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남편도 두고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하면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너무 좋겠다!’와 ‘아이는 어쩌고?’
친정 부모님만 해도, 엄마의 반응은 ‘너무 좋겠다!’였고, 아빠는 ‘애기는 어쩌고?’로 시작해 나중엔 ‘시부모님께 허락은 받았어?’로 이어졌다. 웬 ‘허락’이냐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피치 못할 어떤 사정이 아니라 단순히 여행을 위해서 어린아이를 두고 일주일 이상 집을 비우는 것이, 그것도 남편이 아닌 친구와 떠나는 것이 마치 큰 일탈인 것처럼 여기는 듯했다.
심지어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만난 부모님 지인은 내가 자기 며느리도 아닌데 입술을 삐죽이며 흘겨봤다. 속으로 삼키는 말이 어쩐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엄마가 돼가지고 어린애를 두고 혼자 여행을 간다고? 남편도 없이?’
처음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던 마음에 불쑥 오기가 생겼다. ‘무조건 가야겠어.’
그러나 곧 인정해야 했다. 아이를 두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건 남편을 두고 떠나는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허락과 양해와 도움을 청해야 할 일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최대한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스케줄을 짜고, 양가에 스케줄을 공지하고, 강원도와 충청도, 서울을 오가며 2주간 집을 비울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짐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이는 양가 부모님이 일주일씩 맡아서 봐주시기로 했다. 지역별로 기온차가 심해 여름옷부터 겨울 외투까지 종류별로 챙기고, 아이 전용 치약과 세제, 상비약 같은 것들을 담다 보니 집에서 가장 큰 캐리어가 모자랐다.
일은 또 어떻고? 프리랜서에게 휴가란 사치다. 오래 준비했던 프로젝트 계약이 덜컥 성사되는 바람에 당장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중요한 시기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덩어리가 큰 작업은 미리 마무리해놓고 여행 기간 동안 메일로만 업무를 주고받아도 될 정도로 세팅하느라 며칠 밤을 새웠다.
설상가상 엄마가 곧 떠나는 걸 아는 건지 출발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아이가 아팠다. 코로나일까 수족구일까 마음 졸이며 검사를 하고 밤새 열 보초를 서고 병원을 드나드는 것도 나의 일. 약을 넉넉히 받아 용량과 보관 방법, 먹이는 시간까지 꼼꼼히 기록해 챙기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엄마랑 처음 떨어지는데 아프기까지 한 아이가 안쓰러워 더 잘 먹이고 잘 놀아주려 애쓰며, 이게 도대체 맞는 일인가 생각했다.
여행의 설렘은커녕 피로만 늘어가는 나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일을 벌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