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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pr 11. 2021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안녕하세요 파킨슨 씨 3

    아빠가 아프셔서 재택근무를 해야 할 거 같아요

처음 회사에 아빠가 아프다는 얘기를 했을 때도, 처음 친구들에게 아빠가 아프다는 얘기를 했을 때도,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전혀 몰랐어”     

“티가 하나도 안 났는데 그랬구나.”     

“어떻게? 괜찮아?”          


다들 당황해하며 걱정의 말들을 건네고, 파킨슨이라는 병을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말한다.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괜찮은지, 괜찮은 건지, 안 괜찮아야 하는 건지 어떤지
          

아빠가 아프고 나서, 사실 가족들의 삶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다들 회사를 잘 다니고 있고, 시간이 있을 때 친구들을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살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을 찾자면 가족들 모두 서로 전화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 정도랄까. 예전에 엄마 아빠가 우리에게 그랬듯, 우리도 엄마 아빠가 아침은 먹었는지, 점심은 뭘 먹었는지, 저녁은 언제 먹을 건지를 궁금해한다는 거. 1년에 두세 번 다 같이 모일까 말까 했던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은 보게 되고, 모일 때마다 끊임없이 얘기를 하게 된다는 것. 유튜브를 볼 때마다 자꾸 남들의 아빠 아픈 얘기를 보게 된다는 것. 보다 보면 어느새 옛날에 있었던 힐링캠프 김성주 편을 보다가 울게 된다는 것.           


“자꾸 어디에 걸려 넘어지세요”          


라는 말에 갑자기 내가 자빠지기라도 한 듯, 무릎에 큰 상처가 난 아이로 돌아가 엉엉 소리를 내게 된다는 것.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걸 보면 항상 애인과 엄마가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 가장 먼저 아빠가 떠오른다는 것. 그러다 문득 보고싶어져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또 결혼은 언제 하냐는 아재력 가득한 말을 들으면 버럭 화를 내고 끊어버리는,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면 하고 스스로 바라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파도 아빠는 계속 이대로 우리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쓰고 싶은 게 아닐까. 아니면 아빠가 미안해할까 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척하고 싶은 건 아닐까. 아빠가 아픈 건 불행이 아니고, 우리 모두 힘들어하지 않으며, 그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듯, 자연스러운 것뿐이라고, 그러니 아빠는 그저 치료하는 것 말고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 무례하게 우리 집에 들이닥친 건 파킨슨 씨의 잘못이지, 우리 중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를 마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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