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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유부녀의 치앙마이 한달살기, 동행을 구하다 1

유부녀 혼자여도 괜찮잖아?

by 안긁복의 모두극뽁 Mar 07. 2025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결심했을 때, 혼자의 자유로움을 기대하긴 했다. 남편과 초반에 함께 4박 5일, 엄마와 그 이후 3박 4일을 함께 여행했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혼자가 된 첫날, 해방감과 동시에 허전함이 몰려왔다. 아무래도 남편의 편지 탓이 컸다.


남편이 먼저 나와 함께 치앙마이로 왔다가 한국으로 들어갔고, 그다음 이어서 우리 엄마가 치앙마이에 오는 일정이었다. 나는 가져온 책들을 이미 다 읽었던 터라 남편에게 엄마 편에 새로운 책을 보내달라고 했다(전자책도 읽지만 종이책만 주는 그 무언가가 있다). 김애란 작가님의 신작소설이 나와 궁금했던 차였다. 엄마가 왔을 때 남편이 전해준 책을 받았지만 읽을 틈이 없었고, 엄마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책을 처음으로 펼쳤다.


펼치자마자 떨어지는 건 편지봉투였다. 남편이 편지를 동봉했던 것이다. 내가 그 편지를 발견한 곳은 동네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카페였다. 입구에서의 느낌과는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에 폭포도 있고, 정자도 있는 엄청난 카페였다. 나는 특별한 장소를 발견한 기쁨으로 폭포 앞에서 기념샷도 남기고 앉아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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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보이지만 테라스로 나가면 폭포와 정원이 있던 카페

내 앞테이블엔 50대 정도로 보이는 서양인 남성이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편지를 펼치고 얼마 안 있어 눈물을 뚝뚝 흘리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울음이 길어지자 “Are you okay?”하며 안녕을 물을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울어버렸던 건 편지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아내를 혼자 여행 보낸 남편은 그만의 고충과 고독도 있었을 터인데 편지 내용은 오롯이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있어서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곳에서 내가 없기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이
너를 더 풍성하게 만들기를 난 너의 동반자로서 응원하고 있어.
내 존재가 너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를 늘 기도해.
아프지 말고, 몸도 마음도.
조심하고. 익숙해지면 긴장이 떨어지는데 타지니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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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남편의 편지

울음 끝에 나는 나를 더 풍성하게 만들 경험들을 하고 싶어졌다. 혼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매일 다른 카페에서 신선한 커피를 마시며 카페 호핑을 하는 일상적인 경험도 너무나 좋았지만 혼자서는 용기내기 어려웠던 새로운 경험들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빠이나 먼쨈같은 치앙마이 근교 도시 여행의 경우에는 보통 동행을 구해 택시 운전사에게 직접 컨택하고, 장거리 요금을 흥정해 지불하는 ‘개인투어’의 형식이 많았다. 코스는 개별맞춤형으로 짜고 투어비용은 함께 여행한 사람들끼리 나눠내면서 교통비나 가이드 비용을 아끼는 구조였다.


동행을 구하는 방법은 아주 쉬웠다. ‘치앙마이 여행’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오는 오픈 채팅방 세 곳 정도에 입장했다(2030만 받는 나이제한이 있는 방엔 들어가지 못했다). 여성들만 인증해서 입장이 가능한 채팅방도 있었고, 치앙마이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많은 방, 여행자들이 많은 방이 각각 있어 나는 이렇게 세 개 방에 참여했다. 이전에도 점심식사 동행이나 재즈바 동행 등 특정 식당이나 공연에 함께 갈 사람들을 모집하는 형식의 동행은 해보았지만 장시간 같이 함께 여행하는 동행은 처음이었다. 오픈 채팅방 외에도 여행사나 여행 플랫폼(마이리얼트립 등)을 통하거나 카페나 밴드 등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투어 동행을 구할 수 있었다.


원래 성향이 극 E로 외향적이지만, 지속되는 난임과 임신실패로 인한 우울감을 경험한 뒤로는 친한 사람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피하게 되었다. 상황 설명은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 묻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은 하나도 중요치 않았다. 왜 이곳으로 여행을 왔는지, 치앙마이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 ‘함께 있는 이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혼자 원래 있던 곳에서의 경력이나 상황’보다 더 중요한 이야깃거리였다.


처음으로 동행투어를 떠난 곳은 ‘먼쨈’이라는 곳으로, 치앙마이 현지인들의 휴양지로도 유명한 고산지대이다. 계단식 논밭 사이 구불구불한 길로 올라가면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가히 절경이라고 했다. 사실 엄마가 가고 싶어 해 엄마와의 여행에서 가려고 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홍수로 인해 그쪽으로 가는 길에 산사태가 나서 그 기간엔 갈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먼쨈에만 가도 충분했다. 그런데 채팅방에 올라온 동행은 ‘먼쨈+엘핀팜(코끼리 농장)+사이프러스레인(포토존으로 유명한 숲)+훼이뜽타우 호수‘를 묶어 하루 안에 다녀오는 코스였다. 하루 안에 다 돌기는 버거울 것 같기도 하고, 한 장소를 그냥 찍고만 올 것 같아 썩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행을 구하는 으나(닉네임)님이 마침 내가 머무는 숙소 바로 근처에 머물고 있었고, 한국 여행자들에게 아주 유명한 택시 기사이자 가이드님을 섭외했다고 호소(?)하셔서 나도 투어에 합류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채팅하며 일정을 조율하고 이야기를 나눴다.처음으로 채팅하며 일정을 조율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 우리는 총 세 명이었고 으나님은 일행이 있었다. 둘은 대학동기 사이로 취직 이후에도 함께 여행을 다니는 절친사이라고 했다. 나만 혼자 일행이 아니라 뻘쭘할까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으나님과 그의 친구 주디 님은 처음부터 나를 아주 잘 챙겨주었다. 차도 꽤 큰지라 자리도 널널했고 내부도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으면서 운 좋게도 다른 사람이 꾸려놓은 아주 좋은 투어에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운전기사 맥스는 정말이지 최고의 가이드이자 친구였다. 처음에 그를 모를 때는 5분마다 차를 세우고 뭘 자꾸 사 오는 그의 의도를 의심했었다. 우리가 요구하지 않은 물건들을 자꾸 사주고는 나중에 물건 값을 우리에게 덤터기 씌우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리고 가뜩이나 들러야 할 곳이 많은데 자꾸만 코스를 추가했다.


그가 사준 것들은 물과 음료, 망고와 리치 등 과일, 캔디와 초콜릿, 꽃 목걸이 등이었다. 돈을 받은 만큼 프로페셔널한 가이드로서 우리를 대접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받은 돈으로 치앙마이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물건을 팔아주면 현지인들에게도 도움을 주면서, 관광객인 우리에게도 좀 더 배려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요즘 예약을 많이 해준다며 그럴수록 더 만족스러운 투어로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가 대단했다. 그가 자꾸 차를 멈춰가며 사준 것들은 먼 길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요기할 수 있는 스낵들이나 사진 찍을 때 더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해주는 꽃목걸이 소품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순전히 투어를 많이 가본 본인만의 노하우로 우리에게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의도였다. 이를테면 밤에만 열리는 ’ 나이트 사파리‘에 낮에 가면 산책 중인 사슴을 볼 수 있다며 우리를 데려간 거였다. 사파리 차단기를 올려주는 경비와 인사를 나누면서 “내가 맥스니까. 나라서 열어주는 거예요.”하던 뿌듯함이 묻어나던 그의 얼굴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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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열리는 나이트 사파리에서 낮에 만난 사슴 / 목엔 맥스가 사준 꽃목걸이도 걸고있다

그렇게 약간의 의심과 오늘 안에 투어가 다 가능할까라는 걱정에 버무려진 우리 셋과 해맑은 맥스는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고 달려 첫 번째 정식 투어 장소에 도착했다. 사이프러스 레인(cypress lane)은 이탈리아의 상록수인 사이프러스 나무를 양옆으로 심어둔 유럽식 정원 같은 곳이었다. 나는 어딘지도 뭐 하는 곳인지도 몰랐지만 함께한 MZ친구들은 이곳이 손꼽는 포토존이며, 치앙마이 현지인들이 웨딩촬영을 할 만큼 아름다운 명소라고 했다. 우릴 내려준 뒤 맥스는 “30분만 지나도 사람들이 몰려올거예요. 얼른 사진 찍어요.” 했다.


제주도에서도 산방산 앞의 공터에 유채꽃을 잔뜩 심어둔 땅주인들이 입장료를 받듯 이곳의 주인도 출입하고 사진을 찍게 해주는 대신 입장료를 받았다. 우리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서로의 사진을 찍어줬다. 의자나 꽃바구니 등 소품까지 갖춰둔 곳이었다. 처음엔 모르는 사람 앞에서 포즈 취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어린 친구들이 빈말로나마 “언니 너무 예뻐요”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렇게 사진을 다 찍고 나니 정말로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전문 가이드 덕에 한가한 시간에 오롯이 이곳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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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레스레인에서 많은 사진을 남겼다.

숲 바로 옆에는 카페가 있었다. 통창으로 숲과 시냇물을 보면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지만 우리는 갈길이 멀기에 테이크아웃만 했다. 우리 것에다 한 잔을 더해 커피를 주문하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맥스에게 건네니 맥스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커피값을 주려는 그를 만류하고 우리는 ”사슴을 보게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에요. “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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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을 대여해주던 곳과 마음이 편안해지던 뷰의 카페

시원한 커피 덕이었을까. 맥스의 인싸력은 다음 장소인 코끼리 농장에서 빛을 발했다. 이동하며 우리 셋 중 이번 달 생일자가 있냐고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우리는 어리둥절했으나 마침 일행 중 주디가 10월 생일자였다. 증명할 서류가 있냐고 했고 여권을 꺼내며 우리는 또 긴장했고 나는 한번 더 그를 의심했다. 여권을 다시 돌려주더니 그는 아주 큰 생일선물을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곤 또 어떤 가게에 들러 자양강장제를 여러 병 샀다. 여전히 영문을 모른 채 우리는 엘핀팜이라는 코끼리 농장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흐렸던 날씨가 다행히 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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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핀팜의 풍경

이곳은 코끼리들의 자연생활을 관찰할 수 있는 보호소(생츄어리)로 카페에서 먹이를 사서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 일단 대자연속에서 거니는 코끼리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 압도되었다. 맥스는 생일자가 일행 중에 있음을 보호사에게 보여주었고 보호사는 우리에게 코끼리 우리로 들어와 코끼리를 안아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사실 평소 동물을 무서워하는 것에 가까운 나는 정말 망설였지만 이곳의 코끼리들이 이전엔 코끼리 트레킹을 하며 혹사당했던 코끼리들이라는 이야기에 한 번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셋은 한 번씩 코끼리를 꼭 안아주고 우리에서 나왔다. 코끼리 코에 감겼는데 생각보다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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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착하고 따뜻했던 코끼리들

맥스는 보호사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아까 산 자양강장제를 주었다. ”생일이라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한 거야. “라고 우리에게 귀여운 생색도 물론 냈다. 사실 그곳에서 내려오면서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코끼리를 작은 우리에 가둬두는 동물원이나 코끼리 등에 타는 트레킹보다야 인도적이지만, 여전히 코끼리에게 먹이를 준다는 명목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코끼리들이 안쓰러워서였다. 그것도 잠시 우연히 찻길 옆으로 지나가는 코끼리들을 만났더니 맥스는 또 “너네는 정말 운이 좋아! 산책 중인 코끼리를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아.” 하면서 옆에 있는 표지판을 가리켰다. 그 표지판엔 과연 ‘코끼리 출몰 구역’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쯤 되니 우리가 정말 운이 좋은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원래 투어의 일부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해맑은 미소와 고조된 목소리 덕분에 우리도 덩달아 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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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만난 산책하는 코끼리들

세 번째 장소 먼쨈에 갔을 땐 맥스의 친구가 그의 투어팀을 데리고 합류했다. 몬쨈은 본디 고산족 ‘몽족’의 고장이다. 그의 친구 닉은 몽족으로 이곳 몬쨈 출신이라고 했다. “내 친구 닉은 Mountain guy라서 다른 사람들이 데려가지 못하는 특별한 장소로 우릴 데려갈 거야.” 라며 아주 높은 산으로 안내했다. 계단식 논과 밭을 보면서 그리고 그곳에 심긴 배추를 봤을 때 이국적인 풍경이면서도 기시감이 들었다. 강원도에서 자라는 고랭지배추밭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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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랭지배추와 양떼목장이 아닌 몬쨈입니다

그래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기 때문인지 우리는 마치 하늘과 맞닿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탁 트인 시야로 발밑을 바라보는데 정말로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풍경을 감상하다가 우리는 또 한 번 입장료를 내고 주인이 정성스레 가꾼 꽃밭(이자 포토존)에 들어가 사진을 몇 장 남기고 몬쨈투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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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닿을듯했던 몬쨈투어

오고 갈 때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운전을 하는 사람으로서, 조수석에 타는 이가 장거리 운전에 운전자가 지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엄청난 미덕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피곤했음에도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믿거나 말거나 그는 라오스에서 펜션 사업을 하면서 사업을 엄청나게 키웠다고 했다. 코로나 시기에 직격타를 맞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온 뒤 가이드 일을 시작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자기는 이 일을 사랑한다며 자기가 경험한 한국 손님들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 치앙마이 사람들은 한국인들과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 아내가 한국에 너무 가고 싶어 해서 작년에 함께 다녀왔다는데 경복궁이 좋았다는 이야기 등을 차례로 늘어놓았다. 처음에 느꼈던 의심이 미안해질 만큼 그에게서 점점 더 진심이 느껴졌다.


다시 치앙마이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멋진 대형 카페에 들러 식사도 하고 음료도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마지막 코스인 ‘훼이뜽타오 호수’에 도착할 무렵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이 호수와 호수를 따라 조성된 유원지는 치앙마이 현지인들이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한다. 3.7km에 달하는 호수 주변으로 대나무 방갈로들이 줄지어 있었다. 원래는 방갈로에 앉으려면 식당에서 음식을 꼭 시켜야 하는데 여지없이 맥스는 주인에게 말해서 잠깐 앉아보기만 하고 간다고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잠시 방갈로에 앉아 일몰 시간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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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이뜽타오 호수를 둘러싼 방갈로들

이곳 유원지에는 짚으로 만든 아주 커다란 킹콩, 코끼리, 매머드 등 동물모형이 명물인데 우리는 차에서 내리지는 않고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봤다. 거의 2층 건물 높이정도는 되어보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킹콩 손이나 입 속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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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이뜽타오의 짚으로 만든 동물조각상

이제 들르기로 한 곳들은 다 둘러보았는데 맥스는 “너희 치앙마이에서 제일 멋진 사원 도이수텝 가봤어? 안 가봤으면 거기도 오늘 내가 데려가줄게. 거기 야경이 정말 최고야. 추가금 없어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나는 이미 엄마와 그 사원을 다녀오기도 했고, 긴 투어로 지친 우리는 “맥스 이제 정말 충분해~ 제발 집에 데려다줘.”라고 했다. 약속한 시간보다도 이미 오버된 시간, 추가금액도 받지 않고도 꽉 채워 구경시켜주고 싶은 그의 마음을 우리는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 거의 다 와갈 무렵, 그는 한번 더 편의점에 들렀다. 그가 들고 나온 것은 맥주 3캔과 음료수 1캔. 투어의 마무리로 같이 건배하면 좋겠다고 했다. 시원한 맥주로 오늘의 여독을 풀어버리라는 그의 끊임없는 친절에 우리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의 이런 진심은 어디서 오는 걸까.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그와의 투어는 정말 여운이 길었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치앙마이에 간다면 ‘맥스투어’를 무조건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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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내내 열정적으로 우릴 찍어주던 맥스와 여행의 마무리!투어 내내 열정적으로 우릴 찍어주던 맥스와 여행의 마무리!

이번 투어를 통해 혼자서라면 절대 해보지 않았을 일, 아니 절대로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오랜 난임치료 이후로 사람을 만나기를 기피하고, 무력감에 짓눌려버린 내가 낯선 사람들과 다시 어울리는 선택을 했다.

나는 그런 나를 부정하고 달라지고 싶었던 걸까?

나는 변한 게 아니라,

‘용기 내어 혼자 여행하고, 동행을 구해 함께 여행할 수도 있는’ 새로운 버전의 나를 추가했다고 믿는다.

남편의 말처럼 늘 함께이던 그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경험을 통해 나는 더 풍성해졌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 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 간다.

합체해서 강해져 가는 나.

(마스다미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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