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 Feb 10. 2024

우붓일기 day7, 불교의 세계관, 채식, 신기한 요가


오늘은 새벽 2시 반에 일어났다. 어제 좀 일찍 자기도 했고 왠지 모를 으스스함이 느껴져셔 눈이 빨리 떠져버렸다. 



어제 전현수박사의 <정신과 의사의 체험으로 보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책을 읽으면서 박사님이 선정에 들어가게 되면서 지혜가 열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다는 부분을 읽었다. 과학적으로 따지면 말도 안된다고 하는 신통력이 선정상태에 들어가면 생긴다는 건 어찌어찌 들었지만, 그 경험을 자세히 이야기 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첫째는 경험해 본 사람이 적기 때문일 것이고 (내 주변에는 더더욱), 둘째는 그 경험을 했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함부로 나눴다가는 타인의 수행에 오히려 장애가 되거나 허황된 이야기로 여길 수 있으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이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대학원 처음 들어갔을 때 파욱 센터에서 수행해서 선정 경험에 들었던 선배님이자 교수님께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며 전생을 본 경험 등을 이야기해주셔서 재미있게 들었는데, 그 때는 정말 재미로 들었는데 그걸 내 수행과 연결짓지 못하고, 수행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았으니, 나는 참 어리석다. 


오늘 점심 먹은 Dayu's warung, 여기서 밥먹고 책 읽고 일하다 왔다. 예전에 갔던 추억의 장소인데 오늘 먹은 음식 맛이 넘 없어서 다신 안갈 듯하다.. ㅠㅠ



이 책에는 어떤 방법으로 초선정에서 시작해서 색계, 무색계 선정에 들어가는지 자세한 방법이 나와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어제 읽은 책 내용 중에는 박사님이 선정 수행을 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보게 된 이야기도 나온다. 이를테면 오래된 동네에 있는 오래된 나무에서 목신을 보고, 천신을 보고 뭐 그런 이야기들. 아무튼 그래서  그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숙소 주변에도 천신들이 잔뜩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으스스함이 느껴졌다. 사실 천신들은 좋은 존재이니까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데 큰 방에 혼자 있으려니 왠지 으스스 했달까. 



실제로 발리는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는 만큼 수많은 존재들이 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는 신끼가 있는 친구는 발리에서는 걸어다니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뭐가 너무 많이 보인다고....  뭐 나는 그런 신끼는 없고, 그런걸 잘 느끼지도 못하지만, 왠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싹 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불교의 세계관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면 귀신의 존재는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고 살아가느냐이다. 불교에서는 자신이 지은 카르마에 따라 죽은 후 지옥, 축생, 아귀, 인간, 아수라, 천신계로 환생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흔히 무서운 귀신이라고 이야기하는 아귀는 탐욕을 부린 인간이 환생하는 세계라고 한다. 사실, 굳이 아귀로 환생하지 않더라도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탐욕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아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탐욕을 부리고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살생을 하고 육식을 즐긴다면 아귀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어떤 스님은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채식을 처음 시작했을 땐 불교의 관점에서 왜 채식을 하고, 채식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요즘 불교 세계관 공부를 하면서 채식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육식을 함으로 인해 짓게 되는 업이 너무 크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 받으며 생산된 고기를, 그게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알면서도 맛있다는 이유로 계속 먹는다는 건 끊임없이 카르마를 쌓게 되는 일인 것 같다. 채식/육식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있고, 나도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지면 어떻게든 합리화를 해서 육식을 타당하게 만들 수많은 방편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제발 그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 아직까지는 고기가 전혀 먹고 싶지 않긴 하다. 예전에 1년정도 페스코 채식을 했을 땐 먹고 싶었지만 이를 꽉 다물고 참았다면, 이제는 고기가 먹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살해된 존재의 시체로 보인다. 대승불교 세계관에서는 존재의 평등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와, 돼지, 소, 닭, 개미, 하루살이까지 모두 평등한 존재이다. 열반에 들지 못한다면 육도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자신의 업에 따라 환생하며 돌고 도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먹는 돼지는 과거의 나의 친구, 나의 조상, 나의 부모일 수 있는 거고, 지금 내가 짓는 업에 따라서 미래에 닭으로 환생해서 통닭이 될 수도 있는거다. 이렇게 존재의 수레바퀴에 대해 알게 되며 고기를 먹는 다는 것에 대해 완전히 다르게 인지하게 되었다. 고기만 안먹어도 살생의 카르마를 훨씬 덜 쌓게 된다. 


아주 작은 발리의 와룽, 지난번에 비건으로 만들어주셨는데 오늘은 고기를 넣어 주셨다.




으..그런데 오늘은 저녁에 고기를 아주 조금 먹었다. 지난 번에 점심을 먹었던 와룽에서 나시고랭을 테이크 아웃 했는데, 베지테리안이라고 분명 말해서 고기를 안넣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저씨가 잘못 이해했는지, 닭고기랑 돼지고기를 조금 넣어서 만들어 주셨다... 처음에는 버섯인줄 알고 먹었는데 영락없는 고기맛... 근데 그 맛이 너무 비리고 밥 전체에도 고기 비린내가 진동해서 고기는 싹다 발라내고, 밥을 버리고 다시 사올까 하다가 먹는 걸 버리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케찹과 핫소스를 마구 뿌려서 먹었다. 예전에는 고기 없으면 밥 못먹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아주 작은 고기 비린내도 힘들다니 참 사람이란 여러모로 신기한 존재이고 변화하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작은 곤충들을 죽이는 것도 꺼려진다. 예전에 태국 스님들이 길거리 지나다니다 개미를 모르고 밟아 죽일까봐 빗자루를 가지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뭐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요즘에는 길을 다니며 행여나 모르고 이런저런 곤충들을 밟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에전에는 개미나 날벌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였는데 이제는 개미들을 보면 왠만하면 그냥 두고, 꼭 치워야 하는 곳에 개미가 있으면 이야기해준다. 너네 내가 5분 줄테니까 도망가. 그럼 신기하게 거의 사라져 있다. 



오늘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오늘 경험한 신기한 요가에 대한 거였는데, 잠 못잔 이야기하다보니까 블로그가 너무 길어져 버렸네. 



오늘은 좀 특이한 요가를 했는데 히말라얀 크리야 요가 라는 거였다. 우짜이 호흡과 칼리 호흡을 이용해서 숨을 세계 내쉬는 걸 기본으로 해서 각 부위를 두드리거나 진동을 만들어 내고 호흡을 연결시킨다. 트라우마나 감정적 막힘, 다양한 멘탈 체의 이슈들을 해소하는 데 좋다고 하는데, 처음 경험해보는 요가였는데 재미있었고,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특별한 감정이나 이슈가 올라오지는 않았는데, 목뒤를 톡톡 치며 두려움을 날리고, 방방 뛰며 호흡을 같이 하는 세션에서는 뭔가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긴 했다. 하고나니 목이 너무 아팠지만 재미있었다. 금요일에 다음 수업이 있다니 또 가봐야지. 숨을 통해 우리의 의식을 깨우고,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감각과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인도 오쇼 센터에서 Breath 세션을 받으며 강렬하게 경험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정말 엄청 울고,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암튼, 오늘도 요가는 하나만 듣고 근처 와룽에서 밥먹고 일좀 하고 책 좀 읽다가 집에 일찍 들어와서 요양했다. 발바닥은 덕분에 많이 나아졌다. 역시 아플 땐 쉬는게 최고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나의 은근한 강박과 조급함을 다시 알아차리게 되니 역시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근데 남들은 어디갔다오고 음식 사진도 예쁘게 찍어서 올리고 맛집 후기도 적고 그러는데, 나의 여행 후기에는 온통 그냥 내가 하루에 느끼고 생각한 것들만 있네. ㅋㅋ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우붓 여행, 요가 수업에서는 늘 배울게 생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