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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pr 23. 2023

신묘한 고양이가 사는 캐나다 편의점

Life in Canada

편의점 마감을 하던 중 뭔가 들어왔다. 열어 둔 문틈으로 무엇인가 휙~하고 지나갔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었다. 회색 빛깔 털을 가진 고양이었다. 풍성한 털을 가진 터라 쓰다듬기 좋은 고양이었다. 몸을 만지니 엄청 말랐었다. 며칠은 굶은 모양이었다. 일단 물을 먼저 주었다. 헐레벌떡 마시기 시작했다.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톰 3가 탐탁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성격도 순했다. 사람들이 만져도 가만히 있었다. 부르면 나오는 톰 4. 개냥이. 말 그대로 개 같은 고양이었다. 톰 3랑은 반대 스타일이었다. 톰 3은 전형적인 사람 손길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었다. 이미 톰 3가 있었기에 물과 먹이만 주고 밖으로 보냈다. 하지만 며칠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종종 쥐가 나오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던 사장님은 그 고양이도 편의점에서 키우기로 결정했다. 색채가 다른 두 고양이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톰 1,2는 예전에 키웠던 고양이.)


나란히 밥을 먹는 톰3,4


어느 날, 톰 3가 죽었다. 편의점에서는 밥만 먹다가 주로 밖에서 활동을 했다. 그러다 결국 편의점 앞 도로에서 차에 치였다. 운전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도망갔다. 최대한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고 들어왔다. 물을 조금 주었지만 마시질 못했다. 숨은 붙어있었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근처 숲 속에 묻어주었다. 혼자가 된 톰 4. 친구가 사라진 것을 알고 있을까?


편의점으로 들어오다가 톰을 보면 한 번씩 쓰다듬는다. 캐나다 사람들은 동물을 참 좋아한다. 캐나다에서는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반려견과 손 잡고 걷는 것처럼 보여 안온함이 느껴졌다.



톰은 손님들의 손길에 한 번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어느 손님은 톰을 보러 온다. 톰만 보고 물건도 안 사고 나간다. 이곳에 온 목적이 톰이었다.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물건 대신 톰의 위치를 묻는다. 동네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모른다고 하면 그때부터 탐정놀이가 시작된다. 주로 어디에 누워있는지 알고 있는 나는 바쁘지 않다면 톰을 찾아준다. 그럴 때면 항상 나에게 질문을 한다.


"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성별은요?"

"당신이 키우는 건가요?"


비슷한 질문들을 주로 한다. 어린아이들도 좋아한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왔다가 톰을 보고 소리치며 달려간다. 만져주는 손길에 배를 까고 누워있는 톰. 계속해서 사람들의 손길을 저항 없이 받는다. 생존 방식을 정확히 알고 있는 고양이다. 


어떤 여성 손님이 들어왔다. 톰을 보더니 아예 털썩 앉아 자리를 잡았다. 고양이와 계속 눈을 마주치면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을 앉아 있었던 그녀. 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아 그냥 두었다. 그러다 물건을 계산하러 카운터에 왔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나 봐요?"

"네, 사실 지난달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셨거든요. 톰을 보니 엄마 생각이 나서 주저앉았습니다. 톰의 눈빛이 저를 위로하는 것 같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유감을 표하고 죄송하실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다. 언제든지 톰이 보고 싶으시면 찾아오라고 나는 말했다. 그녀는 고맙다고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신묘한 고양이 톰 4.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작은 생명체가 주는 에너지가 있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회에서 말없이 위로해주는 작은 생명체들. 그들이 주인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어쩌면 변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내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인간관계에서 반려동물들은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들이다.


인간과 비교하면 덧없이 짧은 삶을 사는 반려동물들. 인간이 버리지만 않는다면 우리를 끝까지 사랑해 줄 존재들이다. 마지막까지 우리의 곁에 남을 수 있도록 인간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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