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키 May 07. 2022

홀리 모터스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16위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16위. 2013년 한국에서 개봉할 당시 꽤나 주목받았었다. 감독도 직접 한국에 오고, ㅡ 그런데 왜 난 보지 못했을까? ㅡ 포스터 색감에서 뿜어 나오는 난해함. 직감적으로 유럽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ㅡ 하루키는 최소한의 정보로 영화를 본다. 그래야 자신의 감각에 충실한 글쓰기를 할 수 있으니까. ㅡ <퐁네프의 연인들>의 감독 레오 카락스. 몇 안 되는 좋아하는(아는?) 프랑스 감독이다.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첫 장면부터 당황했다. 극장,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었다. ㅡ 뭐지? ㅡ 주인공 오스카(드니 라방)는 침대에서 일어나 가운데손가락으로 벽에서 찾아낸 구멍을 돌려 연다. 오스카가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새롭게 전환된다. ㅡ 극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이 아닐까? ㅡ


관객은 영화의 외부에 존재한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를 본다고 인지한다. 하지만 영화와 관객을 외부에서 보는 자가 있다. ㅡ 나는 '관찰자'라 부른다. ㅡ 그렇다면 영화, 관객, 관찰자에서 떨어진 또다른 지켜보는 자가 있다면? 액자식으로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해 간다. 점진적으로 ...


오스카(드니 라방)가 보여준 11명의 모습(형形)은 11명의 삶(영혼) 이었다. 흰색 고급 리무진은 시간의 바다를 항해하는 '조각배'. 리무진의 탑승은 삶(영혼)의 소멸이고, 리무진에서 하차는 새 삶(영혼)의 시작이다. 소멸과 탄생, 윤회. 리무진도 삶(영혼)도 관찰자 앞에 모두 평등하다. 지배자도 피지배자도 없는.



02.

주인공 오스카(드니 라방)는 11명을 연기한다.


1. Mr. Oscar(영화 시작과 함께 깨어난 남자)

2. 은행가

3. 걸인

4. 모션 캡처 배우

5. M. Merde (광인?)

6. 아버지

7. 아코디언 연주가 (정확히는 바얀이라는 악기를 연주)

8. 범인(살인 청부업자)

9. 살해당한 자

10. 죽어가는 자

? 예전 서로 사랑했던 진과의 재회(모호한 설정)

11. 집에 있는 남자


진짜 오스카(드니 라방)를 알고 있는 두 존재자가 있다. 흰색 고급 리무진(영화 마지막에 리무진이 말을 한다.)과 리무진 운전자(영화의 마지막에 가면을 쓰고 퇴근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법칙. 하지만 그러한 법칙도 스크린 바깥에서 보고 있는 우리(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 )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또다른 #생각

오늘 하루, 한 남자에게 찾아온 마법 같은 아홉 번의 인생.


유능한 사업가 오스카(드니 라방)의 하루는 이른 아침,

고급 리무진 홀리 모터스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홀리 모터스는 그와 그의 비서 셀린(에디뜨 스콥)을 태운 채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파리 곳곳을 누빈다.

유능한 사업가, 가정적인 아버지에서 광대, 걸인, 암살자, 광인에 이르기까지,

홀리 모터스가 멈추는 곳마다 전혀 다른 아홉 명의 인물이 내리는데…


레오스 카락스와 드니 라방이 만나 완성한 13년 만의 컴백작!

당신이 만난 오늘의 오스카씨는 누구인가요?_네이버 영화 <홀리 모터스> 줄거리


이상하다. 정말 위와 같은 내용일까? 아마도 배급사 혹은 유통사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설명 같은데 ... 하루키는 동의할 수 없다. 아홉 번의 인생도, 오스카(드니 라방)에 대한 설명도, 틀렸단 생각이 든다. ㅡ 단순히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생각 없는 줄거리 ㅡ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나의 감각뿐.



03.

오스카(드니 라방)의 하루. ㅡ 계속되는 변장과 연기 ㅡ 외모, 인격, 말투, 감정까지.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8번째 변장에서 범인(살인청부업자)을 연기하면서부터 꼬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ㅡ 물론 감독의 의도겠지만 ㅡ 이때부터 돌발적 장면들이 이어진다. 살인에 성공했지만 오히려 공격을 당해 분명 죽어야 했지만 살아나고, 갑자기 총을 쏘고, 총을 맞고, 뜬금없는 옛 연인과의 재회, 급기야 유인원 가족을 만난다.


삶에는 상수와 변수가 있는 걸까?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신의 의도일까? 오스카(드니 라방)의 불안, 맹목적으로 주어진 역할의 과몰입. 삶의 이유를 찾기 보단 의심없는 충성을 택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레오 카락스 감독식 지독한 이미지의 향연. 드니 라방(오스카 역)의 신들린 연기, 뜬금없는 뮤지컬 장면. 재미가 있다 없다는 모르겠다. 지루하진 않았다. 기괴함은 호기심에 호기심을 일으켜 멈출 수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 파리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생겼다. 불 꺼진 에펠탑, 광인, 지하 하수도, 방치된 백화점, 갑작스레 찾아올 수 있는 테러, 파리의 고딕(기괴함) 이었다.

.

.

.

☞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예고편

이전 08화 4개월, 3주 ... 그리고 2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