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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

앙리 마르탱

by 하루키

'평온'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엘리시움 평원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엘리시움은 저승에서 축복받은 영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음악과 춤, 운동 경기를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공간입니다 _위키피디아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serenity-illustration-for-book-vi-of-the-aeneid.jpg Henri Martin <Serenity, illustration for Book VI of the Aeneid>, (1899) 출처:Wiki



+ 하루키 감상

마르탱은 1889년 파리 살롱전에서 큰 상을 수상합니다. 금메달입니다. 또 한 번 살롱전에서 상을 받은 마르탱은 파리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예술가가 됩니다. 하지만 내성적인 마르탱은 일체의 인터뷰나 매체에 응하지 않고, 홀로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교외로 나가 풍경화만 그립니다. 그런 마르탱의 유일하다시피 한 친구는 (첫 살롱전에서 알게 된) 선배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로댕의 작업실을 찾아가 로댕을 만납니다. 그가 작업한 조각을 감상하거나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인 까미유 클로델과 대화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클로델은 고전 문학에 조예가 깊어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종 예술적 영감을 얻었습니다.


어느 오후 마르탱은 멍하니 로뎅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으로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클로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클로델: 마르탱.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를 아시나요? 마르탱이 보고 있는 나무를 따라 보다 문득 생각났어요.

마르탱: 베르길리우스? 단테의 『신곡』을 읽고 알았어요. 로마의 유명한 시인이라는 것. 자세히는 몰라요.


클로델: 그런가요?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 제6권에서 주인공 아이네이아스Aeneas가 저승을 여행하는 장면이 나와요. 단테의 『신곡』과 비슷한 부분이 있죠. (미소) 아이네이아스는 여정을 통해 미래 로마를 건국하게 될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이 과정에서 엘리시움*에 도착해요.

마르탱: (홍차를 마시며) 호-


* 엘리시움Elysium)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낙원. 선한 삶을 산 사람들이 죽은 후에 머무르는 영원한 안식처로 묘사됩니다.


클로델: 시월. 오후 2시. 맑음. 사랑하는 로댕. 점묘법의 마술사 마르탱. 새로 온 영국식 홍차. 문학 이야기. 마르탱 당신의 시선을 따라가다 엘리시움을 발견했어요. 이 순간이 엘리시움이겠죠? (로댕은 싫어하지만) 친구 드뷔시가 작곡한 아라베스크! 아라베스크가 생각나요. 이 순간의 음률.

드뷔시 아라베스크 1번 Debussy - Arabesque No.1


마르탱: 엘리시움 ... 엘리시움은 어떤 곳일까. 클로델. 홍차 잘 마셨어요. (찡긋)


마르탱은 로댕과도 인사를 끝내고 로뎅의 집을 나와 곧장 작업실로 향합니다. 엘리시움은 어떤 곳일까.



&



1. 일 년 내내 가을인 곳. 황혼. 태양의 신 아폴로의 리라 연주로 대기가 채워진 곳, 여기저기 들려오는 새소리, 벌레소리는 디오니소스의 노래 같다. 숲 속. 직선으로 높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작은 개울이 흐른다. 수많은 영혼들. 하얀색 토가(로마식 복장)를 입고 각자의 일들을 하고 있다. 날개 없는 세 명의 여신은 아폴로를 쫓아 사선으로 하늘을 향한다.


2. 드뷔시. 클로델 앞에서 말을 못 했지만 사실 나(마르탱)도 드뷔시를 좋아한다. 나는 '꿈Reverie'을 좋아해라는 말을 못 했다.

드뷔시 꿈 (Debussy Reverie)


3. 엘리시움 + (드뷔시) 아라베스크 + (드뷔시) 꿈을 이미지화한다면 《평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고요, 밤하늘, 자유, 명상, 달빛, 희망, 경외, 숲, 안개, 조화, 영원, 음악, 들판, 따스함, 꿈결, 환희, 순수, 이상, 몽환, 초월, 안락, 사색, 신비로움, 비움, 조화, 느림,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풀향기, 흙냄새, 흔들림.


4. 갑자기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엘리시움에는 우울이 존재할까? 존재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엘리시움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우울 아닐지. 우울의 순간 이상향은 실재가 된다.


... 나무에 기댄 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고개를 깊이 숙인 여인을 그렸다. 나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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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 앙리 장 기욤 마르탱Henri Jean Guillaume Martin (1860 ~ 1943, 프랑스)

+ 전기(1860-1882)


앙리 장 기욤 마르탱Henri Jean Guillaume Martin은 1860년 프랑스 툴루즈Toulouse에서 태어나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합니다. 어릴 적부터 예술에 재능을 보였고, 1877년 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에 입학해 정식으로 미술을 배웁니다.


1879년 파리로 이주해 장-폴 로랑Jean-Paul Laurens의 아틀리에에서 아카데믹 기법을 배웁니다. 이후 이탈리아로 유학해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넓힙니다.


+ 중기(1883-1909)


1883년 파리 살롱에서 첫 메달을 수상하며 화단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마르탱은 1889년 살롱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프랑스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같은 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으며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는 금메달을 수상해 이를 계기로 마르탱은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 참여. 프랑스 정부로부터 여러 건축물의 벽화를 의뢰받습니다. 그의 벽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파리 시청Hôtel de Ville de Paris과 툴루즈 국립극장Capitole de Toulouse의 장식화입니다. 마르탱은 점차 풍경화와 전원적인 삶을 주제로 한 작품에 집중합니다.


+ 후기(1910-1943)


1912년 마르탱은 카오르Cahors 근처 라바스티드 뒤 베르에Labadie-du-Vert에 정착해 남은 생애 동안 아름다운 자연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합니다. 이곳에서 제작한 풍경화들은 따뜻한 색감과 평온한 분위기로 유명합니다. 1943년 (83세) 라바스티드 뒤 베르에Labadie-du-Vert의 자택에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마르탱의 작품들이 장식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해 뚜렷한 이야기나 극적인 요소를 다루기보다 조화로운 색감, 빛의 표현만 두드러져 깊이와 서사가 부족하다 지적합니다. 단순한 미적 즐거움은 제공하지만, 더 깊은 주제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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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주요 특징


1. 아카데미즘 초기 스타일


마르탱은 파리에서 아카데미즘에 기반한 전통적인 역사화와 인물화를 그리며 경력을 시작합니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은 고전주의적 구도와 사실적인 표현이 특징입니다. 쥘 르페브르와 장 폴 로랑의 영향으로 세밀한 묘사와 명확한 윤곽선이 돋보입니다. 주제는 주로 고대 신화나 성서에 나오는 장면을 묘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 인상주의 및 신인상주의적 전환기


1890년대에 마르탱은 아카데미즘에서 벗어나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으며 색채 실험을 시작합니다. 특히 점묘주의와 유사한 기법을 활용해 빛과 색의 조화를 중시하는 작품을 제작합니다. 이 시기 작품들은 밝은 색조와 부드러운 터치를 특징으로 하며 자연의 생동감을 강조합니다. 감성적인 터치가 살아 있어 독창성을 인정받습니다.


3. 자연주의적 풍경화와 벽화 스타일


후기에는 전원 풍경과 벽화 작업에 집중합니다. 마르탱은 프랑스 남부의 전원생활을 주제로 따뜻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담은 작품을 다수 작업했습니다. 이 시기 작품은 정적이고 평온한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며, 벽화 작업에서는 장식성과 서정적 표현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벽화는 공공 건축물의 장식적 역할을 넘어선 예술 작품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L' Homme entre le Vice et la Vertu(악덕(유혹)과 미덕(고귀한 이상) 사이의 남자; 하기 그림)은 앙리 마르탱의 스타일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예시로, 그의 상징주의적 경향과 자연주의적 풍경 묘사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과 배경의 융합은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관객에게 깊은 서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_Wikipedia


음 ...


쾌락의 여신과 숭고의 여신 사이에

한 남자가 나체로 쾌락의 여신들 사이에서 빠져나오려는 것 같습니다.


우주의 어느 별. 3개의 태양과 5개의 달이 있는 곳,


쾌락에서 막 빠져나온 남자.

지평선 끝 창백한 세 번째 달이 보입니다.


주변은 황량한 황토색 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어쩌면 나체의 남자가 본 숭고의 여신은

환상일지 모릅니다. 쾌락에 도취된 상태에서 본 환영.

Henri_Martin_-_L'Homme_entre_le_vice_et_la_vertu_-_Musée_des_Augustins_-_200.jpg Henri-Jean Guillaume Martin <L' Homme entre le Vice et la Vertu>, (1892) 출처: Wiki




"오늘은 슈만이 태어난 날이다. 밝은 곡을 고르려고 했지만

슈만의 삶은 기쁨이나 사랑,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슬픔과 광기 어린 비탄으로 가득 차 있었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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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과 아내 클라라. 클라라라는 이름은 영화와 문학 속에서 여주인공 이름으로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수없이 등장한다. _하루키


Abendlied는 슈만이 1849년에 작곡한 12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소품집 Op. 85의 마지막 곡으로, 독일어로 '저녁노래'라는 뜻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평온함과 명상을 전하는 곡으로,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깊은 정서가 깃든 걸작입니다. _Wiki
Robert Schumann - Abendlied - Op. 85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Wikipedia: Henri-Jean_Guillaume_Martin

[2] Wikiart: Henri-Jean_Guillaume_Martin

[3] Museehenrimartin : Henri-Jean_Guillaume_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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