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는 거지가 없다

#정치, #투표, #진실

by 케이엘

최근 쿠바 노동사회보장부 장관 마르타 엘레나 페이토는 “쿠바에는 거지가 없다”는 발언을 하였고, 이는 쿠바 현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녀는 쓰레기통을 뒤지며 굶주림을 견디는 이들에 대해 “거지 행세를 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신호등에서 유리를 닦거나 거리에서 구걸하는 이들 역시 단순히 ‘편안한 삶을 위해’ 그런 활동을 택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권력자가 실제 현장의 고통을 동떨어진 시각으로 바라본 발언이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관의 발언이 의회를 통해 생중계된 직후, 쿠바 국민들과 지식인, 시민사회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고, 소셜미디어에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인과 거리의 빈민이 실제로 등장하였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과 마누엘 마레로 총리는 이례적으로 해당 발언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쿠바 사회의 “취약한 상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마르타 엘레나 페이토 장관은 최종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임에 이르렀고, 이는 쿠바 고위 공직자가 국민의 분노로 자리를 물러난 드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고위 정치인과 상류층은 일반 국민과는 전혀 다른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권은 본인의 현실 인식에 영향을 미치며, 국민 대다수의 상식과 괴리된 사고방식이 그대로 드러나곤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 평범한 삶과 사고에 공감하며 정책을 설계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녀의 해외 유학이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자신만의 특권을 지키며 ‘이중적 삶’을 당연시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하곤 합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지도층과의 괴리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들의 발언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됩니다.


쿠바의 현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피델 카스트로 혁명 이후 자랑스러워하던 무상 의료와 교육 등 복지 시스템이 이미 오래전부터 와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의료 물품 부족, 교육 현장의 붕괴, 노숙자·구걸 인구의 증가 등 사회 곳곳에서 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나, 쿠바 정부는 미국의 경제제재와 팬데믹, 관리 부실 등 외부적 요인에 책임을 돌리며 내부 문제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해 왔습니다. 공식 통계로만 봐도 수십만 명이 최저 생계만 겨우 유지하거나 사회복지 지원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내몰려 있습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가 ‘최소한의 생계도 위협받는 극빈 상태’ 임을 호소했습니다.


정치권과 고위층의 현실감각 부재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인은 높은 삶의 질과 상류층의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평범한 국민의 현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삶의 문제를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치인은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과 본인의 삶을 이중화하는 선택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하고 일반적인 국민 수준의 삶을 사는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쉬운 길을 선택하는데, 이는 청문회에서 교육부장관 후보가 자신의 자식들은 미국 조기유학을 보냈다거나 부동산 투기를 제재하는데 앞장서면서 본인은 재개발 지역 토지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꽤 자주 접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경에 보면 나무는 그 과실로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요사안을 결정하는 정치인을 선택할 때는 그 사람의 말이 아닌 삶을 보고 투표해야 올바른 선택일 것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