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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Oct 24. 2021

사랑으로 살아가야지

나를 돌보기

  2019. 2. 12.


  나에 대해 알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무슨 영화를 즐겨 보고 어떤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 힘겨움을 느끼는지, 내가 가진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그건 또 얼마나 심각한 건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삶의 요소는 무엇이며 나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은 또 무엇이 있는 건지 알아가고 싶어서 매일 끊임없이 질문했다. 이러한 질문은 당신과 사랑을 하는 와중에도 존재하였으나 시간을 들여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일을, 그렇게 매일매일을 내가 어떻게 보내는지 기록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이 일기를 읽게 되면 과거에 내가 가졌던 마음 깊은 곳의 의문들이 전보다는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까. 나의 감정을 해부하듯 디테일하게 나누어 보는 것은 분명 나에게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고 싶지 않고, 애인에게 버림받고 이제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얼마 가지 못할 외침을 하는 영화 속 허름한 청춘처럼 내 삶을 다루고 싶지 않았다. 물론 친구에게는 농담으로 웃으면서 나 이제 연애 안 한다 선언하곤 했지만. 웃어도 기분이 즐거워지지 않아서 울기도 했지만.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친구는 내게 말했다. 친구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친구가 한 얘기도 나에겐 소중한 얘기일 거다. 사랑으로 살아가야지.


  돌아보면 나는 나에게 꽤나 무심했던 것 같다. 당신을 만나러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로 가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하려고 쓰리잡을 뛰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에이랜드 니트들과 빈티지 아우터들을 사주고, 일을 할 수 있는 심리적 상태가 아닌 당신이 부족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그래서였을까? 당신이 나에게 예쁜 옷을 입고 다녀보라고 말했을 땐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펐다. 그때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지만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우선 내 주위의 것들을 사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의 주변을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채워나가면 머지않아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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