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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Apr 04. 2024

아큐정전

루쉰

중국 민족 문화의 원천. 루쉰은 셰익스피어가 영국에서, 톨스토이가 러시아에서, 괴테가 독일에서, 타고르가 인도에서의 위치와 같다. _첸리췬 (베이징대학 문학 교수)


루쉰의 『광인일기』는 노벨연구소 선정 세계 100대 문학목록에 중국 소설 중 유일하게 포함 _나무위키



본명 저우수런周樹人. 1881년 저쟝 성 사오싱紹興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할아버지의 투옥과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902년 일본에 유학. 1904년 의학자가 아닌 문학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1909년 중국으로 돌아옵니다. 1918년 중국최초 현대소설 『광인일기』 발표. 1921년 『아큐정전』을 연재. 단편과 잡문을 남기고 1936년 천식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중국 현대(근대) 문학의 아버지로 유일무이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마리북스판 『아큐정전』은 루쉰이 (일생동안) 쓴 단편 33편 중 8개를 엮은 선집입니다.


▶ 어린 루쉰과 청년 루쉰이 겪었던 좌절과 절망을 주요 소재로 한 첫 번째 단편집 『외침』. 이 중 4편(「광인일기」 「쿵이지」 「고향」 「아큐정전」)이 실렸고 두 편이 재밌었습니다. :)


- 광인일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일기 같은 독백 같은 심리묘사로 자신을 포함한 가족 나아가 사람들이 식인이라는 과대망상을 합니다. 이는 당시 봉건제도, 유교의 폐해를 (상징적) 비판한 것으로 절망과 절규 같았습니다.


- 아큐정전

한국에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1920년대 '아큐'라는 당시 중국의 전형적 인간을 내세워 자기 합리화(현실인식, 자기 타자화 불능)를 통해 마주하는 어떠한 불행도 정신승리를 합니다.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타인(주체를 제외한)의 눈에는 한없이 아둔할 뿐입니다. 출구 없이 끝을 맺습니다.


▶ 혼란과 광란의 시기를 지나 루쉰의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두 번째 단편집 『방황』. 이 중 2편(「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이 실렸습니다. 특별히 감흥은 없었습니다. ^^;;


▶ 창세 신화 속 중국 고대 인물과 중국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세 번째 단편집 『새로 엮은 옛이야기』. 이 중 2편(「하늘을 땜질하다」 「주검」)이 실렸고, 「주검」이 재밌었습니다.


- 주검(鑄劍)

중국의 고전을 빌어 만든 단편으로 신화 같은 옛날이야기. 기괴하고 몽환적 느낌이 좋았습니다. (당시의) 시대적 상징(비판적 은유)을 제하고도 이야기자체가 낯설지 않았고 할아버지가 해준 이야기처럼 친근했습니다.

 


명성에 비해 부담스럽지 않게 (얇은 두께, 낯설지? 않은 이야기) 잘 읽혔습니다. ㅡ 다만 당시(1900년 대 초) 중국 역사, 시대상황, 루쉰의 생애에 대한 이해 등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ㅡ 이상하고 엉뚱해서 재밌었습니다. 당시 중국인의 외세 선진성의 불인정, 중국전통의 맹목적 수용이라는 시대적 우울을 풍자한 작품들.


#한줄감상 - "중국은 5천 년 전통의 역사와 문학, 철학으로 정신적 만리장성을 만들었다. 중국인의 정신은 병들고 곪아 있다. 루쉰은 “중국인이여, 깨어나라” 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단편이 ... 평이하다면 평이한데 루쉰은 왜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걸까?

1) 루쉰은 일본 유학당시 서양의술(과학)을 배워 중국전통(한의학)을 혁파해 중국인의 (육체적) 건강한 미래를 만들려는 큰 뜻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환등 사건*’을 계기로 중국인의 문제는 정신이라 진단하고 중국인의 정신을 개혁(수술)하기위해 작가의 길로 들어섭니다. 죽기 전까지 글을 썼고 편향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 환등사건 - 1904년 가을 도쿄를 떠나 현재의 도호쿠대학인 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한다.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일본인 교수가 틀어준 뉴스 필름 속에서, 일본군에게 처형당하는 중국인 포로를 넋 놓고 바라보는 동포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 루쉰은 그 장면을 보고 ‘중국인은 구경꾼’이라는 정의를 얻었다. 구경꾼은 자기 앞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에 거리를 둔 채, 수동적이고 몰자각적이 된다. 루쉰은 자기 민족의 구경꾼 의식을 흔들어 깨우고자 육체를 고치는 의사가 되기보다 작가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_나무위키


2) 평론가들이 루쉰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중간물’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루쉰의 소설은 계몽소설이라 하지 않습니다. 한없이 어두운 현실을 솔직히 묘사해 기성세대에게 극복할 수 없는 절망의 인정과 객관적 인식을 각성시켜 다음세대에는 ‘극복’될 것이라는 염원이 담겨 있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문학은 중간물(희생) 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합니다.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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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이것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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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인 취위안屈原의 이소 離騷」두 구절이 서두에 있을 뿐이다.

아침에 수레를 타고 창오를 떠나

저녁에 나는 현포에 도착했네

잠시 이 천문에 머물고자 하나

날이 어느덧 저물려 하네

나는 희화에게 채찍을 멈추게 하고

엄자 쪽으로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네

길은 까마득히 아득하고 먼데

나는 오르내리며 찾아 구하고자 하네

이른바 '일모도원日暮途遠’, 곧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먼’ 암담한 현실 앞에서 루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 제프 벡 Jeff Beck - Blow By Blow(앨범) - 1975 / Sony / Funky


발표 당시 상당한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소위 퓨전 기타 프레이즈를 스타일화 하는 데 크나 큰 영향을 미친 앨범이다. 제프 벡은 이 앨범으로 말미암아 재즈 기타리스트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수록곡 모두가 인스트루멘틀로서 기타 솔로라기보다는 거의 멜로디를 연주하듯 전반적인 기타 연주는 간결하고 명료하다. 블루지한 펑키 리듬감으로 대중성을 겸비한 재프 벡 최고의 명반. _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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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라이브재즈바에 갔을 때 50대? 남자 3분이 스테이지에 올라 일렉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블루스이지만 재즈 같은 연주를 했습니다. 강렬했습니다. 연주 곡이 궁금해 집에 돌아와 찾아봤습니다. 제가 알던 앨범의 곡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라이브로) 들으니 몰랐던 것 같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앨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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