으로 동아리장이었던  타과 선배와도 친해졌고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지 않겠냐는 그의 제안에 들어가게  거다. 내게 맡겨진 부분은 공연 촬영과 sns 홍보였다. 실질적으로 하는  회의 같이 하고, 공연할  같이 다니면서 영상과 사진 자료를 남기고, 저녁을 같이 먹고 뒤풀이를 같이 하며 동아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시간을 나누는 . 특정 공동체 안에 있다 보니 난 애정이 많이 생겼었는데 힙합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고, 노래도 많이 모른다며 내가 같이 활동하는  못마땅해하고 있던 허세 가득한 어린 동아리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비딱함과 상관없이 어찌 됐든  역할은 분명하게 있었다. 그들과 함께 즐기며 응원하는 . 힙합 지식을 바탕으로 서로를 평가하려고 모인 곳이 아니라 즐겁게 무언가를 함께 하려고 모인 곳이었고  시간들은 꽤나 값졌다. 음악의  장르로 모인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배우며 그들의 열정을 가까이에서 보는  생각보다 강한 에너지가, 좋은 영향력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일이었다.


  그때 같이 동아리 활동했던 사람들은 현재  각자의 시간으로, 각자 나름의 길로 흩어져 있지만 그중에서  동기와 동아리장 선배는  가까운 지인으로 지내고 있다. 지인이라 부르기엔 서운  만큼 이제는 나와 너무나도 가까운 친구들이다. 그들은 그때보다  열심히 현실에 맞서며 한결같이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다. 음악도 결과물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시간을 통과하는  생각보다 힘겨운 일이라는   쓰는 입장이 돼보니 알게 되었다. 금방 툭하고 내놓을  없는 결과물에, 길어지는 과정의 시간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욕심으로 인해 혼자 지쳐서 나태해질 때면  둘을 보며  열정을 다시 불태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그랬듯이 그들도 나를 응원할 때면  응원이 부끄럽지 않도록 글을 이어나갈 의욕이, 다시  외로운 시간에 맞설 힘이 생긴다.


  지하철을 탄 첫날 이후로는 항상 하인즈 컨벤션 센터역을 이용했다. 역에서 나와 길 건너에 버클리 음대를 두고 신호가 5번 바뀔 때까지 길을 건너지 않고 멈춰 서 있다 오기도 했었다. 그냥 잠시 서서 아직 불 꺼지지 않는 창문도 바라보고, 건물을 나오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구경했다. 그 사람들은 길을 건너 역으로 내려가고,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다시 학교로 들어가고. 음대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대학교 시절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그 동아리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활력 넘치고 용기가 솟던 내가 존재했던 그 시간. 보스턴에서 거의 매일 저녁, 깜빡이는 신호에 길을 건너올 때면 예전의 나를 다시 끌어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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