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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의 날

파니 브라테

by 하루키

계획이 틀어져 '망쳤다'는 자책감이 들면 이 그림 속 작은 소녀에 주목하세요.

나뭇잎 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소녀처럼 차근차근 다시 놓는 마음이면 되지 않을까요? _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中다.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1349px-Fanny_Brate-Namnsdag.jpg Fanny Brate <Name Day>, (1902) 출처:Wiki



+ 하루키 감상

1887년 브라테는 (문자 학자) 에릭과 결혼을 합니다. 1901년 브라테는 네 번째 아이를 낳고,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을 선언한 후 그림에만 전념합니다. 1902년 늦은 봄. 정어리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번 (남편 에릭의 친구) 뤼벤의 별장에 초청을 받습니다. 스톡홀름에서 마차로 2시간 거리였던 뤼벤의 별장은 일조량이 높고, 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 그림 같은 별장이었습니다. 별장 일대의 사냥터, 농장, 호수까지 모든 뤼벤의 소유였습니다.


"워~ 워~" 마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도착했습니다." 브라테와 에릭은 마차에서 내렸고, 마중 나온 뤼벤의 집사와 인사를 했습니다. 관리가 잘 된 콧수염을 양쪽으로 길게 기른 집사. 그의 안내에 따라 브라테와 에릭은 걸었고, 시선은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단층으로 지은 18세기 독일 귀족의 저택을 모방해 만든 별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브라테와 에릭은 동시에 탄성을 내뱉습니다. 정문에 도착하자 문이 "끼이익" 열립니다. 밝고 환한 빛. 이세계異世界의 문이 열린 것 같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발견한 세상 같은.


가장 먼저 두 소녀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도 손님을 위한 다과와 장식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거실 중앙에 놓인 원탁. 원탁 가운데에는 파란색 델피늄Delphinium과 흰색 루피너스Lupinus 꽃다발로 장식하였고, 특별한 손님을 위해 작은 핑크색 장미Rose도 준비한 것 같습니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쪽의 소녀는 손을 쉬지 않고 원형 테이블을 초록 잎으로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7개의 찻잔과 티포트. 영국에서 가져온 고급 홍차. 버터 쿠키, 작은 케이크, 비스킷도 보입니다.


실내에서 본 창 밖 풍경, 거실 중앙 한 가가운데 매달린 커다란 크리스탈 샹들리에, 흰색 커튼, 성화들, 정신없이 실내를 둘러보던 브라테는 흰 드레스를 입고 음식을 나르는 소녀의 뒤편으로 보인 한 그림에 시선이 고정됩니다.


... 최후의 만찬인가? 문득 엘 그레코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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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엘 그레코 GRECO, El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1568) 출처: Wiki


그는 예수님께 등을 기대고 “주님, 누구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예수님은 “내가 이 빵 조각을 접시에 담아서 줄 사람은 바로 이 사람이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빵 조각을 찍어 시몬의 아들 가롯 유다에게 주셨습니다. 유다가 빵을 받자마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왔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네가 하려는 일을 빨리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식사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이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유다가 돈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이 그에게 절기에 필요한 것을 사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라고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다는 빵을 가져가자마자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었습니다. _John 13: 21~30


에릭. 오늘 파티 언제 끝나요?

브라테. 오늘 파티는 당신을 위한 파티예요. 한동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느라 그림을 못 그리다 최근에 그린 그림을 모아 스톡홀름에서 여는 당신의 전시회 축하 파티.

에릭. (떨리는 목소리로) 행복해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설명할 수 없는 흥분됨과 떨림이 계속돼요. 이 감정. 영감.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진정되질 않아요. 최대한 빨리 집.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브라테. 나의 마드모아젤(어여쁜 아가씨). 그렇게 해요.(미소) 우리 그냥 돌아가요.



&



1. 9세 전후로 보이는 소녀가 보입니다. 파란색 델피늄Delphinium 꽃의 색과 비슷한 원피스를 입은 소녀. 소녀는 한 장, 한 장, 아침 내내 모은 초록 이파리로 원형 탁자를 장식 중입니다. 어떤 생기도 느껴지지 않아 마치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숨소리도, 동작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생동감 느껴지는 부분은 붉은 볼.


2. 16세 전후로 보이는 소녀가 흰색 루피너스Lupinus 꽃의 색과 비슷한 원피스를 입고, 원탁을 향해 버터 쿠키와 비스킷을 잔뜩 들고 걸어갑니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검은 신발과 소녀의 눈, 머리카락의 통일성. 묘한 긴장감이 돕니다. 도드라진 소녀의 표정이 불편해 보입니다. 긴장한 것 같습니다.


3. 중앙에는 커다란 창을 두었고, 창은 일종의 경계로 창밖의 풍경과 창안의 풍경을 구분 짓습니다. 창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큰 그림, 오른쪽에는 원탁과 샹들리에를 둡니다. 위와 아래. 무생물 사이에 꽃다발을 둡니다. 생명의 조화로움.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은은한 냄새가 납니다. 미묘한 공기의 변화. 옅은 얼그레이 홍차 향.


4. 그림을 완성해 남편 에릭에게 보여줍니다. 에릭은 놀랍니다. 그날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생각. 브라테는 자꾸 이상한 질문만 합니다. 빛이 어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꽃과 인물이 주는 생동감은? 향이 느껴져? 에릭은 난감해합니다.


"축하해 브라테. 당신의 스웨덴 미술계 복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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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 파니 브라테Fanny Brate (1861 ~ 1940, 스웨덴)

+ 전기(1861-1880)


파니 브라테(Fanny Ingeborg Matilda Brate)는 186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고,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예술 감성을 키웠습니다. 1874년, 그녀는 스톡홀름의 슬뢰이디스크로올란드 슬로이드 스쿨Sloyd School에서 첫 번째 공식 예술 교육을 받았고, 1878년부터 1880년까지 스웨덴 왕립 미술 아카데미(Kungliga Akademien för de fria konsterna)에서 미술 공부를 이어갑니다.


브라테는 주로 고전적인 기술을 익혔고, 사실주의 스타일을 배웁니다. 특히, 그녀의 초기 작품은 여성의 삶과 가족 간의 소통을 따뜻하고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주력합니다. 이 시기 작품들은 주로 일상적인 장면에서 인간의 감정을 포착하였고, 후일 브라테 화풍의 기반이 됩니다.


+ 중기(1881-1900)


1881년, 브라테는 스웨덴 미술계의 중심이었던 스톡홀름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사회적, 개인적 경험을 반영한 작품들을 통해 자연주의적이고 사실적인 화풍으로 주목받습니다. 이 시기 대표작으로는 <실내 풍경>과 <어머니와 딸>이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일상생활의 친근함을 포착하여 감동을 자아냅니다. 단순히 장면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빛과 색의 섬세한 조화를 통해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또한, 브라테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들의 연구를 통해 스타일을 더욱 발전시킵니다. 1885년 브라테는 스톡홀름 미술협회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관객들에게 친근하면서 고요한 감정을 전달해 스웨덴 미술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이 시기 브라테는 스웨덴 여성 화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했고,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브라테의 예술적 커리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 후기(1901-1940)


1900년대 초반부터 브라테는 세련되고 성숙해졌으며 자연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조화롭게 표현해, 관객들에게 고요함과 위안을 선사합니다.


한편, 브라테는 스웨덴 미술 교육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성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며 당시 남성 중심 미술계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였고, 자신이 받은 교육과 예술적 경험을 젊은 여성들에게 전파하는 데 힘을 쏟습니다. 그녀의 작품과 교육 활동은 현대 스웨덴 예술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1940년, (79세) 브라테는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브라테의 작업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주제 선택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특히, 그녀가 일상적이고 가정적인 주제에 집중하면서 더 넓은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놓쳤다고 주장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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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특징


1. 사실주의에 기반한 정밀한 묘사


브라테의 초기 작품들은 섬세한 세부 표현과 구조적 안정감이 돋보입니다.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받은 엄격한 교육을 반영한 것으로, 특히 여성과 가정생활을 다룬 작품들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당시 스웨덴 미술에서 여성적 시각을 부각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2. 인상주의적 요소와의 융합


브라테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들을 연구해 색채와 빛의 변화를 작품에 도입합니다. 그림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제작하였으며, 감정적 깊이를 더합니다. 브라테는 특정 시간과 장소의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3. 자연주의와 가정적 주제의 조화


브라테는 일상의 풍경과 가족의 상호작용을 통해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관객들에게 소소한 행복과 안도감을 주며, 당시 스웨덴 사회에서 가정의 가치를 강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그녀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아이들의 단순한 장난이나 서로를 발견하는 듯한 모습을 관찰한 브라테는 자연스럽고 순수한 순간을 포착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몸짓과 표정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줍니다. _Wikipedia


5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아이가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벽 뒤에 인기척을 느낍니다.


벽 뒤에는 숨어 있던 검은 머리 소녀는 긴장합니다.

발소리, 숨소리, 미묘한 공기의 흐름. 소녀아이가 다가옵니다.


북유럽 햇살이 만든 긴장이라고 해야 할까.

안도, 친근, 포근한 긴장감.


하기 그림은 파니 브라테 <숨바꼭질> 입니다.

함께 숨바꼭질해볼까요?

Kurragomma-Fanny-Brate-konstposters-av-premium-kvalite-av-kanda-konstverk.jpg Fanny Brate <Kurragömma>, (1896) 출처: Wiki





"얻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네,

갓난아이처럼 다시 걷는 법을 배워야만 했지,"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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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가사는 한 남성이 삶의 고통과 무의미함을 잊기 위해 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는 하루 종일 술을 마시고, 깨어나서는 새의 노래를 듣고 봄이 왔음을 알게 되지만, 다시 술을 마시며 현실을 회피합니다. 이는 삶의 덧없음과 인간 존재의 허무함을 표현하며, 술을 통해 일시적인 위안을 찾으려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_Wiki


구스타프 말러와 당나라 시인 이백의 만남. 음악과 시는 통한다. 술은 삶을, 새소리는 음악이다. 삶은 고통(살아 숨 쉬는 동안의 취한 상태)이고 죽음은 안식이다. 그 사이, 어디쯤 새소리에 안식을 취한다. _하루키


구스타프 말러의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 중 다섯 번째 곡인 〈봄의 술 취한 자(Der Trunkene im Frühling)〉는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삶의 무상함과 현실 도피를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Das Lied von der Erde, 5 Der Trunkene im Frühling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Fanny_Brate

[2] Wikiart: Fanny_Brate

[3] Dailyartmagazine: Fanny_B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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