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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Nov 05. 2023

가죽끈에 달린 개의 움직임

자코모 발라

이탈리아 미래파 화가들은 기존의 구태의연함과 관습에 저항해 강력한 힘과 기계, 속도를 예찬했고, 이를 화면으로 구현하려 했다. 미래파 화가 자코모 발라가 그린 이 작품 역시, 움직이는 강아지의 발과 흔들리는 가죽끈의 움직임을 표현한 것으로, 빠른 움직임이 남기는 잔상 효과를 이용했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Giacomo Balla <Dynamism of a Dog on a Leash>, (1912)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909년 로마에서 활동을 하던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41세). 20대에는 인상주의 그림에 빠져 빛과 색의 그림을 추종하다 최근에는 미래주의* 화가들과 예술적 교류를 통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됩니다. 그리고 미래파 운동을 이끄는 주요 인물이 됩니다.


* 미래주의Futurism - 미래주의는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문학, 예술, 연극, 음악 등의 예술 혁신 운동으로 모더니즘 미술 사조로 평가받으며 대략 1909년에서 1916년 사이를 전성기로 본다. 과학기술의 소산인 빛, 움직임, 속도를 찬미했다.


어느 날, 동료 미래파 사진작가가 보여준 한 장의 사진에 깊이 심취하게 됩니니다. 크로노포토그래피* 처음 본 연속해 이어지는 사진에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과학 기술(카메라)의 사실성. 에너지. 속도를 감각합니다. 전통적인 그림에서는 캔버스(제한된) 위에 정지된(속도가 없는) 장면 밖에 보여줄 수 없다는 점도 동시에 깨닫습니다.


* 크로노포토그래피Chronophotography는 움직임의 여러 단계를 포착하는 빅토리아 시대 의 사진 기술 입니다 . 가장 잘 알려진 크로노포토그래피 작업은 대부분 이동에 대한 과학적 연구, 동물 조련사를 위한 실용적인 정보 발견 및/또는 예술가를 위한 참고 자료로 사용되었습니다._나무위키


1887년 크로노포토그래피를 사용하여 Eadweard Muybridge 가 촬영한 동작 연구, 계단 을 내려가는 여성


1909년의 또 다른 사건은 마리네티의 '미래주의 선언문*'. 자코모 발라는 이 선언문의 지지 서명을 하였고, 피카소 등 입체파(큐비즘)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려는 야망도 드러냈습니다. ㅡ 미래주의자가 보기에 입체파(큐비즘)는 형태의 분석에만 몰입한 형식주의 미술로 보았습니다. ㅡ 정적 이미지를 벗어난 현대의 일상에 대한 역동성을 나타낸 그림을 수없이 반복해 실험을 했고, 1912년 마침내 《가죽끈에 달린 개의 움직임》을 완성합니다.


* 미래주의 선언문 (이탈리아어 : Manifesto del Futurismo)은 이탈리아 시인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 가 작성 하고 1909년에 출판된 선언문 입니다. 마리네티 는 과거를 거부하고 속도를 찬양하는 미래 주의 라는 예술 철학을 표현합니다. 기계, 폭력 및 산업. 또한 이탈리아의 근대화를 옹호했습니다. _나무위키


&


1. 《가죽끈에 달린 개의 움직임》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문득 안톤 체호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생각났습니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고전 『롤리타』의 작가)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단편소설 중 하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2. 단편 초반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그 사람은 바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다.

키가 크지 않은 금발의 여자로 뒤에는 하얀 스피츠가 따라가고 있었다.

아무도 그 여자에 대해 몰랐으며 단지 그녀를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라고만 불렀다. _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中


다시 자코모 발라의 그림 《가죽끈에 달린 개의 움직임》을 봤습니다. 간질간질합니다.


3. 묘한, 3 가지 상상.


첫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1898년 발표작으로 충분히 자코모 발라가 그의 작품을 읽었을 가능성.

둘째, 《가죽끈에 달린 개의 움직임》 1912년 작품으로 여인의 하반신 ㅡ 더 정확히는 발의 움직임 ㅡ과 닥스 훈트(강아지)를 그렸습니다. 모두 검은색이고 속도감과 잔상이 느껴지는 한편, 왠지 결혼한 정숙한 귀부인 같다는 느낌. 한편으로는 비밀이 많을 것 같은. 은밀한 분위기,

셋째, 열린 상상을 하게 합니다. 연상지어 떠오른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서 보여준 열린 결말, 《가죽끈에 달린 개의 움직임》에 감춰진 이야기를 관람자의 심상에 심어 놓은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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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분량이 적어 20 ~ 30분이면 충분히 읽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림을 감상하면, 어쩌면 그림 속 여인이 감춘 비밀을 공유 할 수 있을지도,

* 화가 -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 (1871 - 1958년, 이탈리아)

+ 생애


[초기]


발라는 토리노에서 태어나 음악과 회화를 공부합니다. 1895년 로마로 이주하여 일러스트레이터, 풍자 만화가, 초상화 화가로 활동합니다. 그는 순수한 색의 점을 사용하여 광학 효과를 만드는 기법인 프랑스 신 인상주의와 분열주의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탈리아 및 해외의 다양한 장소에서 작품을 전시합니다.


[중기]


미래파 운동에 합류한 발라는 과거를 거부하고 근대성, 기술, 폭력을 찬양하는 미래파 선언문에 서명합니다. 그는 기하학적 도형, 선, 색상, 리듬을 사용하여 그림에서 빛, 움직임, 소리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실험합니다. 또한 미래주의 가구, 의류, 조각품도 만듭니다.


[후기]


발라는 제1차 세계대전과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부상한 후 미래주의에 환멸을 느낍니다. 그는 풍경, 정물, 인물에 초점을 맞춘 보다 비구상적이고 사실적인 화풍으로 돌아옵니다. 또한 추상 미술과 착시 현상도 탐구합니다. 1958년 로마에서 사망합니다.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혁신적인 색채와 형태 사용을 칭찬한 반면, 그의 작품이 조잡하고 유치하거나 감정이 없다고 말합니다.



* * *


+ 회화 스타일


1. 분할주의

분할주의는 작은 점이나 순수한 색의 획을 사용하여 빛과 진동의 광학 효과를 만드는 회화 기법입니다. 발라는 조르주 쇠라트, 폴 시냑 등 프랑스 신 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동료 이탈리아 예술가 움베르토 보치오니와 지노 세베리니에게 이 기법을 배웁니다. 발라는 분단주의를 사용하여 풍경, 도시 풍경, 인물에 대한 자연광의 효과를 포착한 밝고 분위기 있는 회화를 제작합니다.


2. 미래주의

미래주의는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예술 및 문화 운동으로, 속도, 역동성, 폭력성, 현대성을 찬양한 시인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의 선언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합니다. 발라는 1910년 미래파 선언문에 서명한 사람 중 한 명으로,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움직임과 시간을 표현하고자 하는 미래파 화풍을 채택합니다. 그는 겹쳐진 면, 기하학적 도형, 밝은 색상, 리드미컬한 선을 사용하여 그림에 움직임과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또한 속도와 소음의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추상적인 형태와 소리를 실험하기도 합니다.


3. 추상

추상 미술은 현실이나 사물을 표현하지 않고 작가의 감정, 생각 또는 감각을 모양, 색, 선, 형태를 통해 표현하는 회화 스타일입니다. 발라는 1910년대 후반과 1920년대에 천문학, 물리학, 수학, 영성에 대한 관심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추상 스타일을 개발합니다. 그는 기하학적 패턴, 착시 현상, 우주적 상징을 사용하여 우주의 조화, 우주적 질서, 영적 초월을 암시하는 그림을 그립니다. 또한 그는 자신이 거부한 전통적인 예술 형식과 가치를 조롱하기 위해 유머와 아이러니의 요소를 추상 작품에 포함시킵니다.


+ 의식안의 미술관


출처: wikiart


《가죽끈에 달린 개의 움직임》  1912년 발표? 문득 떠오른 그림이 있습니다. 1912년 파리의 독립전 (Salon des Indépendants) 에서 처음 선보인, 당시 파격의 선두주자였던 입체파들조차 파격이라 일컬어진 마르셀 뒤샹 《계단을 내려가는 누드, 2번》(하기 그림)과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사해 보세요.


덧, 하루키의 추상 표현 감상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뒤샹의 작품들과 그가 말한 개념 '앵프라맹스(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에서 영감 받아 시작했습니다. :)

계단을 내려가는 누드, 2번〈Nu descendant un escalier n° 2〉, (1912) 출처:위키피디아






1989년 오늘 아침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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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무반주 첼로연주가 시간(장벽)을 무너트렸다. _하루키

J. S. Bach - Suite No. 2 in D minor, BWV 1008: 4. Sarabande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Giacomo-Balla

[2] https://en.wikipedia.org/wiki/Giacomo_Balla

[3] https://www.wikiart.org/en/giacomo-b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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