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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성은 May 14. 2019

당신은 어느 계절에 살고 있나요?




나는 봄에 살고 있습니다


초록색 잎맥이 단단해지는 때에

울긋불긋 꽃이 피는 곳에

추위가 더위로 이어지는 길목에

서있습니다


어제는 싹이 돋았고

오늘은 꽃이 폈습니다

내일은 봄기운을 알리는 얇은 빗방울이 내릴 것 같습니다


잠시 내릴 비가 그치면

쌀쌀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뜨거운 계절이 오겠죠

시린 손을 맞잡았던 서로를 겹겹이 껴입었던 고소한 커피 향을 함께 맡았던

겨울을 나는 건너왔습니다



당신은 어느 계절에 살고 있나요?







나는 봄날을 느끼고 있습니다


양재 꽃시장에서 사 온 작은 화분에는 새싹이 올라왔습니다

날이 좋아 거실 소파에 먼지를 털었고 커튼을 빨았습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베란다에 젖은 커튼을 널고 커피 한잔을 내렸습니다

어제 산 딸기 한팩을 흐르는 물에 씻어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 포크는 한 개만 놓습니다

저녁밥으로는 봄나물을 무치고 달래 된장찌개를 해먹을 생각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한강 잠원지구 한 바퀴를 걷겠죠


어제와는 다른 오늘입니다

어제를 나는 건너왔습니다



당신은 어느 날을 느끼고 있나요?







나는 봄길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섭니다

머리 위, 어깨 위로는 벚꽃 한 잎이 떨어집니다

발아래를 보니 밤사이 땅을 적신 빗물에 꽃잎들이 떠있습니다

그 옆에는 작은 풀잎들도 보이고 민들레도 허리를 꼿꼿이 세웠습니다

나도 어깨를 펴고 허리를 반듯이 세우고 걸어봅니다

오랜만에 입은 원피스와 흰색 구두가 제법 잘 어울립니다

발걸음이 꽤나 가볍습니다


걸을 때마다 늘 마음 졸여야 했던

미끄러웠던 눈길을 나는 건너왔습니다



당신은 어느 길에 머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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