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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환 Jun 06. 2016

그깟 168만원 2부

168만원보다 못한 가치들

왜 168만원인가?


교원성과급을 다루면서 제목에 168만원을 넣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래 표를 준비했다.

2016년 교원들의 성과상여금의 배분률을 나타낸 표 

대부분의 학교가 성과금을 지급할 때 그 격차(갈등)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차등지급률'을 100%가 아닌 70%에 맞춘다. 그러면 가장 높은 등급인 S등급은 4,426,590원을 받고, 가장 낮은 등급인 B등급은 2,743,860원을 받는다. 그리고 이 둘의 차액이 약 168만원이기에 168만원을 제목에다 넣은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이 168만원의 차이로 인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자. 


168만원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 1


  168만원! 적지 않은 돈이다. 내가 교사 초임 시절 거의 한 달 월급과 맞먹는 돈이다. 10년도 더 된 기준이니 좀 더 현실감을 살려보겠다. 나의 주된 취미는 '사진'이다. 사진 생활을 하는데 이 168만원이 있으면,

플래그십에 근접한 성능이란다!!! 갖고 싶다!!!

이렇게 멋진 NIKON의 풀프레임 바디 D750을 구입할 수도 있고,


인물촬영에 특화된 렌즈. 써보고 싶다!

약 30만 원을 더 추가해야 하지만 평소에 구입할 생각조차 하기 힘든 NIKKOR의 85.4 렌즈가 손에 닿을 듯한 거리로 좁혀진다. 다들 자신이 가진 경제력에서 지출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계획하여 지출을 하고 있는 가운데(늘 빠듯한 상황에서) 성과상여금, 옛날 말로는 보너스라는 형식으로 갑자기 찾아온 돈은, 평소에 꿈만 꾸고 있던 내 마음속 사랑스러운 상품이 담긴 택배 상자를 당장이라도 뜯고 있는듯한 묘한 착각을 가지게 해준다. 이런 상상을 하는 걸 보니, 역시 나는 '자본'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신도임이 확실하다. ㄷㄷㄷ 그런데 168만원으로 이룰 수 있는 이러한 가능성이 그렇게나 중요한가? 그렇게 가치로운가 말이다!



공동체의 가치, 구성원에 대한 배려 따위?

 

  앞선 글에서 성과상여금 등급을 책정하기 위해서 회의하고, 등급을 통보하는 과정, 등급에 따라 상여금이 나눠진 후의 상황들이 아주 아름답지 못하다고 언급했었다. 실제로 교사들이 모인 페이스북 그룹에서 교원성과급에 관해 어떻게 갈등 없이 합리적으로 등급을 매길 것이며, 결과가 통지된 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걱정과 내가 조금이라도 양보하면 안 될까 하는 등의 걱정을 토로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다. 내가 어떤 선생님과 나누었던 글을 참고로 가져와보겠다.


"그깟 168만원이 아까워서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받아들이고 균등 분배하지 않는 동료들은 정말 동료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각 나이 때 별 교사들이 지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걸 서로 인정하고 각자가 잘 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서로 도와가며 일하고 있는 게 현재 제가 있는 지역의 분위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밖에서 뭐라고 난리를 쳐도 제가 있는 곳 대부분은 성과급을 균등 분배해 왔습니다^^
냉정하게 사태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로 '그깟 168만원'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균등분배를 안할 수 있을까요?"
                                                                            - 「페이스북 그룹에서 필자가 답글로 달았던 내용」


왜 저런 답글을 달았는지 조금씩 나누어 부연 설명을 해보겠다.


1. "그깟 168만원이 아까워서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받아들이고..."

 - 지금 상당수의 지역과 학교에서 성과급 등급 부여받은 대로 가져가고 있다. 고용주가 피고용주에게 주는 대가인데 뭘? 하시는 분들은 필자의 첫 번째 글 '그깟 168만 원 1부'를 참고하기 바란다. 평가할 수 없는 것을 평가랍시고 저희들 마음대로 결단 내버린다.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별 성과기준표'를 기준으로 작성하더라도 그것 자체로 점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장 혹은 교감의 의중에 따라 부여할 수 있는 점수가 있기에 소위 찍힌 교사들은 높은 등급을 받을 수가 없다. 교원 성과급을 판단하는 기준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은 나 이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2. "분명 각 나이 때 별 교사들이 지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걸 서로 인정하고 각자가 잘 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서로 도와가며 일하고..."

 - 연령대별로 갖고 있는 능력을 대략적으로 알아보자. 20~30대 중반 정도는 육체적으로도 젊고 활력이 넘치며 의욕도 많다. 다만 넘치는 힘에 비해 세련미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30대 후반~50대 초반은 중견교사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을 어지간히 알고 있기에  일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나누고 집중 혹은 포기할 수 있는 안목을 대체로 가지고 있다. 50대 중반~퇴임 전까지의 교사들은 학교라는 사회에서 가꾸고 보전해야 할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안정적으로 학급 혹은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당연히 모든 구성원이 위의 경우 같지는 않아도 대체로 이러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는 현재 30대 중반인데 조금 있으면 중견교사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나를 예전부터 보아온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박선생 많이 성숙했네! 이제 주위가 좀 보이나? ㅋㅋㅋ" 이런 종류의 말들을 해주신다. 그러면서도 내가 뭔가를 끊임없이 도전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다고들 하신다. 나는 교사로서의 인생기 중 초반에 해당되며, 그 시절에 보일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상황이 이러한데 교사 개인별로 각 시기에 적절히 해당되는(이걸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면 당장 나와보라) 역량을 최선을 다해 선보이고 있을 텐데 이런 고유성 따위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 평가기준을 들이대어 마구잡이로 평가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 분하지 않은가? 어이가 없는 걸 넘어서 분노가 치미는 일이다. 


3. "정말로 '그깟 168만원'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균등분배를 안 할 수 있을까요?" 

 - 위에서 언급한 각자가 지니는 고유한 장점과 가치를 모두 다 X 무시하고, 자신의 불완전한 세계를 따뜻하게 채워줄 동료 교사를 고작 168만원에 팔아버릴 생각인가? 

"어휴~~ 168만원이 어디야? 땅을 파봐라, 이런 돈이 나오는가?"

그래 당신은 168만원이 그깟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니 그렇게 살아라. 그리고 매해 성과급을 정할 때마다 내가 S등급을 받아야 한다고 버럭버럭 소리 질러라. 혹은 나이와 경력을 내세워서 "나도 젊었을 적엔 선배들에게 다 양보했다.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어."라는 헛소리나 하고 계셔라. 이런 분들은 당신을 공동체의 구성원 혹은 동료로서 생각해본 적 없다. 대체로 한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이런 분들은 여러분과 나눌 배려와 신뢰보다 168만원이 훨씬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멀리하라!



안되니까 노력하는 거다


  서로가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부족함을 채워주며, 잘되고 좋은 것을 같이 기뻐하고 나누는 이상적인 공동체가 현재 실제 학교의 모습이 아니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안되니까, 잘 안되기 때문에 일부러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학생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뿐만 아니라 교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위기를 보고 직감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걸 배우고 익히는 중이다. 지금은 학생들이지만 불과 몇 년 안에 사회 구성원이 되어 우리와 나란히 삶의 현장을 살아갈 이들이다. 이들에게 그깟 168만원으로 이 모든 가치를 팔아넘기는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X발 세상이 다 그런 거야."하며 비겁한 넋두리나 할 생각인가? 알아서들 하자.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읽고 있는 당신 어른 아닌가?


성과급에 관한 다음 글은

'168만원으로 누려보는 신세계 - 미끼에 낚이지 않는 자유로움'

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상당히 도발적일 수도 혹은 생각보다 시시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과급이라는 미끼를 그냥 물어버리는 게 아니라 낚싯대를 쥐고 있는 누군가를 흔들어버리겠다는 각오로 미끼를 무는 방법에 관한 내용으로 써보겠다.



성과급 관련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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