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6
보스턴에서 마지막 날, 아빠는 로웰을 갔다 올까 물으셨다. 잠시 고민 끝에 로웰은 다음에 가고 그냥 보스턴에서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그렇게 마지막 날을 아빠와 함께 꽉 채워서 보냈다. 사무엘 아담스 양조장을 가서 맥주 투어도 받고, 사무엘 아담스의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맛보고 기념으로 한정판 맥주도 사 왔다. 낮맥을 실컷 하고 시내로 돌아와서는 보스턴의 대표음식인 랍스터로 마지막 저녁 만찬을 가졌다. 보스턴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고, 뉴욕으로 넘어가 이틀을 보내고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기념으로 샀던 그 한정판 맥주는 뒤늦게 한국으로 갖고 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으로 컵라면과 함께 그 맥주는 다 비워졌다. 그렇게 급히, 성의 없게 마실 맥주가 아닌데 아쉬워하며. 보스턴에서의 마지막 날, 로웰을 그렇게 또 기약 없이 미루게 됐다.
로웰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가면 내가 살던 빨간 벽돌의 아파트는 변함없이 그대로 있는지, 매일같이 뛰어놀던 아파트 주차장은 여전히 넓은지,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하루 종일 타던 자전거를 묶어두던 그 나무는 얼마나 더 든든하게 자랐을지 보고 싶다. 지금 다시 가보면 집 앞 놀이터는 얼마나 작게 느껴질지, 겨울이면 눈썰매 타고 내려오던 놀이터 옆 언덕은 얼마나 낮게 느껴질지도 궁금하다. 그렇게 궁금하고 잊을 수 없는 곳이지만 아직은, 이번에 말고 다음에 가고 싶었다. 다시 찾아갈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다시 와야 할 이유를 하나 남겨 두려던 걸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있을 느낌에 미뤘다기보다는 아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