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아돌프 테시에
타인의 시선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 가면 속으로 숨고 싶을 만큼 답답할 때
이 그림은 어떤가요? 편안한 휴식과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_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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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 하루키 감상
1886년 테시에는 파리 살롱전에서 염원하던 미술 상을 처음으로 수상합니다. 수차례의 도전 끝 이뤄낸 살롱전 미술 상 수상. 테시에는 주류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의뢰가 쏟아졌고, 주로 성공한 무역업자들의 초상화나 귀족들의 거실을 장식할 (프랑스 교외의) 풍경화 제작 의뢰였습니다. 의뢰받은 그림을 기계적으로 완성해 판매를 하자 그의 그림은 점차 생명력을 잃어 갑니다. 한편 수입은 점점 늘어나 경제적으로는 풍요롭게 됩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9년이란 시간이 흐릅니다.
1895년 봄. 테시에는 갑자기 가족, 친구, 동료에게 휴식을 선언합니다. "1년간 그림을 그리지 않겠습니다. 어떠한 의뢰도 부탁도 받지 않겠습니다."
휴식기를 선언한 테시에는 아무도 모르게 준비한 (파리에서 마차로 며칠이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남부의 액상 프로방스 근처 별장 겸 작업실에 도착합니다. 제약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구속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곳. 예술, 자연, 테시에. 세 개의 세계만이 상호작용하는 세상. 어느새 봄은 끝나고 여름이 찾아옵니다.
6월의 어느 날 집에 식료품이 떨어져 오랜만에 마을을 향해 걷던 테시에는 어디선가 젊은 여성들의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환청인가? 싱그러운 숲.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부딪혀 잔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촤악촤악. 착각인가.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기자 또다시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진짜 웃음소리다. 테시에는 웃음소리가 너무 궁금해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방향을 틉니다. 두 명의 여인이 가로로 누워 하얀 피에로 옷을 입은 광대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이런 시골에서 광대라니. 깜짝 놀란 테시에는 허벅지를 꼬집습니다. 눈앞의 광경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두 여인은 광대에 집중해 테시에의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얼굴에 하얀 분을 칠한 광대. 얇게 뜬. 4분의 3이 흰 자인. 점 같은 눈동자. 광대와 테시에는 눈이 마주칩니다. 전율. 테시에는 급히 메모장을 꺼내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광대의 점은 (눈동자는) 두 여인과 테시에를 빠른 속도로 교차해 보면서 공연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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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광대. 피에로. 집시. 뭐라 불려져도 상관없다. 테시에만 아니면 된다. 매년 여름이 되면 나는 하얀 분을 칠해 표정이나 주름을 감추고, 하얀색 피에로 복장. 빨강과 흰 으로 꾸민 일본식 우산, 고깔모자를 쓰고 파리의 거리 가끔 시골 등에서 공연을 한다. 보통 내가 나타나면 처음에는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갈색 류트로 연주를 시작하고 노래를 부르면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온다. 때때로 마술과 노래, 연기를 한다. 나는 자유다.
2. 스무 살도 안돼 보이는 앳된 여인이 다가와 질문을 한다. "어디서 왔어요?" "지금 연주하는 곡의 이름은 뭔가요?" "언제까지 공연하죠?" 나는 대답하지 않고 빨간 입술과 눈으로 모양을 만든다. 연기와 노래를 한다. 앳된 여인은 얼굴을 붉힌 채 물러난다. 나는 공연을 하고,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나의 공연을 본다.
3. 뜨거웠던 여름이 끝날 무렵.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 공연이 될 즈음. 한 중년 귀족 부인에게 초청 편지를 받았다. 자신의 저택에서 공연을 해달라는 정중한 부탁. 광대는 주저 없이 귀족 부인의 저택으로 향한다. 파리의 끝 교외의 저택. 저택 안 넓은 정원에 두 명의 젊은 여인이 보였다.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하면서 작은 피크닉을 즐기는 것 같았다. 곧 두 여인은 나를 알아채고 반갑게 맞이한다. 살아있는 4개의 에메랄드.
4. 나는 즉시 일인극 공연을 시작했다. 때때로 연주와 노래를 했다. 긴장한 채 공연을 지켜보던 두 여인은 점차 편안한 자세가 되어 갔다. 나는 두 여인의 눈을 본다. 얇게 뜬. 4분의 3이 흰 자인. 점 같은 눈동자.
테시오는 스케치를 끝냈다.* 테시오는 광대와 눈 맞춤 속에서 나를 만났다. 연기하는 나. 광대가 된 나. 지금의 나와 다른 나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제이면서 환상이다. 광대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나와 마주친 나. 눈앞에 펼쳐진 실제의 광경이 겹쳐진 순간을 스케치했다. 선은 보여주는 것. 색은 실현하는 것.
* 위 배경설명 이야기 속에서 테시오와 광대의 눈이 마주친 장면과 스케치 장면이 중첩된 장면.
루이 아돌프 테시에Louis Adolphe Tessier (1858 ~ 1915, 프랑스)
+ 전기(1858-1879)
루이 아돌프 테시에는 1858년 프랑스의 앙제Angers에서 태어납니다. 아버지 장 테시에Jean Tessier는 정원사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습니다. 테시에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 흥미를 느꼈고 테시에의 부모는 아들의 예술적 관심을 지지했습니다. 10대부터 테시에는 지역 화가들의 스튜디오에서 도제 생활을 시작합니다.
1875년 테시에는 파리 국립 미술학교École Nationale des Beaux-Arts에 입학하여 유명한 화가 장-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의 지도를 받습니다. 제롬은 아카데믹한 전통과 역사화를 중시하던 교수였으며 그의 영향으로 테시에는 세부 묘사와 사실적 표현 기법에 능숙해집니다. 이 시기 테시에는 고전적 주제를 다루며 기초 실력을 쌓았고, 동료 학생들과도 교류하며 예술에 대한 시야를 넓힙니다.
+ 중기(1880-1899)
1882년 테시에는 파리 살롱Salon des Artistes Français에 첫 작품을 출품하며 공식 데뷔를 합니다. 초창기부터 역사화, 종교화를 주요 주제로 삼았으며,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평단의 주목을 받습니다. 1886년 파리 살롱에서 그의 작품이 명예상을 수상하면서 테시에는 프랑스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릅니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은 사실주의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낭만주의적 감성을 가미한 독특한 스타일을 형성합니다. 주로 농촌과 도시의 일상적 풍경을 담아냈으며, 시대적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반영합니다.
또한 테시에는 여행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여러 유럽 국가를 방문하며 각국의 예술적 전통과 문화를 흡수하였고, 이를 작품에 반영해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본 르네상스 미술은 그의 색채 감각과 구도에 큰 영향을 줍니다.
+ 후기(1900-1915)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테시에는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구축합니다. 프랑스 농촌의 삶과 노동의 모습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리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 시작합니다. 대표작 중 하나인 <노동자의 휴식>은 당시 산업화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사회적 현실에 대한 테시에의 관심을 보여줍니다.
1905년 파리 살롱 정회원Sociétaire으로 선출돼 테시에의 예술적 입지는 확고해집니다. 이 시기 파리와 고향 앙제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습니다. 1909년 <축제의 저녁(Soir de fête)>으로 살롱 금메달을 수상하며 경력의 정점을 찍습니다. 이 작품은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붓 터치로 표현해 대중과 평단 모두 큰 호평을 받습니다.
1910년부터 테시에의 건강은 악화되었고, 주로 고향 앙제에서 요양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며, 1915년 (56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테시에의 작품이 지나치게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합니다. 특히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가 유럽 화단을 지배하던 시기에 테시에의 고전적 화풍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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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특징
1. 사실주의적 역사화
초기 테시에의 작품은 사실주의적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역사적 사건이나 종교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세부 묘사에 공을 들였으며, 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특히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단순한 서사적 장면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감정과 분위기를 담아내 극적인 효과를 보여줍니다.
2. 낭만주의적 풍경화
중기에는 낭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풍경화를 많이 제작합니다. 테시에는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본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도시 풍경을 따뜻한 색채와 부드러운 터치로 표현합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본 이국적인 풍경은 그의 예술적 표현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테시에는 낭만주의적 감성과 사실적 표현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관객에게 평온함과 서정적인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3.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사실적 장르화
후기에는 산업화와 사회 변화에 따른 인간 삶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품을 많이 제작합니다. 테시에는 단순히 노동의 고통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의 인간적 연대와 희망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또한, 당시 산업화로 인한 도시 빈민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여성은 갈색 벨트로 허리를 조인 붉은 블라우스를 입고 있으며, 머리에는 하얀 아네모네 꽃을 꽂고 있습니다. 작은 밀짚 바구니에는 잘 익은 복숭아가 담겨 있어, 작품에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수직적인 형태로, 여성의 머리에서부터 돌로 된 엔타블레이처(entablature)까지 삼각형 구도를 이루며, 이는 작품에 안정감과 조화를 부여합니다. _Wikipedia
정면을 응시하는
(이름이 궁금한) 여인
여인의 검은 눈동자는 흔들림 없습니다.
농익은 청포도에 반사된 빛. 여인의 눈을 비춥니다.
한 손에는 포도송이
한 손에는 포도알 한 알
"청포도 먹어 보지 않을래요?"
붉은 살색의 복숭아. 붉은 드레스
하얀 아네모네 꽃
시공간의 벽에 틈이 생깁니다.
프랑스 남부 시골
어느 여름날.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지난 5개월 동안 사티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제 사티를 소개할 시간이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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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월 1일. 첫날. 첫 클래식. 에릭 사티의 3/4박자 낭만적 우울. _하루키
* 작사가 Henry Pacory가 가사를 썼으며, 원래는 가창곡(노래)으로 쓰였습니다.
“Je te veux”의 가사는 사랑에 대한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욕망을 비교적 노골적으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감정이 포함됩니다:
"나는 너를 원해, 완전히 원해"
"당신과 함께하는 삶이 나의 전부가 되길 원해"
"나를 껴안아줘, 나의 입술에 키스해 줘"
이러한 내용은 사티가 보통 보여주던 냉소적이거나 추상적인 태도와는 대조적이며, 당시 프랑스 대중문화의 낭만성과 관능미를 잘 반영합니다. _Wiki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Artnet: louis-adolphe-tess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