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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Apr 11. 2024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노벨문학상, 괴테 메달,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일본 문화훈장 등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가 12년간 정교하게 그려낸 '설국'의 세계! (중략) 동양에서 첫 번째 노벨문학상은 인도의 타고르, 그리고 두 번째 노벨문학상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_책소개





저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오사카에서 태어나(1899) 15세 때 부모를 잃고 10년 후 조부마저 세상을 떠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그로 인해 생겨난 허무와 고독, 죽음에 대한 집착은 평생 그의 작품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1937년 '설국' 을 출간해 12년 동안 수정 작업을 거쳐 1948년 마침내 완결판 '설국'이 출간됩니다. 1968년 그간의 작품 활동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72년 3월,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받은 후 퇴원 한 달 만에 자택에서 가스 자살(74세)로 생을 마감합니다.


&


164쪽의 얇은 소설입니다. 줄거리는 어느 겨울 동경에서 니가타 현 에치고 유자와 온천을 가는 도중 여행자 시마무라(작가)는 요코(여종업원)와 기차에서 첫 만남을 갖고, 이어서 여관에서 게이샤 고마코와 만나 일어난 한때의 이야기입니다. 문득 4편의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나츠메 소세키 『풀베개』(190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귤』(1919)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위의 문장은) 『설국』의 유명한 첫 문장. 기차와 요코의 묘사, 차창 밖 사람들, 풍경이 말해주는 감정들 … 인간과 풍경이 일치해 나타난 지고至高의 미美 같았습니다. 시마무라는 온천장에 도착해 게이샤* 고마코와 만남, 샤미센(3현 악기) 소리, 온천장 주변 풍경 등에 예민히 반응하며 서글픈 시련을 감지합니다. 시나브로 스며듭니다. 『풀베개』, 『귤』에서 느낀 애수*가 느껴졌습니다.


* 게이샤藝者 -  연회에서 일본 전통 음악이나 노래, 춤으로 손님을 즐겁게하는 여성

* 애수憐れ - 마음을 서글프게 하는 슬픈 시름


결말에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옥변』(1918),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1957)

활활 타오릅니다. 불꽃은 생명의 소멸을 사라져가는 모든 것을 나타낸 것 같습니다. 타오르고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 어찌할 도리가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들 … 『지옥변』(1918)에서 『설국(1948)』으로 미美의 극단은 승화돼 『금각사(1957)』로 이어진 것 아닐까-


또 하나의 주제, 차창을 통한 빛과 색채, 『설국』전체를 관통하는 소리에 대한 예민함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숙고와 고찰의 끝에 그려진 감각적이고 섬세한 묘사. 아련히 넘나드는 소리. 『설국』은 이야기가 아닌 감각을 쓴, 촉각적 아름다움. 지고至高였습니다.

 


어쩌면 『설국』의 진정한 재미는 일본의 ‘(설국’이라 지칭한) ‘니가타 현’(동해를 접한 일본의 지역)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닐지- 점(니가타 현 풍경)과 점(『설국』 속 자연의 풍경)이 연결된 순간 비로소 『설국』은 온전히 독자에게 들어오지 않을까. 여수*의 아름다움 …


* 여수旅愁 -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


#한줄감상 - 산을 닮은 시마무라, 바다를 닮은 고마코, 설국으로 향하는 기차의 차창에 중첩돼 비친 요코의 얼굴과 저물어가는 노을의 오렌지빛, 환상의 빛幻の光이었다.




『설국』은 겨울과 겨울이 시작되기 전 (주인공) 시마무라의 두 차례 여행기입니다. 문득 든 생각, 


애수憐れ에서 여수旅愁가 된 ‘니가타 현’. 시마무라는 예민하게 감각합니다. 독자는 시마무라에 자연스럽게 동기화 되었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모호해 집니다. 소설이 끝나자 독자의 여행도, 환상도 끝납니다. 두 번의 여행을 다녀옵니다. :)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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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쳐지는 것과 비추는 거울이 마치 영화의 이중노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중략) 게다가 인물은 투명한 허무로, 풍경은 땅거미의 어슴푸레한 흐름으로, 이 두 가지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이세상이 아닌 상징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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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손가락만이 지금 만나러 가는 여자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군, 좀더 선명하게 떠올리려고 조바심치면 칠수록 붙잡을 길 없이 희미해지는 불확실한 기억 속에서 이 손가락만은 여자의 감촉으로 여전히 젖은 채, 자신을 먼데 있는 여자에게로 끌어 당기는 것 같군, 하고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있다가, 문득 그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선을 긋자, 거기에 여자의 한쪽 눈이 또렷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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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는 저녁 풍경이 흘렀다. 비쳐지는 것과 비추는 거울이 마치 영화의 이중노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등장인물과 배경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게다가 인물은 투명한 허무로, 풍경은 땅거미의 어슴프레한 흐름으로, 이 두 가지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이세상이 아닌 상징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특히 처녀의 얼굴 한가운데 야산의 등불이 켜졌을 때, 시마무라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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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가까운 높은 산들이 하얗게 변한다. 이를 '산돌림'이라 한다. 또 바다가 있는 곳은 바다가 울리고, 산 깊은 곳은 산이 울린다. 먼 천둥 같다. 이를 '몸울림'이라 한다. 산돌림을 보고 몸울림을 들으면서 눈이 가까웠음을 안다. 옛 책에 그렇게 적혀 있었던 것을 시마무라는 떠올렸다.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 빛과 소금 2022년 새앨범 ‘Here We Go’


“빛과 소금은 음악을 ‘듣는 것’보다 ‘찾아 듣는 것’을 원한다. 실로 어떤 이에게는 ‘경이’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경외’일 작품이다 올해의 앨범이 벌써 정해졌다” _임진모 음악 평론가


“대한민국 뮤지션이 사랑하는 퓨전재즈의 거장 ‘빛과 소금’이 돌아왔다” _시사매거진 임병수


“한국형 시티팝의 조상으로 추대되며 젊은 음악 마니아들에 의해 재발굴된 듀오 ‘빛과 소금’이 돌아왔다” _한국일보 고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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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빛과 소금’의 새 앨범이 나왔어요. 누군가에겐 좋은, 누군가에겐 이게 뭐야 라 생각할 수 있는,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한국 음악사에 독보적 그룹,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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