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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Jane Oct 23. 2019

지구 반대편, 남편의 뒷모습

과나후아토를 아시나요? 


 23살 다큐멘터리에서 이 마을을 보았을 때 ‘시선(視線)’을 거둘 수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피필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록달록한 건물들은 세상에 있는 모든 색이 나무가 되어 무지개 숲을 이룬 것 같았다. 멕시코 민중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고향이자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가 소설을 집필한 도시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됐을 때 이 도시의 무언가가 나를 붙잡았다. 



 그렇게 7년 후, 거짓말처럼 남편과 이곳에 오게 되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아기자기한 건물들 사이를 누비며 매일 새로운 골목길을 찾아 다녔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피필라 동상에 몇 번이나 올라 마로 와 가만히 이 도시를 바라보았다. 밤이 내려앉으면 관광객들 틈에 끼어 마리아치의 공연을 따라다니며 음악을 들었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작은 광장에서 예술품을 구경하거나 노점에서 타코를 사 먹으며 2주라는 긴 시간을 이곳에 안착했다. 대부분 시간은 느렸고 같은 곳을 걸었으며 자주 계단에 앉아 화폭에 그림을 감상하듯 이 도시를 응시했다.


밤마나 펼쳐지는 마리아치 공연

 

 그날도 다른 밤과 같이 과나후아토 대학에서 피필라 동상을 바라보고 싶어 제일 꼭대기 계단까지 올라갔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밤공기와 관광객들의 행복한 웃음 소리 가운데서 사진을 찍던 내 시선이 계단에 앉아있는 남편의 뒷모습에 가 닿았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 없었던 이 남자, 늘 떠나고 싶어 하는 나에게 먼저 세계여행을 가지 않겠느냐고 손을 내밀어 준 사람.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대부분 사람들은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을 이 로맨틱한 도시에 와있는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큰 결심을 하고 떠나온 남편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과나후아토 대학에서 피필라 동상 바라보기


돌아가면 모아놓은 돈도 없고 다시 돌아갈 직장도 없는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십대 초반에 배낭 여행객들 처럼 부모님께 기댈수도 없고 대출금은 매달 통장에서 빠져 나가겠지. 여행이 끝난 후 닥쳐올 삶의 무게보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이 아름다운 도시를 바라보고 있어 행복하다 생각해 줄까? 이 순간, 더 바랄 것이 없는 나처럼 부디 그도 그랬으면,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피필라 동상에서 바라본 전경






*Today's Place : 멕시코, 과나후아토


오늘의 여행지는 멕시코에 있는 과나후아토라는 도시입니다. 멕시코시티에서 4시간 정도 떨어져 있고 PRIMERA PLUS, ETN, ADO 등의 버스 서비스로 비교적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록달록한 예술도시입니다. 멕시코에 있는 도시 중에는 치안이 다른 곳보다 좋아서 어학연수를 하는 친구들도 많이 가는 도시로도 알려졌습니다. 디즈니 영화 ‘코코’의 배경이 된 곳으로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죽은 사람들로 분장으로 하고 즐기는 ‘사자들의 축제’가 일 년에 한 번씩 열리기도 하는 볼거리 많은 중남미의 대표적인 콜로니얼 도시입니다.  피필라 동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만으로 꼭 한번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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