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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Aug 28. 2023

나도 죽겠지만

_ 아직은 아니야.

어젯밤이었다. 자다가 깨어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왔지만 정작 내가 죽는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다. 나도 언젠가는 죽겠지만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유방 조직검사를 했다.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고작 조직검사를 받고는 암선고라도 받은 듯 심난하다. 그리고 나도 정말로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내가 죽는다면?


내가 당장 죽는다 해도 세상은 너무나 잘 돌아가겠지. 하지만 나의 낭군님과 아이는 어떻게 하지? 우리 엄마는? 나의 형제들은? 몇 명 안 되는 내 친구들은?


무엇보다 아이와 남편을 생각하면 살고 싶다. 아니 그냥 더 살고 싶다. 당장 죽을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조직검사를 받았다고 하니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 별일 아닐 거야. 수술해야 하면 하고 잘 치료하며 돼지! 난 엄마가 교통사고 같은 걸로 갑자기 가지만 않으면 돼." 이 말을 듣는데 피식 웃음이 났다. "야 인마, 그럼 오래오래 병으로 아프다가 가는 건 괜찮냐?" 그랬더니 아들이 빵 터진다. 둘이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다.


나도 죽는다. 당신도 죽는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는다. 죽음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찬 '욕심'이다. 많이 내려놓았지만 아직도 끈적하게 달라붙어 나를 괴롭히는 욕심. 살아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것이 없다. 우리는 그냥 주어진 만큼 뽀송뽀송하고 무해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면 된다.


더 많이 사랑하고, 걷고,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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