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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pr 11. 2021

파킨슨 씨의 주차

안녕하세요 파킨슨 씨 10


모든 아파트가  그렇듯, 우리 아파트도 라인을 나서면 장애인 주차구역이 바로 앞에 있다. 아빠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항상  비어있는  공간이 아쉽기도 했고, 장애인 스티커가 없는 차량이 주차돼 있을  얄밉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딱히  공간과  사이의 연결고리가 생길  같지 않아 무관심한  가장 컸다.          


그런데 아빠가 아프고 나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바로 그 주차구역이었다. 나의 천 걸음보다 힘든 아빠의 한 걸음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니까.      

     

“엄마 우리 차도 장애인 스티커 붙일 수 있어?”          


거의 진단을 받자마자 나는 엄마에게 장애인 스티커를 언제 붙일 수 있는지부터 물었다.          


“파킨슨 병은 진단받고 1년이 지나야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어서 그 전엔 안 돼. 조금 불편해도 기다려야지”          

그때서야 나는 장애인 기준에 대해서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됐다. 장애등급이 6등급까지 있다는 것도, 중복장애가 있다는 것도, 다른 병과 달리 파킨슨병은 장애 진단을 받는데 1년이 걸린다는 것도, 증상이 심해지면 계속 심사를 받아 등급이 달라진다는 것도 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나랑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장애인 주차구역처럼, 세상엔 아직도 모르는 게 차고 넘쳤다.          


그 사이에도 여전히 아파트 앞 장애인 주차구역은 일반차량이 무단주차를 하거나 또는 비어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스티커를 받기 전까진 그곳에 차를 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기 어딘가 우리 가족 같은 가족들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때로부터 1년이 흘렀다. 아빠는 처음엔 4급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금방 3급으로 상향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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