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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26. 2024

하루를 까먹고 있습니다

부(wealth)와 돈(money)의 차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부(wealth)와 (money)의 차이를 아는가? 나는 몰랐다. 돈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하므로, 부요한 감정은 돈이 많아야 누릴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성경에서 부는 전부 재물로 번역되지만, 부요함을 말할 때 쓰는 단어가 원문에서는 다르다고 한다. 부요함은 하나님께서 직접 창조하셔서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지하자원, 토지, 광물, 석유 같은 물질이나 상품 등이 부에 속한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자손의 번창, 세력, 관계, 자신감 같은 힘도 부에 속한다. 어쩌면 충만함으로 표현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부요함. 돈이 있으면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누릴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돈은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다. 하나님이 만드신 것에 어떤 상징을 부여한 것이다. 가치의 교환을 위해 금본위제와 은본위제를 거쳐 화폐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돈은 세상 원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세상은 경쟁과 탐욕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것들과 싸워야 한다. 부요함을 얻기 위해 돈을 벌면서도, 물어뜯길 비참함을 각오해야 한다. 누군가의 비유처럼, 돈을 갖는다는 것은 사바나 초원 한가운데서 고깃덩어리를 움켜쥐고 서있는 것과 같다. 세상 사람 모두가 공통으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이 돈이기 때문이다. 굶주린 사자부터 하이에나들까지 모두가 달려들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악이 몰려올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럴수록 더 강해지려 노력하고, 강해지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번다. 더 많은 악이 몰려온다. 세상의 악이 아니라, 내 안의 악이 올라온다.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감당할 수 없어도 좋으니, 우선 많이 갖길 바라기도 했다. 돈으로 부를 구축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부를 쌓을 수 없는 존재다. 부를 창조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누릴 수 있었다. 내겐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있다. 남편과의 관계가 버거울 땐 결혼 전을 생각했고, 아이들을 기른다는 무거운 책임감에 몸서리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미안함과 고마움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끼는 유일한 존재, 그와의 관계 개선에서 오는 풍성함과 내 안에서 나온 존재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는 누릴 수 있었다.

 

적다고 느꼈지만 먹고살 수 있는 (남편과 나의) 월급이 있었고, 나는 무급 휴직기간에도 유지되는 직장이 있다. 무급 기간을 살아내기로 결정한 용기가 있었고, 지금껏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규모 있게 살아온 힘이 있었다. 까먹을 수 있는 하루가 있었다.


잉여인간처럼 하루를 숱하게 까먹은 날들이 있었다. 무급 휴직기간에는 월급으로 받았을 돈으로 치환한 하루가 아까워서, 하루를 소중하게 까먹은 날들이 많았다. 하루하루 살아오느라 애썼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하루하루 쌓아온 게 있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하루마저도 내가 창조해 낼 수 없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기회였고, 선물이었다.


그저 나는 내게 허락된 하루를 풍성히 누리고 싶다. 무급이든 유급이든 중요치 않다. 돈을 열심히 벌되, 돈으로 부를 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돈은 부와 동의어가 아니며, 그것으로 부를 축적할 수 없음을 이제는 안다. 또한 나의 하루는 다른 사람의 하루와 같을 수 없다. 나의 하루 동안 허락된 몫을 다른 사람의 몫과 비교한다고 해서 내 몫이 더 커질 수 없고, 더 작아질 수도 없다. 미래를 구하고 취하되, 현재 내게 허락된 것을 나는 풍성하게 누릴 것이다.


내일 또다시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면, 나는 아주 감사하게 하루를 까먹을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 영감 받았던 설교 메시지


* 본문에 언급된 '부와 돈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본 영상 8:00~14:00 부분을 참고,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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