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휘슬러의 삶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19 판데믹(COVID-19 대유행)이 지구 반대편인 캐나다를 빠르게 덮치고 있다. 지난 3월 초 코로나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인 홍콩인 2명이 휘슬러 블랙콤 마운틴 스키를 탄 것으로 밝혀지자 곧바로 스키장을 닫았다. 7일간 임시 휴장을 공지했으나, 며칠 후 곧바로 이번 겨울 시즌 오프를 선언했다. 보드에 미친 JULIE는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맞이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녀는 꽃을 잃은 나비처럼 아쉬워했으며,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캐나다는 국경 폐쇄라는 카드를 꺼냈다. 시민권자, 영주권 자를 제외한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 금지를 선포하면서 코로나를 잡기 위해 초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바퀴벌레 같은 코로나는 쉽게 잡히지 않고, 오히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현재 필자가 일하고 있는 포시즌스 호텔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어 그 건물을 폐쇄시켰다. 숙박,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휘슬러에 시한폭탄이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호텔 예약률 감소와 더불어 우리들의 스케줄을 취소시켰다. HR에서는 더 이상 계약 연장은 없으니 지금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말했으며, 몇몇 시즌제로 일하는 직원들(대부분이 워홀러)에게는 계약 종료를 강요했다. 상황이 이러자 외국인 Co-worker들은 곧바로 자기네 나라로 돌아갔고, 한국인 워홀러들도 급하게 한국행 항공편을 예매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벌어졌다.
코로나는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위에서 말했듯이, 더 이상 계약 연장은 없다.라는 뜻은 여기서 더 이상 영주권 지원을 해주지 않겠다.라는 말과 같았다. 사실 휘슬러는 도심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 말은 BC PNP 지원을 할 때 지역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주권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이 휘슬로에 온다.
필자도 영주권을 준비하려고 계약 연장을 거의 다 마친 상태였다. 코라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 HR로부터 4월 중순경에는 정직원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된다.라는 말을 들었고,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일들이 잘 풀려가자 이상한 낙관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졌고, 캐나다는 국경 폐쇄라는 강수를 두면서 영주권의 꿈이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갔다.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오버타임을 해달라고 부탁했던 사무실에서는 우리의 스케줄을 잘랐다.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었고, 우리의 일상이 무너졌다. 쳇바퀴같이 돌아가던 일상이 지긋지긋했지만, 이 뻐근한 일상이 우리에게 주는 안정감이 그리워졌다. 소소한 생활의 품목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집에 쉽게 가지도, 오래 머물지도 못하는 이방인이 되었다.
비자 만료일은 4월 21일이다. 벌써 캐나다에 온 지 1년 가까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한 순간, 한 순간 가는 것이 아쉬웠다. 아쉽다 못해 야속했다. 낯선 곳에 정착할 때 반드시 느껴야 할 외로움, 그리움, 두려움을 잘 지나왔고, 여기에서도 애정을 담을 수 있어졌다. 여기에 조금 더 살고 싶어 영주권을 준비하려고 마음도 먹었고, 계획도 세웠다. 이런 계획이 욕심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한 코로나가 이 모든 것을 파괴했다. 준비를 1년 가까이했지만, 무너지는 것은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행복과 절망 사이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나는 아직 휘슬러에 남아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마치 사랑이 끝났는데도 관계가 끝나지 않은 경우 같았다. 해야 하는 정리를 하지 못하다가 전전긍긍, 결국 이렇게 서성이다 저물 듯이 나의 워홀도 그렇게 끝이 날 것 같다. 날씨는 눈치도 없이 너무나 좋다. 파란 하늘과 눈 덮인 산 사이를 떠다니는 아름다운 구름. 그러나 그 그림 같은 풍경은 더 이상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동안 쌓인 눈이 조금씩 녹을정도로 훈풍이 불어온다. 그러나 휘슬러의 봄은 아직 너무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