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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Jane Nov 14. 2019

아이슬란드, 일상에서 이상을 만나다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만나기 



 4일째, 아이슬란드의 아침이 밝았다. 캠퍼 밴을 타고 링로드를 한 바퀴 돌기로 한 우리의 여정은 글램핑을 기대했던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요쿨살롱 같이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남쪽이 아니라 북부 서클부터 돌아봐서 그런지 하루가 다 가도록 차를 두 대 밖에 보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창문을 내려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사람을 그리워했다. 



 처음엔 한 끼를 해 먹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도구 없는 캠핑요리에 제법 익숙해 졌다. 좁은 캠퍼 밴에서 딱딱한 바닥을 벗 삼아 잠을 자고 핸드폰 없이 지도를 보는 일도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끝없는 바다와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골자기가 한눈에 펼쳐져서 ‘나’라는 우주가 너무 작고 무력하게 느껴졌는데 링 로드 여정의 반을 지나온 지금, 이토록 특별한 장소도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오늘의 여정은 아쿠아레리에서 EGILSSTAO”IR 까지 가는- 북동에서 남으로 내려가는- 일정이었다. 블루라군 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북부에서는 손꼽히는 유황온천인 NATURE BATE에서 그동안의 여독을 씻어내고 EGILSSTAO”IR 캠핑장에 도착했다. 그 동안 여러 캠핑장을 거쳐 왔지만 규모는 작아도 깨끗하고 필요한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었다. 실내 조리실이 없어서 휴대 버너를 이용해 오뎅 탕을 끓이고 하나 남은 김을 잘라 밥 한 공기를 후다닥 해치웠다. 



마로는 설거지 감을 챙겨 개수대로 가고 나는 매일 그렇듯 캠퍼 밴 뒷자리를 정리하고 침낭을 펼쳐 잘 준비를 마쳤다. 그때 갑자기 마로가 내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급히 달려오는 마로의 손에는 가져간 냄비가 그대로 들려있었고 그 냄비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희미하긴 했지만 연초록빛이 춤을 추고 있었다. 오로라였다. 



 여름이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오로라는 파도를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느리게 흘러갔다가도 순간 내 얼굴까지 파도가 사납게 움직였다. 우리는 손에 쥐고 있던 블랭킷을 바닥에 깔고 하늘을 향에 누웠다. 분명 희미한 연두빛으로 시작했던 물결은 아주 강렬한 초록색 파도를 만들어 냈고 바람이 부는 바다처럼 한 시간 내내 끝을 알 수 없이 거세게 움직였다. 오로라를 보고 있는 동안 땅에 있는 인간이 하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대자연속에서 너무 작게만 느껴졌던 우리가 이상을 뛰어넘는 온 우주를 담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먹먹함이 느껴졌다. 



 이 순간을 놓치기 싫어 사진을 찍어보려 노력했지만 카메라의 성능과 내가 가진 기술의 한계로 좋은 사진을 건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말 괜찮았다. 일상이 되어버린 여행에서 만나는 오늘 같은 순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벅찼다. 마로와 손을 잡고 하늘을 바라보는 그 시간 동안, 우리 안에는 두 개의 우주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Today's Place : 아이슬란드, 링로드 동쪽


아이슬란드섬을 제대로 여행하려면 링로드라고 불리는 주요 도로로 섬을 한바퀴 돌면서 관광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최소 8일~10일 정도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희 부부는 캠퍼 밴 이라는 숙식이 가능한 차를 렌트해서 섬 한바퀴를 돌았었고 9월이었는데도 오로라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북부도시 쪽이 조금 더 유리하며 'Northen Eyes App'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오로라 지수를 확인하여  관측 기회를 높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꽃보다 청춘'을 통해서 남부 쪽 요쿨살론 주변의 관광지들이 많이 소개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북부의 도시 '아쿠아레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Godafoss, Krafla, Dettifoss, Hverir의 골든서클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링로드 여행을 하며 꼭 들려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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