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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Nov 19. 2023

생빅투아르산

폴 세잔

우리의 눈은 사실 카메라처럼 정밀하지 않아서, 눈에 비친 모습은 대충의 윤곽과 그 윤곽 안에 갇힌 색채, 더러는 그 색들의 잔상들이 섞이며 만들어놓은 형태일지도 모른다. 세잔이 그린 것은 사물과 풍경의 세밀한 형태라기보다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던졌을 때, 우리 눈이 담을 수 있는 한계에 대한 보고서와도 같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좌) <Mont Sainte Victoire>, (1902 ~ 1904) 출처: Wiki (우) 생빅투아르산 사진. 출처: 구글이미지



+ 하루키 감상

폴 세잔. 현대미술의 여명. 세계를 변화시킨 3대 사과의 '사과'를 그린 남자. ㅡ 이브의 '선악과'. 아이작 뉴턴의 '사과'. 그리고 폴 세잔 정물화의 '사과' ㅡ 그는 말년(1895 ~ 1906)에 고향인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 머물면서 죽기 직전까지 생빅투아르산(해발 1,011m)을 반복해 그립니다. 전날 다음날 날씨를 확인해 날이 좋을 것 같으면 어김없이 새벽같이 일어나 생빅투아르산 정상을 향합니다.

2시간 어쩌면 3시간쯤 걸렸을까. 칠흑. 발 디딘 땅에서 전해지는 생빅투아르산의 생명력. '나'라는 감각. 서서히 세상이 열리고 옅은 핑크빛은 공기를 물들고 숨을 적셔갑니다. 서서히. 붉게. 영광의 나팔소리가 사방으로 퍼지듯. 서서히. 파랗게, 더 파랗게. 세상은 잃어버렸던 색을 되찾습니다. 세잔을 향해 쏘아진 한줄기 햇빛. 그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합니다. 펄펄 끓는 심장. 주체 못 할 열기. 서둘러 생빅투아르산을 내려옵니다.

정오쯤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구와 캔버스, 이젤, 모자, 우산을 챙겨 서둘러 다시 나옵니다. 매번 장소를 바꾸지만 그가 그리는 대상은 항상 같습니다. 생빅투아르산 

세잔은 프랑스어로 ‘대상을 마주하다가’(sur le motif)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이 ‘Sur le motif’라는 프랑스어는 당시 인상파 화가들이 모델이나 과거의 그림이 아닌 실제 풍경과 생활 속 인물을 보고 그리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즉 내가 그릴 대상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고 관찰하는 것이 내 생의 전부이자, 그것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의미였죠. 그의 바람은 이렇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년의 화가가 이렇게 야외를 고집하며 천착한 주제는 바로 그가 어린 시절부터 자주 찾았던 ‘생빅투아르산’입니다. 세잔은 1870년대부터 말년까지 생빅투아르산을 주제로 회화 36점, 수채화 45점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_동아일보(22.11.05)



&



1. 인간은 3가지 과정을 통해 '대상'을 봅니다.

1) 인식 : 감각(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해 대상(생물학적 나를 제외한 모든 일체)을 인식*합니다. 특히 시각은 인식 판단의 80%를 결정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대상의 실체를 인식합니다. 


*인식認識 -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


2) 믿음 : 인식이 객관이라면 믿음은 주관입니다. 자극(인식)을 입력하면 일련의 출력이 일어납니다. 정신 과정, 기억, 상상, 개념, 추리로 대상에 대한 믿음을 결정합니다.


3) 정당성 : 하지만 대상을 개인의 판단만으로 결정 혹은 주장할 수 없습니다. (타자) 공동체가 인정. 공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당성이 공유되면 개인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2. 폴 세잔의 대상 '생빅투아르산'. 실체가 있는, 완벽한 (대상의) 환상에 현혹되지 않고 매일의 관찰과 분석을 통해 대상 너머의 본질. 그리려는 모험을 멈추지 않습니다. 인식(시각), 믿음, 정당성의 생빅투아르산을.


3. 질감과 깊이, 짧게 끊어뜨린, 반복되는 붓 터치, 강도, 붓 터치 방향의 변화, 두툼히 덮어지는 물감 층, 빛과 그림자의 변화, 평면성, 사실적인 것이 아닌, 이해의 대상을, 감정을, 사유를, 모험을, 점점점

* 화가 - 폴 세잔Paul Cezanne(1839년 - 1906, 프랑스)

+ 생애


[초기]


폴 세잔은 1839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납니다. 부유한 은행가였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뒤를 따르기를 바랐지만 어릴 때부터 그림과 회화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합니다.


1859년 세잔은 파리로 건너가 아카데미 스위스에서 공부합니다. 그곳에서 평생의 친구이자 공동 작업자가 될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와 같은 동료 예술가들을 만납니다. 세잔의 초기 작품들은 당시 프랑스에서 막 등장하기 시작한 인상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습니다.


[중기]


1860년대에 세잔은 나중에 후기 인상주의로 알려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개발합니다. 그는 그림에 질감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 작은 붓질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기법과 재료를 실험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구상 작품보다는 정물화와 풍경화에 집중합니다.

세잔은 예술가로서 명성이 높아졌지만 생계유지가 어려워 가족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그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고 어려운 시기에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후기]


말년에 세잔의 작품은 미술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1904년 파리의 권위 있는 살롱 도멘에 초대되어 그림을 전시했고, 전시회에 기여한 공로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습니다. 1900년대 초부터 건강이 나빠져 고생을 하다 1906년 67세에 사망합니다.


[비평적 관점]


세잔의 작품이 생전에 항상 호평만 받았던 건 아닙니다. 당시 많은 비평가들은 그의 스타일이 너무 파격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 * *


+ 회화 스타일


1. 구도


세잔의 구도는 혁신적이고 파격적입니다. 세잔은 그림에서 움직임과 에너지의 느낌을 주기 위해 대각선과 비대칭적인 형태를 자주 사용합니다. 또한 여러 시점을 사용하여 보다 역동적이고 복잡한 이미지를 만드는 원근법을 실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세계를 사실적이고 정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당시의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2. 색상


그는 색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믿었고,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색을 사용합니다. 그는 조화롭고 통일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주요 색상에 초점을 맞춘 제한된 팔레트를 사용합니다. 또한 보색을 병치하여 그림에 긴장감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실험도 합니다.


3. 붓질


세잔은 짧고 굵은 붓질을 사용하여 그림에 질감과 깊이를 더합니다. 또한 붓질의 방향과 강도를 다양하게 조절하여 캔버스에 움직임과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동시대 화가들의 매끄럽고 혼합된 붓질에서 벗어난 것으로, 그의 그림에 활력과 즉흥성을 부여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평생을 새로운 실험을, 때로는 같은 주제를 소명으로 삼고 반복해 그린 그,

출처: Wikipedia






"그의 연주는 너무도 달콤해 마치 사람이 노래하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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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눈이 왔다. 마치 쇼팽의 왈츠처럼 _하루키

Matteis "Ground after the Scotch Humour": Ariadne Daskalakis & Ensemble Vintage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https://en.wikipedia.org/wiki/Paul_C%C3%A9zanne

[2]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Paul-Cezanne

[3] https://www.paulcezanne.org/biography.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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