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화를 보다가 나도 주인공과 같이 운명적인 만남으로 인하여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에겐 그저 희망사항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에게도 영화와 같은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왔다. 내 나이 스물에 그녀가 봄바람처럼 내게 스며들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자 모든 것이 달랐다. 특히 시간표를 개인이 작성할 수 있는 게 너무 큰 차이였다. 대학생이 된 만큼 고등학생 때보다는 조금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새내기인 만큼 다양한 수업을 듣고 싶어서 교양수업을 많이 수강했다. 무려 교양을 네 개를 신청했다. 과 선배와 동기들에게 이 말을 하자 하나같이 '너 나중에 시험기간 되면 죽을 건데...'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제서야 후회감이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기왕 시작한 것 열심히 해보기러 결심했다. 2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학교 생활도 차츰 적응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마지막 교양을 끝내고서 강의실에서 나오는데 한 여학생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생각하여 고개를 돌렸는데 나의 이름을 불렀던 여학생이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난 혹시 놓고 간 물건이 있는 게 아닐까 하여 확인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머릿속에서는 무슨 실수라도 했으면 어쩌지? 왜 나를 부른 거지?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들었다. 그 순간 그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저기요 이 수업 수강하시죠?
네.. 맞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저도 그쪽이랑 그 수업 같이 듣는데..
아...
무려 나하고 교양을 네 개나 같이 듣는 여자였다. 그제서야 그녀를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났다. 그녀가 나를 부른 이유는 다름 아닌 과제를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다. 그리하여 그녀와 함께 교양수업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 과제를 같이하다 보니 둘이서 만나는 시간도 잦아졌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어느새 우리 두 사람은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발전했다. 정말 운명적이었다. 그녀가 나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서로 모르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수강신청을 취소를 했다면 그녀와 이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2학기가 되어서 각자 할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다가 서로에게는 소흘 해지고 말았다. 결국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우리 두 사람은 '이별'이란 단어를 고르고야 말았다.
가끔 로맨스 영화를 보다가 그녀를 생각할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있냐고 물어보면 50:50 반응이 나온다. 운명적인 만남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던 연애가 갑자기 한 여자가 운명처럼 나타나서 연애를 하게 된 경우가 있다 했다. 그 반대로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는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 말했다.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운명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아니면 안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필연적인 결론 같은 건 지구 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뭔가가 정해져 있지도 않았다. 다만 상황에 따라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냐에 따라 운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