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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pr 11. 2021

새로운 집이 되어가는 중

안녕하세요 파킨슨 씨 9

파킨슨 씨가 집에 찾아온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1년 사이에 집엔 꽤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가구와 기구들이었다. 처음 파킨슨 판정을 받았을 땐 아빠는 지팡이조차 짚기 싫어해 억지로 손에 지팡이를 쥐어주지 않으면 잡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잡고 나서도 지팡이에 몸을 기대지 않고 자꾸 들고 다니는 통에 몇 번을 실랑이를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판정 후 3개월쯤 지났을까. 어느샌가 아빠는 지팡이가 보이지 않으면 찾기 시작했고, 또 쥐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지팡이를 짚기 시작했다. 이제 지팡이 없이 조금 힘들구나, 가족 모두 속으로 그런 말을 되뇌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을 때, 우리 집엔 두 손으로 끌고 다니는 보행기가 생겼다. 처음엔 집 안에서만 보행기를 쓰고, 밖에서는 지팡이를 짚고 다녔는데,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 나갈 때도 아빠는 보행기를 챙겼다.         

 

자꾸 의자에 앉으면 아빠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통에 아빠 전용 의자도 생겼다. 양 손과 양 발을 반듯이 놓을 수 있는 보조 의자로, 나중에는 보조 변기로도 쓸 수 있는 의자였다. 아빠가 의자에 앉으면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쿠션으로 양 옆을 꽉꽉 채워 넣고, 다리를 올려준 다음 보조 테이블을 앞에 놓아주었다. 아빠는 그 의자에 앉아 주로 책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가보니 이번엔 아빠의 침대 옆에 기둥이 생겨 있었다.           


“이게 뭐야?”     

“아빠 자다가 혼자 일어나야 할 때도 있으니까 잡고 일어나는 기둥이야.”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집에 올 때마다 새롭게 생겨나는 가구만큼, 아빠의 몸속에서 뭔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 괜히 울적해졌다. 그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엄마는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올 때마다 새로운 집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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