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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동토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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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빛윤 Jun 16. 2024

영봉




영봉은 이제 막 제대를 한 앳된 청년이었다. 순종적인 아들이며 조용하고 차분한 남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참 선산의 산소를 돌보는 데에 빠져있던 아버지 동철을 따라 선산이 있던 대전 외곽의 가수원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30여분 달리다 보면 평화로운 시골마을 중앙에 동그랗게 솟아난 동산이 있다. 번듯하게 잘 가꿔진 선산은 아니었지만 소담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당시 어렸던 나에게도 신기했던 기억은 궂은 날씨나 흐린 날씨에도 후손들이 선산을 오를 즈음엔 언제나 하늘이 맑게 개었다. 친척들끼리 번번이 이런 일이 생기니 참 신기한 일이라 했다. 햇빛이 늘 찬란하게 쏟아지던 야트막한 선산.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선산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어두운 구석이 없는 곳이라 산소에 드리운 나무 그늘이 더 거슬렸을지도 모른다. 동철은 영봉과 저 나무를 베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둘은 조상의 묘에 그늘이 진다는 이유로 나무를 베었다. 그것이 조상을 모시는 후손된 도리라 생각했다.




오늘 선산의 나무를 베었어.





이 말을 들은 동철의 처, 봉순은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느낌은 여지없이 맞고야 만다. 영봉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으로 옮겨졌고, 뇌진탕으로 입원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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