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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r 28. 2024

고함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

194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세계문학 100선>


1년 여전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리뷰를 쓰다 이런 글을 발견했었습니다.


『고함과 분노』는 의식의 흐름 (stream of consciousness)이라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listverse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에 이어 난해한 문학작품 2위로 선정했다. _나무 위키


윌리엄 포크너는 20세기 최고 미국 작가로 꼽힙니다. 그의 비평적 성공은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 보다 높이 평가받습니다. 비평가들이 좋아할 요소가 많고, 난해한 내용들. 카프카 『』을 읽다 문득 결심한, 또 다른 최고봉(해발 8,000m 이상)의 정상을 향해. 『고함과 분노』를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윌리엄 포크너는(1897 ~ 1962) 미국 남부에서 태어나 생애 대부분을 보냅니다. 고등학교 중퇴, 제1차 세계 대전 참전, 미시시피 대학 중퇴. 1924년 첫 시집 『대리석 목신』을 출간 후. 『고함과 분노』(1929), 』, 『8월의 빛』(1932), 『압살롬, 압살롬!』(1936) 등의 걸작들을 연속해 발표합니다. 1949년 노벨 문학상 수상.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두 번의 전미도서상, 퓰리처상을 받습니다.


&


콤슨가를 중심으로 1928년 4월 8일 부활절. 전날. 전전날. 1910년 6월 2일 날 벌어진 일.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각 장의 날짜와 중심인물은 기점일 뿐 시간, 공간, 의식, 무의식, 실제, 허구가 뒤엉킨 하루입니다.


『고함과 분노』를 쓰게 한 이미지

한 소녀는 배나무를 타고 올라가 외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을 훔쳐보며 나무 아래에 있는 형제들에게 그 모습을 전해주고 있고, 형제들은 소녀의 진흙 묻은 속옷 엉덩이를 올려다보고 있다. _486p


포크너는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구체화시켜 미시시피주에 제퍼슨 시라는 허구의 도시를 만듭니다. 이곳에 콤슨가를 등장시켜 1 ~ 3장까지 퀜틴(장남), 제이슨(차남), 정신장애 벤지(막내)의 1인칭 시점과 4장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를 만듭니다.


한 장의 이미지.

세계관의 창조.

이미지 속 등장인물과 연관된 이야기의 상상.


셰익스피어 『맥베스』

무의식 중 『고함과 분노』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중략) 생각해 보니 맥베스가 죽기 전에 남긴 독백이 이 소설과 적합할 뿐 아니라 더 나았다고 밝힌 바 있다. _491p


맥베스의 독백을 설명하면 ‘인생은 바보 천치가 고함치고 화를 내면서 떠들어 대는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울부짖으며 생을 마감한다.’ 입니다.


콤슨가의 비극은 (열차가) 정해진 시각에 출발해 도착하는 철도를 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철도가 하나인, 탈선도  불가능한, 숙명 같았습니다. 저항도 고뇌도 수용도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고함과 분노'만이 자유 의지처럼 느껴졌습니다.


덧, 역자는 제목을 ‘소리와 분노’로 할지 ‘고함과 분노’로 할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맥베스의 독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기에 제목을 『고함과 분노』로 번역합니다.


성경

제목과 별개로 『고함과 분노』는 뒤틀린 성경 같았습니다. ㅡ 소설에는 많은 주석이 달렸고, 거의 성경을 인용합니다. ㅡ 가장 관심 간 단어는 ‘배나무’ 였습니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나무를 상징한듯한 나무. 나무를 기어오르는 캐디(장녀). 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속옷에 묻은 진흙은 (자각하지 못한) 충동을 촉발시키는 무엇 같았습니다. 그것을 본 퀜틴(장남). 냄새를 맡는 정신장애 벤지(막내), 그들은 고함과 분노를 합니다.





주석이 없었다면 과거인지, 현재인지, 누가 누구인지 종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초반엔 더디게 본문과 주석을 꼼꼼히 읽었고, 4분의 1 지점이 지나자 흐름이 파악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역자의 굉장한 노고가 느껴졌습니다.


#한줄감상 - "명문가 출신 병약한 어머니, 알코올중독 아버지. 4남매. 미국 남부 명문가의 비극을 보여준 콤슨가. 콤슨가를 처음부터 지켜본 흑인 하녀 딜지는 1928년 4월 8일 부활절 날 이렇게 말한다. '난 처음과 끝을 봤단다.'"



ㅡ 콤슨가 할아버지는 남북전쟁(1861 ~ 1865) 참여 군인 ㅡ 남북전쟁은 남부의 패배로 끝이 납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의 소설 배경. 콤슨가는 초기 미국 이민에 성공한 남부 백인의 상징 같았습니다. 이들은 흑인을 종으로 삼고, 새로 이민 온 가난한 남부 유럽인을 자신들을 위한 노동자로 봤습니다.


분열된 정치와 삶, 정신 병리적 사고 등 모순된 콤슨가. 장남 퀜틴과 (콤슨가의 처음과 현재를 지켜보고 있는) 흑인 하녀 딜지. 이 둘의 시선은 저자 윌리엄 포크너의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된 인물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는 당시 성공한 남부 백인들의 정신 병리현상을 낱낱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 아닐지 ...


Non fui, Sum, Fui, Nom Sum.(논 후이, 숨, 후이, 놈 숨)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한다. 존재했다. 존재하지 않는다〉 _526p


퀜틴이 자주 읊조린 말,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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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예배를 보기 위해 흑인 교회에 벤지를 데려간 그녀는 초빙 목사의 부활절 설교를 듣고는 이렇게 말한다. 〈난 처음과 끝을 봤단다…… 시작을 봤는데 이제 끝도 봤단다〉라고. 이런 딜지 옆에 앉은 벤지 역시 고함과 분노 대신 〈행복해 보이는 푸른 눈으로 황홀감에 빠져〉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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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밑에서 기어 나오는 뱀, 다머디 할머니의 죽음을 보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올라간 캐디, 진흙 묻은 속바지를 쳐다보고 있는 퀜틴과 벤지, 나무에 올라탄 캐디를 〈사탄〉이라고 꾸짖는 딜지, 제이슨의 돈을 훔친 후 이 나무를 타고 내려와 남자 친구와 야반도주하는 캐디의 딸 퀜틴(네 번째 장) 등, 포크너는 에덴동산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배나무는 마치 에덴동산 한가운데 있는 선악과나무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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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들의 민담으로 전해지는 잇몸이 파란 흑인 이야기로, 그 이에 물리면 독이 있어 사망한다는 미신이 있다.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 지미 로저스Jimmie Rodgers - Waiting for a Train


미국 남부.

컨트리 장르의 시작.

미시시피 주 출신(윌리엄 포크너와 같은 지역)

요들송의 근원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랑한, 지미 로저Jimmie Rod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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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서부영화나 팝송을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블루스나 락, 재즈를 좋아하게 된 근원에는 컨트리에 대한 호감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개척자들의 고단함, 노동자 삶의 피로가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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