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일본에게 3대0으로 패배했다. 황 감독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선수로서 그는 한국축구의 레전드 스트라이커지만, 감독으로서는 긴 시간동안 연거푸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그의 감독 커리어 내 치명적 결점은 팀의 주축인 외국인 선수나 스타 플레이어와의 갈등이다. 그는 튀는 선수를 용납하지 못했다. FC서울의 데얀은 황선홍 감독과 불화를 겪으며 원수지간인 수원삼성으로 이적해버렸고, 아직도 감정이 남았는지 얼마전 일본에게 대패를 당하자마자 “그가 또 해냈다”며 조롱의 트윗을 남겼다. 선수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고참 박주영 선수와의 갈등 역시 언론에 그대로 공개되었다. 팀 분위기는 완전히 망가졌고,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황선홍 감독을 보면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속설이 떠오른다. 그런데 일본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여 런던올림필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홍명보 감독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는 박주영 선수를 비롯한 스타플레이어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그가 지도하고 있는 울산현대는 현재 K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축구를 함께 이끌었던 두 레전드 출신 감독, 황선홍과 홍명보는 무엇이 다른가?
런던 올림픽 대표팀 당시 전력분석관의 인터뷰를 보면, 홍명보 감독은 선수를 존중하는 지도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의 국내 스포츠 지도자들은 선수가 실수했을 때 경기 중에 호통을 치거나 야단을 친다. 심지어성인인 프로선수에게도 폭언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중계되기도 한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중에 선수가 실수 했을 때, 바로 지적하지 않는다. 경기가 끝난 뒤 실수한 장면의 비디오를 여러번 보여주면서 먼저 선수가 느끼게 한다. 선수가 충분히 피드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그제서야 잘못된 점을 설명한다고 한다.
감독의 지적이 아무리 맞는 얘기이다 하더라도 선수에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경기장에서 뛰는 것은 선수지 감독이 아니다. 피드백이 동기부여를 훼손하고 갈등까지 만들어낸다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리더가 팀원을 어른이 아닌 아이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다. 화려한 경력과 높은 전문성을 가진 리더일수록 그런 잘못을 범하기 쉽다. 본인의 기준에서는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점에 대해 너무 자주 피드백을 주다보면 내용 전달에 급급해지며, 지시와 통제가 되기 쉽다. 팀원의 의욕은 사라지고 갈등이 생긴다. 결국 기다리는 것은 황선홍 감독의 결말이다. 우리 모두는 자율성을 가진 어른이며 ,행동의 주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