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동안 숙소 10번 옮긴 사연
치앙마이 한달살이를 계획할 당시의 계획은 이러했습니다.
1) 남편이랑 가서 머무는 첫 4박 5일 동안만 대표적인 관광지인 올드타운과 님만해민에 호텔을 잡고 여행자처럼 지내기
2) 그 이후 혼자 지내는 3 주는 주요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진 지역 콘도에 머물면서 살아보기
3) 근교 여행을 혹시 가게 되면 1박 2일 정도는 해당 지역에서 지낼 것을 대비하기
여행에서 태국 북부 전역을 휩쓴 100년 만의 홍수를 만난 저의 계획은 1번까지만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그 이후엔 무거운 캐리어를 홀로 끌고 다니며 8개의 숙소를 돌아다닌 끝에 총 11개의 숙소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2-3일마다 한 번 숙소를 옮겼다고 보면 되겠네요.
자연재해 때문이긴 했지만 장기 여행자로서는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일이겠지요.
‘한달살이’가 아닌 ‘한달떠돌이’라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체크아웃하고 다시 새로운 곳에 체크인하는 일은 시간도 많이 잡아먹더라고요.
이 글은 시기를 잘못 만난 슬픈 여행자의 한탄이지만, 어쩌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은 안 계실 것이기에
오늘 글은 (저만이 할 수 있는) 치앙마이 전역의 숙소를 소개하는 글로 승화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 아주 대략적으로 치앙마이의 각 지역별 특성과 종류별 숙소의 특성을 찍먹 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MBTI 중, J 성향이 아주 짙은 분이시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기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극한 P이기에 가능했던 저의 치앙마이 한달살기 숙소들과 각 숙소별 사연을 공개합니다.
‘한 달 떠돌이 여행자’인 제가 머물렀던 곳들은 지역별로, 숙소 종류별로 나누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숙소 11곳을 하나씩 소개합니다(지역별로 묶다 보니 시간순대로 정렬하지 못했어요. 숙소이름 앞 번호는 숙박 순서입니다.)
올드타운 (구시가)
13세기 란나 왕국의 수도가 자리했던 성곽 내부를 올드타운이라 한다. 정사각형 모양의 성곽은 성벽과 해자로 둘러싸여 있으며 동서남북에 있는 5개의 게이트가 안팎을 연결한다.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로 황금빛 사원들이 여기저기 숨어있으며 개발 제한으로 인해 옛 정취가 잘 묻어나는 곳이다. 역사와 문화가 여전히 숨 쉬는 곳인 동시에 노후화된 건물이 많은 곳이다. 새러데이마켓, 선데이마켓 등 대규모 야시장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머물렀던 부티크 호텔이다. 남편과 함께 머무는 기간이기도 했고 첫 숙소는 좋은 곳에서 묵고 싶어, 가격은 비쌌지만 플렉스를 했다! 이 호텔은 2022년 준공된 신축으로 깨끗해서 인기가 많은 호텔이었다. 유럽풍 같기도 하고, 태국스럽기도 한 독특한 건축과 인테리어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선데이마켓이 열리는 타패게이트와 아주 가까우며 올드타운 내 주요 관광지와 유명 식당들과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성인 전용 호텔이라 조용한 휴식을 즐기기에 좋았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멋스럽고, 룸 컨디션과 향기가 아주 좋다(실제로 후기를 보면, 이 호텔 향이 궁금하다는 리뷰가 있을 정도다)
사원뷰 수영장이 아름답고 다른 호텔들과 비교해 수영장이 큰 편이며, 청결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다
조식 수준이 높고 종류가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여행 둘째 주부터 3주 간 머물 콘도가 홍수로 인한 침수구역으로 구분되어 3일 만에 쫓겨나고(?) 급하게 찾은 곳이다. 엄마와 지낼 곳이다 보니 최대한 깨끗하면서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골랐다. 2023년에 지어진 곳으로 올드타운 중심지에 위치하며 삼왕상이나 왓프라싱 같은 관광지와도 가까웠다. 관광지들을 호핑 하다가 숙소에 잠깐 들러 수영하거나 쉬다가 나가기 좋았다. 뜨거운 햇볕으로 엄마는 정오에서 2시 사이의 여행을 힘들어하셨는데 이때 딱 호텔에서 수영을 하며 시간 보내기 좋았다.
객실이 꽤 큰 편이며, 침구가 푹신하다
조식당이 수영장뷰로 멋스럽고 메뉴를 인당 2개씩 고를 수 있다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면 하수구 냄새가 심하게 난다.
창클란
창클란 지역은 구시가지 동쪽으로 삥강과 나이트바자가 있는 지역이다. 타패 게이트 근처의 타패로드는 시장, 레스토랑,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 혼잡하지만 삥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고즈넉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 고급 리조트나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들어서 있고, 고급 레지던스들도 생겨나고 있다. 낮과 밤이 가장 다른 곳으로 낮에는 삥강 주변의 고즈넉함을, 밤에는 야시장의 분주함과 재즈바, 클럽, 펍 등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머물고 싶어 치앙마이 한 달 살이를 결정했을 정도로, 가장 기대가 컸던 숙소이자 내가 가장 오래 머물기로 예약해 둔 곳이었다. 2023년에 지어진 곳으로 모든 시설이 깨끗할 뿐 아니라 루프탑에 있는 길이 160m의 수영장이 이 콘도의 킥이다. 뿐만 아니라 17층에는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워킹 라운지 등 공용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1층에는 카페, 네일숍, 여행사 등이 있어 많은 것들을 이 콘도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수 이후 공용시설은 모두 문을 닫았고,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고립되었으며 단수와 단전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했다. 3주를 예약했으나 실제로 이용한 기간은 6일에 불과하다.
숙소도 숙소이거니와 밤마다 열리는 나이트바자 야시장, 핑강 주변의 감성 카페와 베이커리, 아침마다 열리는 므엉마이 과일시장도 핑강의 범람으로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 여행 마지막 주(4주 차)에 다시 돌아가긴 했지만 그때 방문한 모든 시장들도 아직은 흙먼지가 일어나고 있었고, 그 정도로 홍수로부터의 완전한 복구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홍수가 나기 전) 첫 번째 방은 거실과 주방이 분리된 구조였고, 침실엔 욕실이 딸려있는 코너룸이었다.
(홍수복구 이후) 두 번째 방은 거실과 주방이 하나인 기본 구조의 방이었고, 고층이어서 전망이 좋았다.
모든 것이 갖춰진 방과 이중 삼중으로 카드를 찍는 출입시스템이 있어 안심이었다
럭셔리한 공용시설을 갖추고, 매일 청소해 청결하게 관리되었다
관광지 접근성이 다소 아쉽고, 우기에는 핑강 범람으로 인한 홍수 위험이 있다
님만해민 (신시가)
올드타운의 북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치앙마이 대학 근처에 조성된 트렌디한 거리이다. 서울의 홍대, 가로수길, 성수동 등에 주로 비유되며 방콕의 쑤쿰윗과 비교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대규모 쇼핑센터와 호텔, 콘도가 대로변에 자리하고 골목골목 안쪽으로는 감각적인 레스토랑, 카페, 부티크, 마사지샵 등이 가득해 젊은이들에게 인기 많은 지역이다. 재즈바, 클럽, 펍들도 많아 밤늦게까지 번화한 곳이기도 하다. 치앙마이 대학교나 도이수텝 사원이 있는 수텝산과 가깝다.
여행 첫 주, 남편과 올드타운에서 2.5일, 님만해민에서 2.5일을 머물기로 하고 선택한 호텔이다. 올드타운에서 꽤 비싼 호텔에 묵었기 때문에 님만에서의 숙소는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골랐다. 선택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마야몰(MAYA MALL)이라는 랜드마크 격 대형 쇼핑센터에서 도보 1분 거리로, 마야몰 세권이었던 점이다. 마야몰에는 지하의 대형마트뿐 아니라 층별로 패션, 전자기기 매장, 푸드코트, 공유오피스, 카페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여행자라면 한 번은 꼭 가게 되는 곳이다. 이 호텔의 특이한 점은 수영장을 가운데 두고 한 건물은 호텔, 또 다른 건물은 레지던스로 운영된다는 점이었다. 단기 여행객과 장기 숙박객이 수영장에서 모이는 광경이 참 재밌었는데 구명조끼, 튜브 등을 방 테라스에서 걷어서 바로 내려와 장비가 빵빵한 사람들은 모두 장기숙박객이었다.
마야몰, 원님만 등 이 지역 최고 쇼핑센터와의 접근성은 가장 뛰어나다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등이 작지만 알차게 잘 갖춰져 있고 이용객이 별로 없어 여유롭게 이용했다
님만해민 대부분 지역이 비행기 소음을 피할 수 없지만, 정말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날아간다. 방별 방음도 거의 되지 않는다
홍수 발생 후 3일이 지났음에도 내 장기 숙박 레지던스는 아직 홍수 복구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내 방의 호스트는 본인이 살고 있는 집도 침수되었기 때문에 내가 머무는 콘도를 해결하러 갈 수 없다고 했다. 부랴부랴 에어비앤비를 뒤져 님만해민에 위치한 원룸 아파트로 숙소를 정했다. 3일 뒤에는 홍수 피해가 해결되고 물이 빠져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하고 2박 3일만 예약했다. 건물은 낡았지만 새로 리모델링을 하고, 산 전망이 보이는 큰 창을 가진 방으로 예약을 했다. 이전에 머무르던 고급 레지던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층에 경비실도 있고, 엘리베이터에 방 키를 인식해야 작동하는 방식이어서 마음이 좀 놓였다. 이 아파트는 대부분 방마다 싱크대와 냉장고를 갖추고 있어서 음식을 해먹을 수도 있었다.
1층에 세탁소, 코인 빨래방, 카페를 갖추고 있어 편리했다
수텝산 전망의 방을 선택했더니, 전망이 아주 훌륭했다(특히 일몰시간에!)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주변이 깜깜해 늦은 시간에는 집 밖에 나오기가 꺼려졌다
위의 아파트에서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예약 종료 이후엔 다른 이들의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또 다른 숙소를 구했어야 했다. 이 때라도 미련을 버리고 장기 숙박이 가능한 다른 숙소를 찾았어야 했는데.. 나는 계속 아스트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질 못했다. 근처에서 가까운 숙소를 단기로 또 구했는데, 마찬가지로 님만해민에 있는 원룸 아파트지만 대로변에 위치해 보다 안전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도 방 2개를 옮겨 다니며 총 6일을 머물렀다. 위치상으로는 정말 최고의 숙소였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님만해민의 유명한 레스토랑과 카페를 구석구석 다니고 치앙마이 대학이 가까워 대학 내 저수지와 대학 앞 야시장을 자주 방문하며 지냈다.
대로변이라 공유택시(그랩, 우버 등)나 바이크 잡기가 무척 편했고, 어디든 이동하기 수월했다
1층에 대형 편의점이 있고, 도보권으로 님만해민의 모든 곳을 가볼 수 있었다
같은 건물이지만 집주인마다 다르게 인테리어를 해둬서 다른 숙소에서 머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창푸악 (젯욧, 산티탐)
창푸악 지역은 크게 왓쩻욧 사원이 위치한 쩻욧 지역과 산티탐대로가 위치한 산티탐으로 나눠볼 수 있다. 관광지가 거의 없는 주거지역이라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며 장기 숙박을 위한 빌라나 콘도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한달살이로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이며 시장이나 로컬 맛집이 있어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쩻욧 지역은 치앙마이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가격대비 맛이 훌륭한 식당들이 많다.
어떤 카페를 갈까, 찾아보다가 유럽풍의 아주 멋진 목조주택을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는 곳을 찾았다. 그런데 그 카페 2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한다고 했다. 혹시나 예약이 가능할까 했는데 마침 2박 예약이 비어있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운 좋게 다른 사람이 취소한 객실을 잡게 된 것이었다). 방이 세 개뿐이어서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와야 할 정도로 예약이 어려운 곳인데 럭키비키였다. 목조주택만의 감성과 빈티지 가구가 이곳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쩻욧 지역은 마음먹고 가지 않으면 여행자가 잘 가지 않는 지역인데 이 숙소에 머문 덕분에 쩻욧 지역을 산책하며 둘러볼 수 있었다.
주인 분들이 치앙마이에서 만난 사람들 중 제일 친절했다.
목요일은 카페가 휴무일이어서 1층 카페와 마당을 전세 낸 듯 자유롭게 이용 가능했다.
핫플 카페가 1층에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 (손님들이 끊임없이 와서 다소 시끄러웠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모든 지역에서 다 묵어봐야겠다,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산티탐 지역에서도 한 번 머무르고 싶었고 5성급 호텔이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머물렀던 호텔 중에선 가장 아쉬운 호텔이다. 5성급임에도 불구하고 건물이 낙후되어 있었고, 수영장 등 공용공간이 잘 관리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님만해민과 올드타운의 경계에 있어 두 지역과 모두 가깝기 때문에 단기 여행자라면 이곳에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
객실은 클래식하고 깨끗했으며 세탁 서비스도 퀄리티가 높았다
치앙마이에서 머문 호텔 중 유일하게 조식이 뷔페식이었다
노후화된 건물과 수영장 컨디션이 아쉬웠다
항동
항동지역은 치앙마이 올드타운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곳이다. 차량으로 30분가량 이동해야 하는 거리로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그랜드 캐니언 등과 가깝다. 이 지역은 관광지는 많지만 여행객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아니다. 당일투어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간혹 숙소를 항동 쪽에 잡고 1-2일 머무르기도 한다.
8. 호텔 셀라(3성급)
이곳은 출국 전부터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호텔이었다. 마침 근처의 국립공원에 가는 일정이 있어 이 호텔에서 머물기로 했다. 유럽풍의 고급 부티크 호텔 셀라는 14개라는 작은 객실 수를 보유하고 있기에 투숙객들의 완벽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곳이었다. 나 역시 머무는 동안 마주치는 모든 호텔 직원들이 나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며, 적당한 친절함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5성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아주 인기가 있는 호텔인데, 유럽풍 외관과 정원, 수영장이 인생사진을 건지기에도 충분해 이 숙소만을 위해 항동지역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나 역시 혼자지만 삼각대를 활용해 많은 사진을 남겼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윈도우 레스토랑’도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어 기념일에 방문하기 좋을 듯했다.
로비, 정원, 객실, 도서관, 수영장, 레스토랑 모두 무척이나 아름답다.
객실이 적은 덕분에 이용객이 별로 없어 아주 여유롭게 호캉스가 가능하다.
주변에 식당과 카페가 전무해 호텔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한 도시에서 10번이나 숙소를 옮기기는 아무리 장기여행자라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서두에서 언급했듯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는 돈도 시간도 더 많이 소비했습니다만, 그래도 각 지역에서 최소 3일 이상은 살아봤기에 여러 동네의 장단점과 분위기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호텔, 콘도, 아파트,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종류의 숙소에 머문 덕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난임이 오래 지속되자 저는 무기력했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저는 원망할 무언가를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도피하듯 떠나온 치앙마이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재난은 그 원망을 하늘에게 돌리게도 하고, 지지리 운도 없다며 저한테 돌리기도 했는데요. 새로운 공간이 주는 새로운 에너지 덕에 잠시나마 그 문제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의 제목처럼 한달살이를 저처럼 했다가는 지갑이 얇아지고, 골병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숙소를 바꿀 때마다 경험한 ‘리셋에 대한 희망’과 ‘다시 차오르는 에너지’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일상사가 번다하고 골치 아플수록
여행지의 호텔은 더 큰 만족을 준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 문제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만 같다.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그것은 리셋에 대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여러분의 라이킷과 댓글은 제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