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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Nov 12. 2023

반사

칼 홀쇠

덴마크의 화가 홀소에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 빛이 밝히는 실내 공간의 고요한 침묵을 그린다. 그는 아내가 책을 읽거나 상념에 빠져 있는 모습을 주로 그리곤 했다. 큰 창가에 앉아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의 곁에 새장에 갇힌 새의 모습이 보인다. 새장을 벗어나고픈 새의 노래는 사실 그녀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Carl Vilhelm Holsøe <Reflections>, (1899)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849년 덴마크는 새로운 헌법을 채택해 절대 군주제에서 입헌 군주제로 전환했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변모되면서 거대 도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차갑고 생기 없는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자동차와 기계 소리가 거리를 메우기 시작합니다. 거리에는 실업자들과 거지들이 득실거렸고, 하늘에는 스모그가 자욱했습니다. 도시인들은 마치 경주마처럼 돈, 돈을 벌기 위해 결승점을 향해 질주합니다. 한편, 독일은 야금야금 덴마크 영토를 점령하기 시작합니다. 덴마크가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격동의 시기인 1863년에 태어난 칼 홀쇠. 그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잘 그려 1882년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 예술가로서, 덴마크인으로서 고뇌와 방황을 합니다. 1886년 덴마크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명성이 높아지자 유럽 여행을 시작합니다. 파리, 런던, 뮌헨과 같은 산업과 예술의 도시를. 칼 홀쇠는 덴마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덴마크적인 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덴마크인의 일상에서. 도시가 아닌 한적한 교외에서.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소박한,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일상을 묵묵히 그려 나갑니다.


오늘날 덴마크인들은 질문을 던집니다. 덴마크 다운 것, 일상의 아름다움, 무엇일까? 칼 홀쇠가 죽고 남긴 그림에 어쩌면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도 똑같은 질문을 하며 그림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삶이 고양되기를 바라며 ...



&



1. 인간(나)의 살아있음은 몸과 정신의 확인으로 알 수 있어요.


몸,이란 바꿔 말하면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는 육체. 타자가 '나'를 인지하는 물성의 표상. 보고, 만지고, 듣고, 맡고, 맛볼 수 있는. 타자가 인지한 총체의 나. 몸은 타자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절대 매개체.


정신,은 '의식'이라는 말로 바꿔 말할게요. 의식은 타자가 보고, 만지고, 듣고, 맡고, 맛볼 수 없어요. 하지만 '나'라는 주체는 의식을 통해 타자와 자연, 혹은 물체를 인식할 수 있어요.


살아있다는 것. 몸과 의식이 있다는 것, 고유의 존재. 복제될 수 없고, 되지 않는, 


2. 그림 《반사》에는 거실. 한 여인. 뒷모습. 의자. 앵무새. 햇볕. 그 아래 꽃들. 창문. 창문 너머 초록 나무. 마치 몸이 제거된 의식의 방 같아요.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나'의 세계. 이곳은 완벽한 고요 같기도, 평온 같기도 해요. 구석구석 그림을 살펴보다 문득 새장 속 앵무새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세히 보니 여인의 뒷모습엔 그늘이 있었어요. 의식의 방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아요.   


3. ㆍㆍㆍ 눈치채셨나요? 빛도 그림자도. 숨소리도. 앵무새 소리 나 움직임까지도 모두 정지해 있습니다. 고요를 박제한 걸까요? 의식을 오려낸 걸까요. 갑자기 재미난 생각이 났어요. 음악을 들려주자. 리스트Liszt : Liebestraum(사랑의 꿈). 방(의식)안에 홀로 있는 그녀를 위해.

* 화가 - 칼 홀쇠Carl Vilhelm Holsøe(1863년 - 1935, 덴마크)

+ 생애


[초기]


칼 홀쇠는 1863년 덴마크 오르후스에서 태어납니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홀쇠는 어린 나이에 그림과 회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1882년 홀쇠는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그는 페데르 세베린 크뢰이어와 빌헬름 킨 등 당시 가장 저명한 예술가들에게 사사받았습니다. 1886년 샬로텐보르의 전시회에서 <인테리어>로 데뷔합니다. 1894년에는 에밀리 하이즈와 결혼하여 그의 모델이 됩니다.


[중기]


1888년부터 1910년까지 홀쇠는 샬로텐보르 봄 전시회에 정기적으로 작품을 전시합니다. 이 전시회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아카데미 연례 메달과 뮌헨에서 금메달 수상), 아카데미 총회 회원도 됩니다.


이 기간 동안 홀쇠는 파리, 런던, 뮌헨 등 유럽 전역을 여행합니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접하고 이를 자신의 작품에 접목했습니다. 홀쇠는 덴마크의 대표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후기]


1900년대 초, 홀쇠의 스타일은 진화해 보다 추상적인 구성을 실험하기 시작했고, 색채 사용은 더욱 대담하고 표현력이 풍부해집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계속해서 실내에 초점을 맞추었고 빛과 그림자를 포착하는 데 전념합니다.


1930년 아내 에밀리가 사망하면서 그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사망 직전인 1935년 10월 21일 잉게보르그 마르그레테 크누센과 결혼합니다. 그해 뉴질랜드 북부의 아세르보에서 사망하여 빈데뢰드 공동묘지에 묻힙니다.


[비평적 관점]

그의 그림은 형태와 사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숙달로 네덜란드 거장들과 비교되었고, 일부 비평가들은 해머 쇼이보다 덜 혁신적이고 감정적이지 않으며 미묘한 색채가 덜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 * *


+ 회화 스타일


1. 사실주의


홀쇠의 사실적인 스타일은 베르메르와 드 후흐 등 17세기 네덜란드 거장들에 대한 존경심이 반영된 것으로, 가정 장면을 세심한 사실주의로 그립니다. 또한 자연광이 다양한 표면과 질감에 미치는 영향을 포착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홀쇠의 철학은 감상적인 표현 없이 일상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그는 예술은 세심한 관찰과 연구를 바탕으로 진실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2. 표현주의


단순화되고 추상화된 형태, 회색과 갈색으로 축소된 색상, 빛과 그림자 사이의 대비가 특징입니다. 또한 열린 공간, 빈 방, 닫힌 문이나 창문을 많이 사용하여 거리감과 고립감을 조성합니다. 인물들은 종종 관객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커튼이나 스크린 뒤에 숨어 있는 생각과 감정의 내면 세계를 암시합니다. 


3. 인상주의


다양한 문화와 기후에 노출된 영향을 받아 자연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반영합니다. 그는 사실주의와 구조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삶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로 풍경과 꽃을 그렸습니다. 그는 인테리어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그렸습니다. 그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그림의 색과 빛을 통해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 의식안의 미술관


빛의 질감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덴마크인의 일상적 분위기까지-.

출처: artvee






누구나 살면서 이런 음악이 필요하다. _1일 1클래식

/

말이 되지 못한 말, 바이올린 소리가 된 말 _하루키

3 Duets for Two Violins and Piano: No. 1, Praeludium (2:21)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https://da.wikipedia.org/wiki/Carl_Hols%C3%B8e

[2] https://en.wikipedia.org/wiki/Carl_Hols%C3%B8e

[3] https://www.wikiart.org/en/carl-hols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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