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현종과 양귀비, 그리고 리치

#경제, #중국, #물류

by 케이엘

8세기 당나라의 현종 황제는 양귀비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깊이 빠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양귀비가 신선한 리치를 먹고 싶다고 하자, 현종은 그녀의 변덕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남쪽의 과일 산지에서 수도 장안까지 리치를 신속하게 운반하는 특별한 ‘리치 배송’을 만들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경로를 따라 역참이 설치되었고, 기수들은 여름 더위에 쉽게 상하는 리치를 남부 지방에서 북부 수도까지 신선하게 운반하기 위해 밤낮없이 말을 갈아타며 달렸습니다.


실제로는 광둥성보다는 더 가까운 쓰촨 지역에서 리치를 공급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두 경로 모두 당시로서는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광둥에서 장안까지는 2,000km가 넘는 거리였고, 쓰촨에서 장안까지도 1,000km가 넘는 험난한 산악과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중세 온난기로 인해 북중국도 무더웠던 시기였고, 냉장 기술이 전혀 없던 시대였기에 리치를 신선하게 운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인력과 말이 동원되어, 리치가 상하기 전에 수도에 도착하도록 릴레이식 운송이 이루어졌으며, 이 리치 운송 이야기는 당대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 등에도 묘사되어, 중국 역사상 가장 낭만적이면서도 사치스러운 사랑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2025년 6월에 광저우 바이윈역에서 출발하여 신선 농산물을 반나절 만에 홍콩, 마카오, 내륙 각지로 운송하는 특송 열차가 정식 운행을 시작하였는데, 그 특송 열차의 이름은 다름 아닌 '리치 특송 열차'입니다. 특송 열차 이름에 '리치'가 들어간 이유는 위의 고사에서 연원한 것으로 권력자가 아닌 만인을 위한 특송 서비스를 모토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열차에는 지능형 온도·습도 모니터링 시스템과 삼중 보호 포장, 전문 에스코트 팀이 실시간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체계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민관 협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광저우철도그룹과 차이나레일웨이익스프레스, JD닷컴 등 주요 기업들이 고속철과 육상 콜드체인을 연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저우 화두구의 Yuhu Cold Chain Trading Centre는 대만구의 대표적 항공·철도 복합 콜드체인 허브로 자리 잡았으며, 초저온을 포함한 전 온도대 저장, 가공, 유통, 전자상거래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센터는 약 20만 8천㎡ 규모의 부지에 최첨단 온도 제어 시스템과 지능형 관리 설비, 9만㎡ 규모의 지하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해외 신선식품의 신속한 내륙 운송을 지원합니다. 포산시 등지에도 대규모 콜드체인 물류단지가 조성되어 농산물의 저장, 분류, 배송을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과 AI,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콜드체인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장안(시안) 등 내륙 도시와의 연결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고속철 콜드체인 특송은 광둥 등 남부에서 출발해 중부와 북부(시안 등)로 신선 농산물을 24시간 이내에 운송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이는 기존 육상 운송 대비 3배 이상 효율적이고 신선도 손실률을 5% 이하로 유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내륙 주요 도시에도 대형 냉장·냉동 창고와 스마트 분류·배송 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 전국 어디서나 신선 농산물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인프라 혁신은 단순히 속도와 품질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와 농촌까지 콜드체인 네트워크가 확장되어 전국민적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농산물 생산자들은 전국적 판로 확대와 소득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에너지 절감형 시설과 친환경 기술, AI와 빅데이터 기반 관리로 지속가능한 물류 시스템 구축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 첨단 물류 시스템을 만들 때에도 고사를 떠올리며 구상하는 중국 특유의 철학·사상적 접근법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