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자신의 불편한 심사를 털어놓는다. “어떤 국가 또는 사회계층 또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라고 일갈하며 그는 문학의 존재이유가 ‘심미적 희열’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곧 도덕이나 윤리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_해설 중
내
용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1899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오래된 귀족 명문가에 출생. 17세에 자비로 『시집』을 발간하며 문학에 입문.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조국을 등진 후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스위스 등지로 옮겨 다니며 평생을 집 없는 떠돌이로 살았습니다. 1940년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1955년 ‘롤리타 신드롬’을 일으킨 소설 『롤리타』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됩니다. 1977년 7월 2일 스위스의 작은 휴양도시 몽트뢰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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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측면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미국 전역을 누비는 로드무비 같은
주인공 험버트는 12살의 롤리타를 만나(1947년) 치명적 사랑에 빠집니다.(험버트의 관점) 그리고 양아버지가 되어 부인(롤리타의 친엄마)의 죽음과 함께 미국을 자동차로 여행(1947 ~ 1949)하다 롤리타는 중간에 사라집니다. 1952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해 롤리타를 만나고 한 명의 남자를 죽이고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광활한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일어나는 전형적인 ㅡ 1950년대는 드물었겠지만 ㅡ 할리우드식 로드무비가 연상됐습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소설 속 주인공 험버트가 같이 만든 책(회고록)
소설 속 주인공 험버트와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중첩된 묘사를 합니다. 예를 들면 중간중간 ‘독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소설(책) 바깥의 독자에게 설명 혹은 변명을 합니다. 전혀 섞일 수 없는 이들에게 하나의 목적이 있습니다. 책(회고록)을 완성하는 것. 그 책은 허구이든 실제이든 '나는 세계에 존재했다'라는, 잊히고 싶지 않은 간절함, 같았습니다.
시적 에로티시즘 소설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등이 나오고, 상징주의, 신비주의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애너그램*적 상징들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ㅡ 물론 번역되었고, 번역가의 보충 설명을 통해 이해했습니다. ㅡ 일기 같은, 자서전 같은, 에로틱한, 시적인 에로티시즘, 탐미적 소설이었습니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_『롤리타』 첫 문장
* 애너그램 - 한 단어나 어구에 있는 단어 철자들의 순서를 바꾸어 원래의 의미와 논리적으로 연관이 있는 다른 단어 또는 어구를 만드는 일
감
상
소재가 … 꽤- 심리적 난이도?가 높습니다. 어쩌면 여성보다 남성이 읽어내기 힘든 소설이지 않을까-란 생각도, ㅡ 특히 소설의 세계관에 과몰입해 읽는 독자라면 … ㅡ 다행히 번역이 맞아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편, 『롤리타』는 언어적 유희와 애너그램을 많이 사용한다고, 역서가 아닌 '원서'를 읽어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부분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번역은 미완성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치고 또 고치겠다. 그러나 결론을 내려줄 나보코프가 이승에 없으니 영원한 미완성일지도 모른다. _425p 옮긴이의 말 中
#한줄감상 - 유미주의*의 초극단, 만약 오스카 와일드가 살아있었다면 최고의 소설이라 찬양했을, 소설
* 유미주의 - 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는 예술 사조. 탐미주의(耽美主義)라고도 한다. 넓은 의미에서의 유미주의는 미적 향수(享受) 및 미적 형성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인생관 ·세계관
사
유
1. "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롤리타』속에는 어떠한 도덕적 교훈도 없다." _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예술을 위한 예술 _오스카 와일드
1955년 출판한 『롤리타』. 당시로선 충격적이었고, 미국에선 한때 판매금지가 되었던, 포르노그래피, 소아성애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붙었던 소설. 2022년 현재 노벨 연구소(노벨 문학상 심사기관) 선정 최고의 책 100선 중 한 권. 재밌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밤입니다.
2. 도리스 리의 그림을 보더니 건초 위에서 낮잠을 자는 남자가 전경에 그려진, 짐짓 관능적인 자태를 뽐내는 말괄량이의 아버지냐고 물었고, _250p
도리스리 <정오> 남자와 여자는 …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도리스리 <정오> 출처: Wiki3. 칠판 위에 레이놀즈의 <순수의 시대>를 세피아색으로 복제한 그림을 걸어놓고 투박하게 생긴 학생용 책상을 몇 줄 배치했다. _248p
조슈아 레이놀즈의 <순수의 시대> 기묘하네요.
조슈아 레이놀즈의 <순수의 시대> 출처: Wiki
이상! 19금… 리뷰를 마칩니다. :)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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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버트는 그의 영혼을 뒤흔드는 야릇한 마력을 지닌 희귀한 소녀들을 님펫이라고 부르는데, 자격조건이 아홉 살에서 열네 살까지다. 그 나이를 넘어서면 롤리타도 님펫의 자격을 상실한다. 곧 ‘롤리타 없는 롤리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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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 강의』에는 나보코프 스스로 러시아 최고의 작가로 평한 톨스토이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나온다. 소설 쓰기를 중단한 만년의 톨스토이가 어느 날 서재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꺼내 중간부터 읽기 시작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표지를 보았더니 자신이 쓴 『안나 까레니나』였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나보코프가 인용한 이유는 자명해 보인다.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 나보코프는 『롤리타』를 자신이 쓴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만년의 나보코프 또한 우연히 서가에서 빼든 소설을 읽고서 경탄했을지 모른다. 도대체 이 걸작의 제목이 뭐지? "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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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하다'라는 말은 '독특하다'라는 말의 동의어인 경우가 종종 있으며, 위대한 예술작품은 모두 독창적이고, 바로 그러한 본질 때문에 크든 작든 충격적인 놀라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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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과녁을 넘어가서 악몽에 꽂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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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품은 분리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문학론의 옹호자인 나보코프가 책 말미에 해설에 해당하는 '작가의 말'을 붙였다는 점이 특이하다.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1.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2. 레프 톨스토이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
3. 르네 프리네의 <크로이처 소나타>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미 단호한 거부감이 안개처럼 눈을 가렸지만 '내' 침대 위에 걸린 르네 프리네의 그림 <크로이처 소나타>만은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_49p
4. 야나체크의 현악 4중주Leos Janacek: String Quartet No. 1 Kreutzer Sonata, I. Adagio - con moto
기묘하지만 에로틱하지는 않습니다. 묘한 긴장감이 파르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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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 > 레프 톨스토이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 -> 르네 프리네의 그림 <크로이처 소나타> -> 이에 영감 받아 만든 야나체크의 현악 4중주. 여기에 『롤리타』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
공지) 전 27화, 연재를 당분간 중단 예정입니다. (향후 연재 재계 계획 있습니다.) 새로운 컨텐츠로 돌아올 것을 약속 드리며 그동안 서평을 읽고 관심가져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향후 공지 삭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