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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y 02. 2024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자신의 불편한 심사를 털어놓는다. “어떤 국가 또는 사회계층 또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라고 일갈하며 그는 문학의 존재이유가 ‘심미적 희열’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곧 도덕이나 윤리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_해설 중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1899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오래된 귀족 명문가에 출생. 17세에 자비로 『시집』을 발간하며 문학에 입문.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조국을 등진 후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스위스 등지로 옮겨 다니며 평생을 집 없는 떠돌이로 살았습니다. 1940년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1955년 ‘롤리타 신드롬’을 일으킨 소설 『롤리타』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됩니다. 1977년 7월 2일 스위스의 작은 휴양도시 몽트뢰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


3가지 측면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미국 전역을 누비는 로드무비 같은

주인공 험버트는 12살의 롤리타를 만나(1947년) 치명적 사랑에 빠집니다.(험버트의 관점) 그리고 양아버지가 되어 부인(롤리타의 친엄마)의 죽음과 함께 미국을 자동차로 여행(1947 ~ 1949)하다 롤리타는 중간에 사라집니다. 1952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해 롤리타를 만나고 한 명의 남자를 죽이고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광활한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일어나는 전형적인 ㅡ 1950년대는 드물었겠지만 ㅡ 할리우드식 로드무비가 연상됐습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소설 속 주인공 험버트가 같이 만든 책(회고록)

소설 속 주인공 험버트와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중첩된 묘사를 합니다. 예를 들면 중간중간 ‘독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소설(책) 바깥의 독자에게 설명 혹은 변명을 합니다. 전혀 섞일 수 없는 이들에게 하나의 목적이 있습니다. 책(회고록)을 완성하는 것. 그 책은 허구이든 실제이든 '나는 세계에 존재했다'라는, 잊히고 싶지 않은 간절함, 같았습니다.


시적 에로티시즘 소설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등이 나오고, 상징주의, 신비주의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애너그램*적 상징들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ㅡ 물론 번역되었고, 번역가의 보충 설명을 통해 이해했습니다. ㅡ 일기 같은, 자서전 같은, 에로틱한, 시적인 에로티시즘, 탐미적 소설이었습니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_『롤리타』 첫 문장


* 애너그램 - 한 단어나 어구에 있는 단어 철자들의 순서를 바꾸어 원래의 의미와 논리적으로 연관이 있는 다른 단어 또는 어구를 만드는 일



소재가 … 꽤- 심리적 난이도?가 높습니다. 어쩌면 여성보다 남성이 읽어내기 힘든 소설이지 않을까-란 생각도, ㅡ 특히 소설의 세계관에 과몰입해 읽는 독자라면 … ㅡ 다행히 번역이 맞아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편, 『롤리타』는 언어적 유희와 애너그램을 많이 사용한다고, 역서가 아닌 '원서'를 읽어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부분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번역은 미완성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치고 또 고치겠다. 그러나 결론을 내려줄 나보코프가 이승에 없으니 영원한 미완성일지도 모른다. _425p 옮긴이의 말 中


#한줄감상 - 유미주의*의 초극단, 만약 오스카 와일드가 살아있었다면 최고의 소설이라 찬양했을, 소설

* 유미주의 - 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는 예술 사조. 탐미주의(耽美主義)라고도 한다. 넓은 의미에서의 유미주의는 미적 향수(享受) 및 미적 형성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인생관 ·세계관



1. "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롤리타』속에는 어떠한 도덕적 교훈도 없다." _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예술을 위한 예술 _오스카 와일드


1955년 출판한 『롤리타』. 당시로선 충격적이었고, 미국에선 한때 판매금지가 되었던, 포르노그래피, 소아성애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붙었던 소설. 2022년 현재 노벨 연구소(노벨 문학상 심사기관) 선정 최고의 책 100선 중 한 권. 재밌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밤입니다.


2. 도리스 리의 그림을 보더니 건초 위에서 낮잠을 자는 남자가 전경에 그려진, 짐짓 관능적인 자태를 뽐내는 말괄량이의 아버지냐고 물었고, _250p


도리스리 <정오> 남자와 여자는 …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도리스리 <정오> 출처: Wiki

3. 칠판 위에 레이놀즈의 <순수의 시대>를 세피아색으로 복제한 그림을 걸어놓고 투박하게 생긴 학생용 책상을 몇 줄 배치했다. _248p


조슈아 레이놀즈의 <순수의 시대> 기묘하네요.

조슈아 레이놀즈의 <순수의 시대> 출처: Wiki


이상! 19금… 리뷰를 마칩니다. :)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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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버트는 그의 영혼을 뒤흔드는 야릇한 마력을 지닌 희귀한 소녀들을 님펫이라고 부르는데, 자격조건이 아홉 살에서 열네 살까지다. 그 나이를 넘어서면 롤리타도 님펫의 자격을 상실한다. 곧 ‘롤리타 없는 롤리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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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 강의』에는 나보코프 스스로 러시아 최고의 작가로 평한 톨스토이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나온다. 소설 쓰기를 중단한 만년의 톨스토이가 어느 날 서재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꺼내 중간부터 읽기 시작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표지를 보았더니 자신이 쓴 『안나 까레니나』였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나보코프가 인용한 이유는 자명해 보인다.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 나보코프는 『롤리타』를 자신이 쓴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만년의 나보코프 또한 우연히 서가에서 빼든 소설을 읽고서 경탄했을지 모른다. 도대체 이 걸작의 제목이 뭐지? "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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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하다'라는 말은 '독특하다'라는 말의 동의어인 경우가 종종 있으며, 위대한 예술작품은 모두 독창적이고, 바로 그러한 본질 때문에 크든 작든 충격적인 놀라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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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과녁을 넘어가서 악몽에 꽂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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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품은 분리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문학론의 옹호자인 나보코프가 책 말미에 해설에 해당하는 '작가의 말'을 붙였다는 점이 특이하다.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1.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2. 레프 톨스토이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


3. 르네 프리네의 <크로이처 소나타>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미 단호한 거부감이 안개처럼 눈을 가렸지만 '내' 침대 위에 걸린 르네 프리네의 그림 <크로이처 소나타>만은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_49p


4. 야나체크의 현악 4중주Leos Janacek: String Quartet No. 1 Kreutzer Sonata, I. Adagio - con moto


기묘하지만 에로틱하지는 않습니다. 묘한 긴장감이 파르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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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 > 레프 톨스토이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 -> 르네 프리네의 그림 <크로이처 소나타> -> 이에 영감 받아 만든 야나체크의 현악 4중주. 여기에 『롤리타』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






공지) 전 27화, 연재를 당분간 중단 예정입니다. (향후 연재 재계 계획 있습니다.) 새로운 컨텐츠로 돌아올 것을 약속 드리며 그동안 서평을 읽고 관심가져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향후 공지 삭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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