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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Jane Nov 16. 2019

산티아고데쿠바, 음악에 길을 잃다

쿠바의 음악도시


 쿠바, 음악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산티아고 데 쿠바에 왔다. 아바나에서 비아술이라는 로컬 버스를 타고 16시간을 와야 하는 참을 수 없는 여정이라서 이 도시를 건너뛰는 사람이 많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에게는 꼭 가야하는 도시였다. 아바나가 자본의 도시라면 산티아고 데 쿠바는 문화와 역사의 도시이다. 쿠바 혁명의 발원지이지 피델 카스트로가 활동했던 장소이며 세계적은 럼주 회사인 바카르디의 고장이기도 하다. 더불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주인공들이 공연했던 bar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 도착한 첫날, 거리를 걷기만 해도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마냥 로맨틱할 것 같았지만 아바나에 비해서는 관광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레스토랑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었고 저녁 먹을 곳을 찾을 수 없어 같은 거리를 몇 바퀴나 빙빙 돌았다. 그런 우리를  보며 쿠바노 한명이 레스토랑을 소개시켜주겠다며 말을 걸어 왔다.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괜찮은 곳을 소개시켜줄 수 있다며 끈질기게 우리를 설득했다. 사실 쿠바에 오기 전 이런 수법의 사기에 대해 많이 들어왔기에 가지 않으려 했지만 배는 너무 고팠고 마로가 있으니 해코지는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가장 비싼 음식이 얼마쯤 되냐고 물었다. 그는 랍스타가 12cuc이라고 했다. 물론 모네다 식당에 비해서는 말도 안 되게 비싼 곳이지만 그렇다고 아바나의 관광객 상대로 영업하는 곳보다 더 비싼 가격은 아니었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그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후미진 골목에 가로등만 하나 간신히 있는 곳까지 걸어가니 제법 레스토랑처럼 보이는 작은 주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안에는 다른 백인 커플들도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일단은 들어가서 메뉴판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가장 저렴한 메뉴가 10cuc 비싼 메뉴는 20cuc이 넘어가는 게 아닌가? 아바나에서도 본적 없는 가격을 보고 ‘당했구나.’ 알게 됬다. 어이가 없어서 너무 비싸다며 짐을 챙기고 있는 우리에게 조용히 하라며 손으로 입을 가져가더니 똑같이 생긴 메뉴판을 하나 더 내어주는 것이 아닌가? 이름이며 디자인까지 다 똑같지만 가격은 딱 절반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 정도 가격이면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해도 됐지만 너무 황당하고 믿고 먹을 수 없어 나가고 싶다고 손을 내 저었다.



 레스토랑 앞에서 우리가 밥을 먹으면 커미션을 챙겨 가려던 삐끼가 실망한 표정으로 왜 나오냐고 물었다. 우리는 너가 말한 가격이랑 다르다고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러면 다른 집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우리의 뒤를 쫓아 왔다. 그를 피해 큰 도로가 나올 때까지 빨리 걷다가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어 그에게 ‘Bye, Bye.’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며 들어가서 앉았다. 그제야 우리를 포기한 듯 삐끼는 사라졌고 술집으로 보이는 곳에 웨이터가 우리를 맞이했다.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사기 당할 뻔하고 배가 곯아 뭐라도 넣어야 하는 우리에겐 간절히 술이 필요했다. 연속으로 두잔을 비우자 마로와 나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리고 공연을 하고 있던 음악에 자연스럽게 귀 기울이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밴드 가까이에서는 서너 쌍의 커플들이 살사리듬의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bar를 꽉 채운 사람들은 모두 휘파람을 불거나 박수를 치며 즐기고 있었다. 어느새 우리도 어깨를 들썩일 만큼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다. 리듬만으로 목소리만으로 무슨 뜻인지 몰라도 행복해지는 마법 같은 순간 속에 우리가 있었다. 



 아바나에서는 공연을 하고 있어도 그쪽을 잘 쳐다보지 않게 되었는데 산티아고데쿠바가 음악도시라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이곳에 있는 5일 동안 늘 같은 시간에 그 bar를 찾았다. 웨이터는 동양에서 온 우리 둘을 금방 기억해 내서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문가 옆에 우리의 지정석도 마련해 주었다. 그곳에서 매일 공연하던 밴드 친구들이 어찌나 음악을 맛깔나게 하는지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팁을 꺼내 건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 우리가 고마웠는지 마지막 날에는 어디서 왔는지 우리는 무슨 사이인지 물어보며 가지고 다니는 럼도 스트레이트로 따라주고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여행 중에 단골집이 생긴다는 게 이런 걸까? 집과 이억 만 리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밤마다 갈 곳이 있고 그곳의 누군가가 우리에게 인사해 준다는 건 특별한 호사였다. 산티아고 데 쿠바, 음악에 길을 잃게 해주어 정말 고마웠어! 그라시아스!


Hotel Casa Granda 루프탑에서 보이는 도시전경






*Today's Place : 쿠바, 산티아고데쿠바


'산티아고 데 쿠바'는 수도인 '아바나'에서 비아술이라는 버스로 16시간 혹은 그 이상을 가야하는 아주 먼 도시입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들었던 살사리듬과 '비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생각하면 음악팬들은 꼭 가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도시예요. 이제 막 자본개방에 나서고 있는 쿠바기에 나중에는 비행기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음악 빼고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지만 'Hotel Casa Granda'에서 바라보았던 산티아고 데 쿠바의 전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입장료를 내면 루프탑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데 과일주스 한잔도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기에 해질녘 방문을 추천합니다. 센프란시스코 처럼, 울퉁불퉁한 언덕 위에 세워진 도시라 그런지 사진으로 담다보면 아바나 보다 훨씬 이국적인 풍경을 담을 수도 있는 도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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