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유럽, #에어컨
대한민국에서는 여름이면 어디를 가더라도 공공장소, 지하철, 버스, 상점, 관공서 할 것 없이 에어컨이 당연하게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는 자연스레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켜져 있는 공간에서 시원함을 누리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 유럽의 모습은 매우 낯설고 흥미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에서는 최근까지도 에어컨이 일반적으로 보급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뒤늦게 에어컨 설치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은 미국처럼 모든 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그에 따르는 환경적·사회적 비용에 대한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습니다. 최근 서유럽을 강타한 이례적인 폭염으로 인해 프랑스의 경우 1,000개가 넘는 학교가 에어컨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프랑스 극우 정당 대표인 마린 르펜 등은 학교, 병원 등 공공기관에 에어컨을 의무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국 보수당은 런던의 에어컨 설치 제한을 해제하라고 요구했고, 스페인에서도 에어컨 고장 사례를 계기로 기존 정당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당국과 일부 환경 전문가들은 모든 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오히려 폭염을 악화시키고, 대량의 전기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실제 프랑스 정부는 에어컨 대규모 설치보다는 취약계층이나 꼭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실외온도와 실내온도 차이가 과도하게 클 경우 열충격이 발생하여 메스꺼움, 의식 상실, 호흡 정지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위험하다는 괴담과 비슷하게, 외부인의 시선에서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럽에서도 점차 에어컨 설치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지구 평균의 두 배 속도로 빠르게 더워지고 있으며, 지난 6월은 유럽 기록상 가장 더운 6월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수천 명의 사망을 막기 위해 에어컨의 보급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제 런던에서 마드리드까지 더 이상 에어컨 없는 여름을 견디고 싶지 않다는 유럽인의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환경운동가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대규모 냉방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도 시원함을 유지할 해법을 제시합니다. 건물의 환기 구조 개선, 녹지 공간 확대, 학교 및 공공건물의 열차단 커튼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급격히 더워진 현실 앞에서 에어컨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유럽은 에어컨의 사회적 위치와 필요성, 환경적 영향, 전통적 가치관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처럼 에어컨이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나라에서 보면, 무더위와 싸우는 유럽의 풍경이 무척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이전에 "캐나다에도 에어컨이 필요해"라는 글을 올렸었는데, 이러한 유럽의 변화에서도 기후 위기가 점점 체감되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