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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Jul 14. 2021

숨기고 싶었던 아내의 손

가족의 재발견

2021년 4월 21일은 결혼 10주년이었다.


아내는 5살 무렵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후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다.


대충 보면 눈에 띄지 않지만 오른쪽 손은 전혀 쓰지 못하며 오른쪽 다리도 부자연스럽다. 그래서 걸을 때마다 쩔뚝거린다. 함께 외출하고 데이트할 때마다 아내의 주먹 쥔 손과 굽은 손목을 힐끔 보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와이프의 표정을 보게 된다.


남들처럼 하고 싶은, 그러니까 연인으로서 결혼 전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던 마음. 아내는 무의식적으로 주먹 쥔 손을 숨길 때마다 속상했다. 늘 그렇다는 듯이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척 말하면서도 그랬다. 커피숍에서 두 손으로 컵을 짚을 때나 즐거운 이야기를 듣고 웃을 때마다 와이프는 주먹 쥔 오른손과 펼친 왼손을 마주치며 웃었는데 나는 그것 마저도 귀여웠다.


결혼 후 3살 된 아들이 "엄마 오른손 손가락은 왜 움직이지 않고 주먹 쥐고 있어?"라고 물었다. 아들이 돌 전에는 내가 "엄마 오른손은 이쁜 손"이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냥 유치했다. 아들의 생각의 깊이와 질문을 무시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 보다 키도 크고 건강해 보여도 오른손이 움직이질 않으니 걸레, 행주 빠는 일, 두 손으로 아이와 놀아 줘야 할 상황들이 많아졌다. 휠체어를 탄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듯이 아내도 그랬다. 돌 전까지 아들이 울고 달래주려면 애기띠를 하고 안아주고 얼러주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 힘들다 했다.


나도 그런 아내의 모습에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미안하면서도 '그럼 누가 해'라는 속마음이 있었다.


아들이 걸음마를 할 때 자주 넘어졌는데 아들도 아는 것 같다. '내가 넘어지면 아빠가 안아줄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아프면서도 아들은 엄마한테 갔다. 엄마가 없으면 울면서 일어나 나한테 온다. 안아달라는 의미다.


9살 된 아들은 손이 덜 간다. 아내 혼자 해야 할 일 보다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방과 후 숙제, 등 하교는 이제 아들 혼자서 한다. 샤워도 혼자 할 수 있다. 엄마가 박수 치면 '물개 박수'같다고 했던 아들도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한다.


움직이지 않는 아내의 손과 팔을 기능의 제한으로 보지 않게 된 시점은 아들이 커 가면 서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좀처럼 아내와 단 둘이 함께한 추억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아내의 손을 보면 떠오르면 추억이 떠오른다.


나 또한 다르지 않은 휠체어를 탄 남편이 오히려 더 많이 의식하고 사람들의 시선, 아들의 말에 예민했던 것 같다.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 대부분 아내와 나의 장애였다. 남들은 그것을 불편한 몸으로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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