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 책이 '라틴아메리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세계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것은 제라르 주네트, 모리스 블랑쇼,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의 유럽 비평가와 사상가들을 비롯해, 알랭 로브그리예나, 장 뤽 고다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움베르토 에코, 밀란 쿤데라 등의 작가와 영화감독 등 유럽의 거의 모든 지식인들이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_책소개
2주 전 '비트코인이 화폐인가? 아닌가?'라는 토론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화폐에 대한 정의를 실물이든 가상이든 사용자 간 신뢰와 보증이 보장된다면 그 자체로 화폐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의 격돌이었습니다. 실제와 허구의 뒤섞임. '픽션들'이 떠올랐습니다.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내
용
1899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나 1986년 6월 제네바에서 사망합니다. 보르헤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작가로 '2세대' 라틴아메리카 예술가들이(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라우라 에스키벨 등)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고, 프랑스 누보로망(신소설), 미국 반사실 주의 작가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
20편의 단편들, (실제와 허구가 뒤섞여) 스토리는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 사문
-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 알모타심으로의 접근
-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 원형의 폐허들
- 바빌로니아의 복권
-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 바벨의 도서관
-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책. 책들이 기하학적으로 배열된 도서관 입니다. 도서관 안에는 거울과 계단이 곳곳에 존재하였고, 무한히 순환합니다. 도서관은 어떤 책을 보관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한 권뿐인 신비의 책, 신비의 책은 도서관 안의 모든 책의 내용을 담은 궁극의 책입니다. 단편은 완벽한 책 속 작은 단편으로 소개됩니다. 특별히 추리(심리)라는 장치를 사용합니다.
▶ 기교들
- 서문
- 1956년의 후기
- 기억의 천재 푸네스
- 칼의 형상
-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
- 죽음과 나침반
- 비밀의 기적
- 유다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 끝
- 불사조 교파
- 남부
전반적으로 미로에 갇힌 느낌입니다. 미로의 탈출이 아닌 미로 중심에 놓인 미지의 진실을 찾는 느낌. 파편화된 단서들은 비밀로 일관된 채 내용이 전개됩니다. 끊임없이 반전을 시도합니다.
감
상
책을 읽는 내내 에셔M.C. Escher의 <상대성relativity> (1953) 이 떠올랐습니다. 원 혹은 뫼비우스를 그리며 무한히 순환하는 계단. 이곳은 『픽션들』에 등장하는 장소, 때로는 도서관으로 때로는 미로로. 대칭적,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실제와 허구의 뒤섞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무질서하게 흩어진 무의식을 도면화시킨 느낌. 보르헤스는 글로, 에셔는 그림으로,
추리소설 혹은 환상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내용의 모호함(상징, 패러디)을 걷어내면 어렵지 않은 소설이란 생각 :)
#한줄감상 - 에드가 앨런 포 일까? 카프카 일까?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서 환상과 심리, 추리는 암약*한다.
* 암약 -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뜻으로, 남들 모르게 맹렬히 활동함을 이르는 말.
사
유
1. 실제와 허구의 혼재 '미로Maze'
'미로'라는 단어에서 (예전에 본) 미드 <웨스트월드>가 떠올랐습니다. 고도화된 안드로이드가 어느 날 인간처럼 깨달음을 얻고, 그러한 인간의 의식을 시각화한 이미지로 '미로'를 보여줍니다. 안드로이드(인간이 창조한)는 인간의 감정(실제적 감각)을 각성하자 감히 닿지 말아야 할(인간이란 신에게 접근하는) 미로의 중심(창조자의 의식)에 닿으려 합니다. 더 나은 생존을 위해
어쩌면 인간이 찾는 진리는 허상(무無) 일 수 있습니다. 허상을 찾기 위해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는 인간. 나는 실제일까? 허구일까?
2. TMI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매우 좋아합니다. '픽션들'의 단편들 중 '바벨의 도서관' 편을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곧 베르베르 소설 『신』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완벽한 책. '신'입니다.
그럼 20000 총.총.총.
저는 한 권의 책이 무한한 책으로 화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주기적이거나 순환적인 책밖에 떠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와 첫 번째 페이지가 동일해서 무한히 계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책 말입니다.
간결하고 명료한 리듬 패턴의 반복으로 여러 악기들이 음색이 더해지며 매력적인 조화를 만들어내는 무곡 볼레로Bolero _위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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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를 20여 곡정도 찾아 듣다 딱히 느낌이 오지 않았습니다. 문득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발견한 기분(깨달음)으로 '볼레로'가 떠올랐습니다. 1번 2번 3번ㆍㆍㆍ10번 반복해 듣다 어느새 감정이 벅차 올라 멜랑꼴리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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