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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pr 11. 2021

disease blue 2

안녕하세요 파킨슨 씨 7

엄마는 간호사다. 보통 간호사라고 하면 흔히 큰 병원에서 여러 사람들과 복작거리며 일하는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우리 엄마가 일하는 모습은 그와는 꽤 거리가 멀다. 엄마의 직장엔 환자를 제외하고는 오직 엄마뿐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지방의 소규모 도시에 가면 의료 복지를 위해 정부가 만든 1인 진료소가 있는데 엄마는 그곳에서 일한다. 의사도 없고, 동료 간호사도 없고 오로지 혼자서. 하루에 평균 환자 1~2명이 그것도 아침 일찍 보행기를 끌며 오거나,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적막한 시골 마을의 진료소. 집에 내려가면 가끔 그곳에 들릴 일이 있지만, 나의 모든 일상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숨이 조금 막힌다.           

“엄마는 여기 계속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          


한 번은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생각과는 사뭇 달랐다.          


“너무 좋아. 할머니들 돌봐드리는 것도 좋고, 조용한 것도 좋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 조용한 것도 좋아.”      


엄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꽤 단단한 개인이다. 하지만 아빠가 아픈 후로 엄마의 마음엔 꽤 많은 금이 생겼다. 처음엔 실선만 했는데, 실선이 쌓이고 쌓여 큰 홈이 생기고, 자꾸 그곳에서 눈물이 샌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내게 전화를 건다.          


“운전하지 말라니까 그새 혼자 차를 끌고 나갔다 와서 범퍼 다 긁어왔더라.”          

“가만히 있으라니까 자기가 밥을 해주고 싶었나 봐. 안보이던 새에 쾅 소리가 나서 가 봤더니 미닫이 문에 그대로 넘어져서 유리가 다 깨지고 정말.. 왜 그러는지 몰라..”          


처음엔 단순한 사건사고였는데          


“너네 아빠가 자꾸 지원이네 가족들이랑 순대국밥을 먹는다고 고집을 부려서 아휴 그래라 그랬는데 식당에서 실신을 해가지고 너네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가득하고 엄마가 꼭 끌어안고 석영이 아빠 정신 차려 정신 차려 한 30분을 그랬다니까. 지원이네 가족들 다 먼저 가시라 그러고, 다 식은 순대국밥을 싸와서 둘이 먹는데 자꾸 눈물이 나더라..”          


시간이 가고 아빠의 증상이 심해질수록 점점 일이 커지고, 엄마의 울음소리도 커졌다. 그렇게 한참 울다가도 엄마는 아빠의 인기척이 들리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숨을 가다듬었다.     


“석영아 너네 아빠 오나보다. 엄마가 나중에 또 전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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