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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란 Jan 19. 2024

모르겠다

모르겠다 01

적극적으로 대꾸하지 못하는 모습이 만만했는지 무례하고 무신경한 나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내게 유독 많았다. 충고나 걱정의 선을 넘은 말들이 나를 자꾸 주저앉혔다. 말한 사람의 이름과 얼굴은 잊었어도 입술의 모양만은 생각이 난다.나쁜 말들은 끈질기게 들붙어 자기혐오의 좋은 재료가 되기도 했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니까 미움받아 마땅하다고 까지여기게 되었다. 내내 불행하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말에 민감하고, 말에 쉬이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 되었을까? 자존감이 낮아서? 비판적 사고 없이 무조건 수용하기만 해서? 회복탄력성이 떨어져서?  모르겠다. 그 사람들이 내게 왜 그렇게 말했는지도 알 수 없다. 나도 울컥할 때가 많았지만 그 순간에도 좋게(?) 화내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한 마디도 못하고 지나가기만 했다. 어버버버버.


숨을 쉴 때마다 움직이는 아기의 대천문을 처음 봤을 때, 작고 약한 아기의 모습에서 나는 도리어 두려움을 느꼈다. 할딱거리는 머리의 움직임이 생명은 이런 것이라고 내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에도 어릴 때는 대천문 같은 것이 있었을까? 크면서 대천문이 닫히고 머리는 단단해진다고 하는데, 모종의 이유로 자라지 못한 내 마음은 아직도 말랑하여 찔리기만 하는 걸까.


몸속에 파고든 나쁜 말은 핏줄을 타고 돌며 24시간 나를 상하게 한다. 돌고 돈 말은 소리가 되어서 생을 던져버리라고, 너의 그 가치 없는 삶, 이루어 내지 못한 꿈, 열매 없는 인생 모두 다 던져버리라고 속삭인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가다가 몇 번이나 난간 앞에서 주저앉았다. 그랬구나, 나는 인정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괜찮다는 말, 잘하고 있다는 말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모두 내가 나에게도 해주지 못한 말들이다.


젠장, 상처받으면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상처와 소망의 간극과 모순 속에서 나는 길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래된 상자를 뒤져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었던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꺼내어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기를 쓰고, 수혈하듯이. 고마워. 나도 잘 살아내야지우리 다시 보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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