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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오귀스트 툴무슈

by 하루키

행복을 상징하는 분홍색. 당당한 모습을 거울을 통해 확인하세요. 나는 '나' 입니다. _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vanity.jpg Auguste Toulmouche <In the Mirror>, (1890) 출처:Wiki



+ 하루키 감상

1890년(61세) 여름. (파리의) 작업실에서 혼자 어딘가를 멍하니 보고 있는 톨무슈. (파리의 여름은 맑은 날이 드물다) 벽 한쪽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치형 큰 창문의 열린 틈새로 햇살이 화살처럼 내리쬐고 있었다. 톨무슈는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협탁 위에는 조간 Le Figaro(르 피가로) 예술란에 톨무슈의 작품을 비판한 칼럼이 펼쳐져 있었다.


"예술은 예술일 뿐. 예술에 정치, 사회, 역사, 애국심 등이 반영된 그림은 위험한 것 아닐까. 이러한 그림에는 목적이 있고, 그 뒤에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감상자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그림에 매혹되는 순간 드러난 의도(와 드러나지 않는 의도)에 대한 깊은 공감과 연대감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좋고 나쁨의 구분이 강화된 가치관이 형성될 것이다. 다양성이 죽은 그림. 예술이 아니다."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자문한다. "죽음이란, 예술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생각하고, 그리고 ...) 나我란 무엇일까."


"공공 예술? 타인을 위한 예술은 없다. 개인적인 것, 자기애自己愛(공감 부재로 인한 내적 공허)의 발현, 나我란 존재의 의미를 찾는 구도(깨달음의 길)일 뿐."


톨무슈가 창문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삼분의 이쯤 완성된 삼각대 위에 놓인 그림이 보였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키스를 하고 있다.


"나는 늙었다. 60을 넘었다. 초로의 예술가. 나에게 여성은 불멸의 미다. 존재 자체가 신비이며 아름다움이다. 예술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미美다."


갑자기 눈이 커지면서 입술이 움직이자 수염과 주름이 꿈틀인 톨무슈.


"거울 앞에 선 궁극의 미美.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 거울의 자신에게 키스를 한다. 오직 자신만을 비추는 태양. 햇살처럼 거울은 그녀만을 비춘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더 사랑하고 애무한다."


* 같은 해 1890년 10월 툴무슈는 파리에서 사망합니다.



&



1. 백설공주가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있었다. 새 왕비(계모)의 질투를 받는다. 왕비는 마법 거울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하며, 백설공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왕비는 백설공주를 죽이려 하지만 ...


2. 카라바조의 '나르시스'가 생각났다.

카라바조의 ‘나르시스(Narcissus)’, 1598–1599년, 국립고대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ncient Art) 출처: Wiki

3. 5년 전 와인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이룬 장 툴루즈 롤랑으로부터 부인 장 샤를레의 초상화 의뢰를 받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에 설득당해 톨무슈는 롤랑 씨를 설득했다. 샤를레 부인의 자기애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어떻겠냐고, 롤랑 씨는 재밌어하며 웃으며 허락했다.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초상화와 자기애 모두 그려달라고 말한다.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


4. 롤랑 부부가 사는 저택은 초호화 대저택이었다. 대저택의 인테리어는 아메리카, 인도, 중국에서 들여온 각종 가구와 물건들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샤를레 부인의 방 안 모든 가구에 금박을 입혔다는 것. 대단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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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레 부인, 대충 봐도 롤랑씨와 20살 이상 나이 차가 나 보였다. 어린 부인의 우수 어린 표정.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내가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거울) 앞에 서있는 나. 젊음과 늙음. 미와 추. '나'가 원하는 예술과 '타자'가 원하는 예술. 《거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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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 오귀스트 툴무슈Auguste Toulmouche (1829~1890, 프랑스)

+ 전기(1829~1850)


오귀스트 툴무슈는 1829년 프랑스의 낭트Nantes에서 태어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1846년, 17세 툴무슈는 파리로 이주해 샤를 글레이르Charles Gleyre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인 미술 교육을 받습니다. 글레이르에게서 아카데믹 미술과 고전적 구성 방식을 배우며 기초를 다집니다.


1848년에 파리 살롱Salon de Paris에서 데뷔. 초상화와 역사화를 발표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자신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발전시키며 점차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 중기(1851~1870)


1852년부터 툴무슈는 여성의 우아함과 부르주아적 삶을 주제로 한 실내 장면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정교하게 꾸며진 실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묘사하며, 당시 중산층의 이상적 삶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주제는 그를 유명하게 만듭니다.


그의 작품은 종종 "우아한 장난"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1852년과 1861년에 파리 살롱에서 메달을 수상하는 등 그의 예술적 성취는 인정받습니다. 1870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습니다. 부유층에 인기가 많았고 초상화 의뢰도 많이 받았습니다.


+ 후기(1871~1890)


툴무슈의 후기 작품은 여성의 초상과 실내 장면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프랑스-프로이센 전쟁(1870~1871) 이후 프랑스 사회의 변화로 이전의 화려하고 낭만적 분위기에서 소박한 감정을 담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툴무슈는 세밀한 디테일과 우아한 미적 감각을 유지했으나, 점차 트렌드에서 밀려났고, 인상주의와 같은 새로운 화풍이 부상하면서 그의 작품은 비평가들로부터 보수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말년에는 파리와 고향 낭트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고, 1890년에 파리에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툴무슈의 화풍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얕은 감정적 묘사라 비평합니다. 또한 감상적이고 장식적이라는 이유로 예술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함께 받았습니다. 특히 인상주의가 부상한 이후 그의 작품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화가로 여겨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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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특징

1. 아카데미즘

툴무슈는 아카데미즘 스타일을 따르며, 전통적인 기법과 세밀한 묘사를 중시합니다. 그의 작품은 정교한 구성과 색채 사용이 특징이며, 이는 당시의 미술 아카데미에서 배운 기법을 반영합니다. 아카데미즘은 고전적인 미술 기준을 따르며, 사실적인 인물과 풍경을 그리는 데 집중합니다. 툴무슈는 이러한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 중상류층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2. 장르화

툴무슈의 작품은 주로 장르화에 중점을 둡니다. 그는 일상적 장면을 포착하여 중상류층 여성의 사적인 순간과 일상을 그립니다. 여성들이 사교 활동을 하거나, 독서, 음악 감상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담습니다. 툴무슈는 이러한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감정적인 연결을 제공하고, 여성의 삶을 조명합니다.

3. 여성의 삶과 정체성

툴무슈의 작품은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중상류층 여성의 일상과 감정을 세밀히 묘사하며,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을 반영합니다. 종종 여성의 자기애와 허영을 표현해 당시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갈등을 보여줍니다. 툴무슈는 이러한 주제를 통해 여성의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역할을 탐구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중략) 중앙에는 하얀색 모피로 장식된 높은 칼라가 있는 부드러운 흰색 새틴 실크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앉아 있습니다. 그녀는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킬만한 모호한 표정으로 시청자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 장면은 결혼식 직전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녀의 표정은 적대감 혹은 곧 시작될 결혼에 대한 체념을 표현했을 수 있습니다. 축하를 해주는 중앙의 여성 또래의 여성들, 거울을 보고 있는 소녀, 4명의 여성을 둘러싼 공간은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거울과 가구들, 거대한 페르시안 양탄자를 비춥니다._Wikipedia

(두 눈 똑바로 뜬 채) 나는 당신을 피하지 않아.

응시

(이 작품은 2023년 후반 Tik Tok에서 여성의 분노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Toulmouche_Bride.jpg Auguste Toulmouche <The Reluctant Bride>, (1866) 출처: Wiki




"아이고, 숨 좀 쉽시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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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로 듣고 싶다. '폭발하는 피아노의 질주', 시속 400km의 가와사키 Ninja H2R(오토바이)의 질주 같다. 기교, 기교! 기교다. _하루키


▶ Nikolai Kapustin(1937-2020)은 클래식 형식 안에 재즈·블루스 어법을 완벽히 녹여낸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 「Eight Concert Études(8개의 콘서트 연습곡)」 Op. 40은 1984년에 완성된 피아노 독주곡 모음으로, ‘연습곡’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연 무대용으로 작곡된 고난도의 콘서트 피스다.
▶ 1번 ‘Prelude: Allegro assai’는 전곡의 문을 여는 곡으로, 약 2-3분 남짓한 짧은 길이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다.
Eight Concert Etudes, Op. 40: I. Prelude: Allegro assai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Wikipedia: Auguste_Toulmouche

[2] Wikiart: Auguste_Toulmouche

[3] Artvee : Auguste_Toulmou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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