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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Nov 26. 2023

아이오나 습작

사무엘 존 페플로

페플로는 거침없이 빠른 붓으로 바닷가의 청량함을 경이롭게 펼쳐냈다. 이 작품은 그가 1920년 처음 방문한 이래로 해마다 여름이면 찾던 스코틀랜드 아이오나의 바닷가에서 연필이나 목탄 대신 붓으로 서둘러 스케치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자체로 바다와 그 바다를 바라보는 심리가 잘 녹아 있어, 이미 완성 그 이상이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Iona Study>, (1920)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920년(49세) 페플로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거주하면서 색色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배우고 완성한 인상주의 기법과 야수파 색채의 그림들. 하지만 페플로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 동료 화가 프랜시스 카델Francis Cadell로부터 엽서 한 장을 받습니다. 그 엽서에는 하얀색 하늘에 푸른 바다. 아이오나 수도원Iona Abby*이 고고히 그려져 있었습니다. 신비한 자연과 신성성이 깃들어져 있는, 색과 형태의 향연. 


* 지어진지 천년이 넘은 수도원. 아이오나 섬은 스코틀랜드에서 최초로 복음이 전파된 곳이다. 스코틀랜드의 주요 성당에서 이름이 나오는 콜룸바 성인 St. Columba(521~597)*이 지은 수도원.


* 콜룸바 성인 St. Columba(521~597)은 정규교육을 받고 수도원 운동을 펼쳤다. 563년 첫 순례길에 (예수님처럼) 12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자신이 옮겨 쓴 시편 성경을 들고, 아일랜드를 떠나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있는 작은 섬, 아이오나에 닻을 내린다. 그곳에 세운 수도원은 스코틀랜드와 북부 잉글랜드 기독교와 켈트 수도원을 전파하는 중심지가 된다. 


서둘러 화구를 챙겨 오반으로 향했습니다. 원래는 오반까지 가는 기차가 있었지만 산사태로 움직이지 않아 마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꼬박 하루가 걸려 오반에 도착. 날이 어두워 근처 여관에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멀 섬으로 배를 타고 이동. 다시 아이오나 섬까지 배를 타고 더 들어갔습니다. 예상보다 반나절 이상 더 걸렸습니다. 이유는 변덕스러운 날씨. 갑자스런 소나기, 우박이 내리다 순식간에 멈춰 무지개가 보이더니 몸이 뜰 정도로 강한 북서풍이 붑니다. 연이어 파도가 거칠게 출렁입니다. 극심한 날씨의 변덕을 뚫고 아이오나 섬에 도착합니다.


하늘과 땅 사이가 가장 가깝다는 스코틀랜드의 외딴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 아이오나 섬은 바다의 물결과 하늘의 구름마저 같은 색으로 보여 뭍에 서 있어도 파도 위에 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섬 한가운데 세운 세인트 마틴의 켈트 십자가 밑에 ‘치유의 샘‘ 이라 부르는 신성한 샘(Sacred Well)에 페플로는 서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강렬한 영감이 그를 감전시킵니다.


서둘러 바닷가에 준비한 화구를 펼칩니다. 거칠게 붓으로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한 아이오나 섬. 바위 해변에서 본 풍경들.



&



1. 하늘색 물감 튜브를 허리부터 힘껏 눌러 짭니다. 색이 바랜 하얀색 팔레트 위로 하늘색 멍울이 떨어집니다. 말라비틀어진 붓으로 시선은 아이오나 해변에 고정시킨 채 바다와 하늘. 구름. 바위. 이끼. 잡초. 파도. 바람. 공기를 캔버스 표면 위로 때로는 옅게 때로는 진하게 면과 면을 확장시켜 스케치합니다. 


2. 찰나(刹那) 75분의 1초. 아이오나 해변. 스케치.


3. 페플로는 스케치를 마치자 붓을 내려놓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습니다. 캔버스에 그려진 아이오니아와 실재 풍경을 번갈아 보며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갖고 있던 모든 물감의 튜브를 팔레트에 쥐어짭니다. 붓대를 부러트려 붓털에 물감을 묻혀 칠하고, 손가락으로 찍어 누르며 색을 덧칠하기 시작합니다. 홀린듯한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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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印象이 색화色化된 습작, 완성됩니다.

* 화가 - 사무엘 존 페플로Samuel John Peploe(1871 - 1935, 스코틀랜드)

+ 생애


[초기]


에든버러에서 은행 관리자의 아들로 태어나, 에든버러의 트러스티즈 아카데미, 스코틀랜드 왕립 아카데미 학교, 파리의 아카데미 줄리안과 아카데미 꼴라로시에서 미술 공부를 합니다.


램브란트, 프란스 할스, 마네, 프랑스 화가들의 소박한 사실주의에 영향을 받았고, 어둡고 차분한 팔레트로 풍경과 인물을 그렸습니다.


[중기]


 1910년 마가렛 맥케이와 결혼, 파리로 이주해 정물화와 풍경화에 집중합니다. 빛과 인상파 화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대담하고 밝은 색채를 실험합니다.


퍼거슨, 카델, 헌터와 함께 스코틀랜드 컬러리스트 중 한 명이 됩니다. 초기 스타일을 대중들이 선호해 작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전쟁으로 인한 프랑스, 스코틀랜드에 미친 영향을 목도합니다.


[후기]


 페플로는 카델과 함께 이오나에서 여름을 자주 그림을 그리며 보냅니다. 균형 잡힌 구도와 세심한 실험으로 더욱 세련되고 조화로운 스타일 개발합니다. 여러 차례의 개인전 수상으로 인정과 명성을 얻습니다. 1935년 에든버러에서 사망합니다.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작품이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에서 파생되어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후기 작품이 너무 형식적이고 학문적이며 초기 그림의 자발성과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비평도 받았습니다.



* * *


+ 회화 스타일


1. 색채


페플로는 그림에 깊이와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밝은 채도와 색채를 몇 가지 색상에 집중해 사용했습니다. 특히 파랑, 빨강, 노랑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페플로의 색채 사용은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프랑스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에서의 영향입니다.


2. 구도


그는 균형과 조화에 대한 예리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구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특히 페플로는 그림에서 움직임과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사용하는 데 능숙했습니다. 구도를 통한 피사체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능합니다.


3. 붓질


페플로는 대담하고 활달한 붓질과 느슨하고 유동적인 스타일이 함께 있습니다. 그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관심이 없었으며, 대신 붓놀림을 통해 본질을 포착하고자 종종 두꺼운 물감과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해 질감과 깊이를 만듭니다.


* 임파스토 기법 - 유화(油畫)에서, 물감을 연속해 덧칠하는, 두껍게 칠하는 기법.


+ 의식 안의 미술관


색과 인상, 붓과 물감의 미학

출처 : Wikiart






"1963년 오늘, 재클린 케네디는 사흘 전 암살당한

남편을 위해 워싱턴 D.C. 에 오케스트라를 불렀다.

음악을 듣는 것 외에 다른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_1일 1클래식

/

뼛속 깊이 슬픔이 스며드는 것 같다, 묘하게 위로가 된다.  _하루키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 - Adagio for Strings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https://en.wikipedia.org/wiki/Samuel_Peploe

[2] https://www.wikiart.org/en/samuel-peploe

[3] https://www.tate.org.uk/art/artists/samuel-john-peploe-1756

[4] https://artvee.com/artist/samuel-john-pep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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