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6살이 되었을 때는 다른 남자아이들과 비슷하게 자동차나 공룡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당시에 차종이 그리 많지 않을 때라 그런지, 해가 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 자동차 불빛만 보아도 무슨 차인지 알아맞출 정도로 차를 정말 좋아했던 아이였죠. 그런 아이가 어떻게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당시는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제가 글 편집 일을 하고 있었기에 컴퓨터로 편집을 하는 것을 배우려고 집에 한대를 사서 쓰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컴퓨터는 소위 말하는 데스크톱, 모니터와 본체의 부피가 아주 컸고, MS DOS로 돌아가는 형식이었으며, 플로피디스크나 CD를 사용할 때였습니다. 아들에게도 한번 해보라고 팩맨 같은 간단한 게임을 해보라고 주기도 했지요.
그렇게 컴퓨터를 몇 번 접해본 6살짜리 큰 아들이 어느날 그러더군요, 엄마, 나 컴퓨터 배우고 싶어!
1990년대 중반 당시에는 이런 컴퓨터를 플로피 디스크 (A:)와 함께 사용했었다는 거 기억나시나요?
사실 저 또한 컴퓨터를 처음 다루고 그리 익숙하지 않은 터라 어깨 넘어 사용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 직접 가르쳐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또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도 않은 너무 어린 나이라서 학원을 보내서 배우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아이가 이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니 해결해 주는 것이 맞겠다 싶어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집 주변에 ‘컴키드’라고 어린이들을 위해 컴퓨터를 이해하기 쉽게 가르친다는 곳을 찾았습니다. 가서 상담을 해보니 아이에게 일반적인 컴퓨터 학원보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접근시키게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바로 등록했습니다. 그렇게 큰 아들은 6살에 그 학원의 최연소 키즈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여간 재미있어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큰 아들은 그 학원에서 타자 치는 법, 기본적인 윈도 (Windows 95) 조작법, 워드프로세서 작동 방법 등 기본적인 과정을 1년 반 정도 이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여준 게 당시에 처음 나온 나모 웹에디터로 개인 홈페이지까지 만들어서 보여주더군요.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여자 원장님이 정말 어린 나이에 가르쳐 주는 대로 잘 받아들이는 아이를 기특해하며 아주 귀여워해 주셨던 기억이 지금도 떠오르고는 합니다.
갑작스레 시작한 학원 교육은 운이 좋게도 아이에게 컴퓨터에 대한 기초를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게 한 중요한 첫 단추가 되었습니다. 2000년에 아이 아빠가 대학원 과정을 이수 중이었는데, 수업 발표를 위해 파워포인트 작업이 필요했었던 때가 있습니다. 꽤나 기계치였던 아이 아빠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큰 아들에게 SOS를 청했고, 아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능숙하게 아빠의 발표자료 준비를 도와주더군요. 어떻게 할 줄 아냐고 물어보니 몇 년 전에 컴키드에서 배운 거랑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이때,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Windows 95와 한컴타자연습으로 시작된 컴퓨터 교육
그 이후에도 아이의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멈추지 않았고, 저 또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지속적으로 구입하여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당시에 사준 여러 종류의 CD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심시티 (Sim City)’라는 게임입니다. 가상의 공간에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라 저도 같이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공간에다가 어떤 건물을 지을지 결정하고, 도로나 철도를 어떻게 깔아야 도시가 발전하는지 시뮬레이션해주는 아주 재밌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렇게 심시티는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아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또한 프레디 피시 (Freddy Fish)라는 스토리 기반 게임도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인 물고기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게임 안 캐릭터들과 말을 걸면서, 미스터리를 풀고 무언가 모아서 게임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꽤나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스토리가 영어로 진행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영어를 다 이해 못하더라도 게임 진행에는 문제가 없더라고요 ^^)
심시티 (Simcity)와 프레디 피쉬 (Freddy Fish) 게임. 추억의 게임으로 기억하고 계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사용법을 가르친 것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하여 아이의 지능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을 선별하여 흥미를 가지게 유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 아이들이 관심이 있는 것에 관하여 자연스러운 접근을 중요시하였습니다. 너무 무리하게 강제적으로 시키기보다는 스스로 재미를 느끼며 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 CD나 책 같은 것은 대부분 한꺼번에 구입하기 보다도, 같이 가서 구경하고 골라서 구입하곤 했는데, 이렇게 아이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한편으로 부모인 저의 노력에 다행히 아이가 잘 따라 주었다는 것도 하나의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사용법을 가르친 것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하여 아이의 지능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을 선별하여 흥미를 가지게 유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매거진은 브런치 작가 pj의 가족들이 함께 발행하는 가족 프로젝트입니다. 화자는 pj의 어머니로, 가족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풀어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