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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Apr 19. 2024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 책이 '라틴아메리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세계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것은 제라르 주네트, 모리스 블랑쇼,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의 유럽 비평가와 사상가들을 비롯해, 알랭 로브그리예나, 장 뤽 고다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움베르토 에코, 밀란 쿤데라 등의 작가와 영화감독 등 유럽의 거의 모든 지식인들이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_책소개


2주 전 '비트코인이 화폐인가? 아닌가?'라는 토론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화폐에 대한 정의를 실물이든 가상이든 사용자 간 신뢰와 보증이 보장된다면 그 자체로 화폐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의 격돌이었습니다. 실제와 허구의 뒤섞임. '픽션들'이 떠올랐습니다.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1899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나 1986년 6월 제네바에서 사망합니다. 보르헤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작가로 '2세대' 라틴아메리카 예술가들이(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라우라 에스키벨 등)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고, 프랑스 누보로망(신소설), 미국 반사실 주의 작가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


20편의 단편들, (실제와 허구가 뒤섞여) 스토리는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 사문

-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 알모타심으로의 접근

-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 원형의 폐허들

- 바빌로니아의 복권

-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 바벨의 도서관

-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책. 책들이 기하학적으로 배열된 도서관 입니다. 도서관 안에는 거울과 계단이 곳곳에 존재하였고, 무한히 순환합니다. 도서관은 어떤 책을 보관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한 권뿐인 신비의 책, 신비의 책은 도서관 안의 모든 책의 내용을 담은 궁극의 책입니다. 단편은 완벽한 책 속 작은 단편으로 소개됩니다. 특별히 추리(심리)라는 장치를 사용합니다.


▶ 기교들


- 서문

- 1956년의 후기

- 기억의 천재 푸네스

- 칼의 형상

-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

- 죽음과 나침반

- 비밀의 기적

- 유다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 끝

- 불사조 교파

- 남부


전반적으로 미로에 갇힌 느낌입니다. 미로의 탈출이 아닌 미로 중심에 놓인 미지의 진실을 찾는 느낌. 파편화된 단서들은 비밀로 일관된 채 내용이 전개됩니다. 끊임없이 반전을 시도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에셔M.C. Escher의 <상대성relativity> (1953) 이 떠올랐습니다. 원 혹은 뫼비우스를 그리며 무한히 순환하는 계단. 이곳은 『픽션들』에 등장하는 장소, 때로는 도서관으로 때로는 미로로. 대칭적,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실제와 허구의 뒤섞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무질서하게 흩어진 무의식을 도면화시킨 느낌. 보르헤스는 글로, 에셔는 그림으로,

추리소설 혹은 환상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내용의 모호함(상징, 패러디)을 걷어내면 어렵지 않은 소설이란 생각 :)

M.C. Escher <relativity>, (1953) 출처: Wiki


#한줄감상 - 에드가 앨런 포 일까? 카프카 일까?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서 환상과 심리, 추리는 암약*한다.

* 암약 -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뜻으로, 남들 모르게 맹렬히 활동함을 이르는 말.




1. 실제와 허구의 혼재 '미로Maze'

'미로'라는 단어에서 (예전에 본) 미드 <웨스트월드>가 떠올랐습니다. 고도화된 안드로이드가 어느 날 인간처럼 깨달음을 얻고, 그러한 인간의 의식을 시각화한 이미지로 '미로'를 보여줍니다. 안드로이드(인간이 창조한)는 인간의 감정(실제적 감각)을 각성하자 감히 닿지 말아야 할(인간이란 신에게 접근하는) 미로의 중심(창조자의 의식)에 닿으려 합니다. 더 나은 생존을 위해

어쩌면 인간이 찾는 진리는 허상(무無) 일 수 있습니다. 허상을 찾기 위해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는 인간. 나는 실제일까? 허구일까?

2. TMI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매우 좋아합니다. '픽션들'의 단편들 중 '바벨의 도서관' 편을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곧 베르베르 소설 『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완벽한 책. '신'입니다.


그럼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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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권의 책이 무한한 책으로 화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주기적이거나 순환적인 책밖에 떠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와 첫 번째 페이지가 동일해서 무한히 계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책 말입니다.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볼레로Bolero


간결하고 명료한 리듬 패턴의 반복으로 여러 악기들이 음색이 더해지며 매력적인 조화를 만들어내는 무곡 볼레로Bolero _위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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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를 20여 곡정도 찾아 듣다 딱히 느낌이 오지 않았습니다. 문득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발견한 기분(깨달음)으로 '볼레로'가 떠올랐습니다. 1번 2번 3번ㆍㆍㆍ10번 반복해 듣다 어느새 감정이 벅차 올라 멜랑꼴리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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