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파킨슨 씨 4
파킨슨 진단을 받고 6개월쯤 지났을 때, 아빠에게 실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떤 전조증상도 없이 아빠는 갑자기 정신을 놓았다. 방금까지 밥을 먹다가 갑자기 눈이 뒤집어지고, 담배를 피우다가 바닥에 고꾸라지고, 자리에 앉다가 고개가 넘어갔다. 가족 모두가 아빠에게 달려들어 팔다리를 주무르고, 엄마는 아빠의 기도를 확보한 후 끊임없이 아빠에게 말을 건넸다.
“석영이 아빠, 숨 쉬어 숨 숨 쉬어,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아빠의 심장 위를 문지르며 엄마는 계속 아빠에게 말했다. 한참을 온몸이 냉동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경직됐던 아빠의 가슴이 서서히 오르락내리락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제야 가족들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조금 연해졌다. 그럴 때마다 하루에도 1440번씩 파킨슨 씨를 찾았다. 파킨슨 씨는 아빠의 몸에 있는데 애꿎은 하늘에 대고 짜증을 냈다.
정말 파킨슨 씨, 우리한테 왜 이러세요?
실신을 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아빠는 자신이 실신했다는 사실조차 다 잊어버렸다. 눈에 빛이 돌아온 후, 아빠는 터져버린 풍선처럼 소파든, 바닥이든 어딘가에 눌어붙어있는 가족들을 보며 이내 자신이 실신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여수든 광주든 서울이든 병원을 찾아가 봤지만 그들도 자신들의 예상보다 너무 빠르다며 약을 늘려드릴게요, 약을 줄여드릴게요, 하는 어미로 말을 끝맺었다. 실신이 파킨슨병 증상 중 하나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 3번 아침, 점심, 저녁, 꼬박꼬박 챙기는 밥때처럼 아빠를 찾아오는 통에 엄마도 우리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빠에게 눈을 뗄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