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깨어있기. 어려운 숙제

<생각을 빼앗긴 세계>를 읽고

by 책한엄마

http://aladin.kr/p/Se0u4


공무원인 아빠는 기자들을 너무나 싫어했다. 그래서 내가 법대를 나와 고시를 포기하고 기자를 지망했을 때,
"기자가 되느니 차라리 집에서 애를 키워라."라고 했다. 결국 그렇게 됐다.
학교 익명 게시판에서 나온 글과 어느 회사 종사자가 아주 예전에 겪었던 신문사와의 일이 있었다. 무슨 기사를 실어 줄 건데 광고를 내달라는 것이었다. 회사 예산에서 설정된 게 없고 회의를 통해 팩트로 우리가 칭찬받아 마땅한 기사가 실리는 것뿐인데 왜 굳이 거기에 돈을 내야 하냐, 잘못했다가는 무슨 뇌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으니 거절하자는 걸로 결론이 났다. 결론은? 그 회사가 아닌 경쟁 회사 광고와 함께 경쟁 회사가 매우 노력을 했으나 다른 경쟁업체가 실적을 냈다는 기사를 냈다. 어이가 없었다.


이미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이 사례는 매우 많이 각색되었다는 점을 알려둔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다양한 상을 시상하고 순위를 메긴다. 이 순위가 과연 매우 공정하고 정정당당하게 설정될까? 이것과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제 미디어는 '소문'을 이용해 힘을 휘둘렀는데 이젠 그들이 굽실거려야 할 다른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이 거대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 유튜브, 그리고 애플이다. 이들이 한 미디어 그룹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

광고는 승산 없는 싸움이 되어버렸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광고에서 앞으로도 늘 미디어를 이길 것이다. 2006년부터 2017년 사이에, 신문 광고비 총액은 75퍼센트 가까이 하락했으며, 이 돈의 대부분은 페이스북과 구글로 넘어갔다. 광고비가 이동한 이유는 테크 독점기업들이 미디어에 비해 오디온스의 주목을 꾸준히 붙드는 능력에서 훨씬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270-271)


같이 읽기 모임을 통해 천천히 한 챕터씩 읽었다. 혼자 읽었다면 이렇게 깊은 생각까지 꺼내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각종 기사와 sns 뿐 아니라 이 책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까지 찾아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가상 세계가 어떻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 가는지, 얼마나 쉽게 우리 사고를 조정해 버리는지에 대한 큰 경고음을 주었다.

https://youtu.be/uaaC57tcci0


핸드폰과 컴퓨터 세계에 중독된 나머지 이 책과 연관된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어린 소녀는 엄마가 핸드폰을 넣어 놓은 자물쇠로 잠가 놓은 통을 둔기로 깨 버린다. 그 정도로 인터넷 소통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그 목마름은 자신을 파괴하고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버리는 비극이 일어난다. 더 이상 내가 무얼 원하고 살고 싶은지는 잃어버리고 타인이 무심결에 누르는 ‘좋아요’에 목말라 그 클릭 하나를 위해 자신을 버려버린다.


이런 대중을 위한 보이지 않는 폭력은 비단 테크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예전 미디어 또한 그런 폭력을 행하고 있었다. 대상만 달라졌다. 이들은 어쩌면 같은 방식으로 대중을 조종하고 있었던 집단이다. 그래도 좋은 점은 이 둘이 같이 제기되면서 확실히 이들이 우리는 우매하게 만들도록 조종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재밌게도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도 미디어와 테크의 등장 회오리 안에서 겪는 분쟁으로 만들어졌다. 지은이는 예전 미디어에의 얼리어답터 정도라고 설정하면 될 듯하다. 페이스북이라는 괴물 sns의 파트너 오너 눈이 저자의 잠재력에 머물렀다. 젊은 재벌인 그는 하버드에서 인문학을 사랑한 순수한 사람으로서 아낌없이 투자한다.그는 죽어가는 잡지사를 인수해 웹사이트로 옮기고 이를 잘 운용해 보려 노력한다. 그 또한 테크의 장점과 미디어의 순기능을 이용해 사회에 좋은 영향은 물론 좋은 성과, 즉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자극적인 불량식품 같은 기사 제목에만 반응하는 대중 때문에 어떤 노력으로도 잡지를 원하는 클릭수를 유도할 수 없었다. 저자는 잡지에 매우 유능한 필진과 좋은 글을 썼어도 ‘충격!’, ‘너만 없는 뭐시기’ 등의 뭔지 궁금해 클릭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제목의 쓸모없는 글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무리 이상적인 투자자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자 불안해한다. 눈치 빠르고 세상 돌아가는 걸 재빨리 알아채 그 자리까지 올라갔던 저자는 결국 그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온다. 그리고 화가 났다. 왜 열심히 하는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로 이 사실을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깨어나라는 내용의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 책이 태어났다.


거대한 sns 창업자도 엄청난 검색엔진을 갖고 있는 ceo도 심지어 책을 팔기 시작해 세상 모든 것을 팔게 된 아마존이라는 쇼핑몰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을 창창조하려는 악랄한 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닐 게다. 다만 그들은 이익을 얻고자 했다. 사랑들에게 신뢰를 얻고 결국 자신에게 완벽하게 의지하도록 만들어 쉽게 수익을 창출하는 게 그들의 최종 목표였다. 그게 결국 사람들 생각을 없애버렸다. 눈 크고 깡 마른 입술을 쭉 내밀고 껌뻑대는 눈이 세상에서 관심받는 기준이 되어버리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 게 능력이 되어버린다.



결국 이 저자도 이 사실을 자극해서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다. 세상 어디든 수익이 안 들어간 곳이 없다. 마치 재미로 화투를 칠 때조차 돈을 걸고 해야 재밌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엔 재미라는 걸 잃어버린 채 돈을 어떻게 많이 딸까 고민하고 그에 대해 싸우다가 결국 둘의 우정이 깨지는 것과 같이 이 모든 수익을 두고 시작한 행동들은 이상하게 변질되어 버린다. 베스트셀러가 잘 쓴 책은 결코 아니다. 자극적인 제목에 클릭이 늘듯, 그 당시 상황에 교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절판되고 외면받은 책이 다시 궁합에 맞는 시대를 만나 역주행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 않는가.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잘 만들었기 때문에 구독자수가 많은 경우도 있지만 세상 흥미와 만나 인기 유튜버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그를 유튜브를 하기 위해 태어난 아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남편 유튜브 알고리즘에 끌려 나온 어떤 영상이 있었는데 이 영상이 왜 이런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전에 문제가 됐던 다정한 부부 같은 느낌의 먹방이었다. 시골 어머니 아버지가 요리를 하시고 밥을 먹는데 한 회당 조회수가 1000만 회가 넘는다. 결국 이걸로 조회수는 성적순이 아니다. 그럼에도 또 누군가는 어떻게 유튜버가 돈을 벌 수 있는지 약 팔듯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벌집형 사고는 우리가 저자에 대한 숭배를 멈추고, 크라우드 소싱과 위키와 소셜미디어에 굴복해 휩쓸리고, 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신 ‘현명한 대중’을 따를 때 일어난다. 벌집형 사고는 인류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면서 함께 일하는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표현이다. 하지만 정말로 벌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역사 속에서 확인했듯이, 이런 종류의 의견 일치는 성형 미인처럼 숨 막히는 동질성에 불과하다. 이는 반대 의견을 죽이고 독창성을 질식시킨다.(229-230)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양한 사고를 인정하고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그건 매우 골치 아픈 일이다. 매뉴얼이 있으면 쉽다. 그저 그 요건을 다 갖추면 그다음에는 생각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어떤 매뉴얼도 없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나 스스로와 대화하고 그 대화가 밖에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며 그 말을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타인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을 겸 혀 하게 인정하고 이들이 얘기하는 발반을 수용하고 이해해야 한다. 다양한 생각의 교집합을 찾아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해답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쉼 없이 생각하고 얘기하고 토론하고 적어야 한다. 쓰는 순간 기록은 과거가 된다. 쓴 사람은 과거고 읽는 나는 현재이자 미래의 나다. 그렇기에 얘기하고 나누고 생각한 후 그것을 써서 남겨야 한다. 그래야만 거대한 미디어에, 테크에 내 생각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나뿐 아니라 내 주변 생각과 사회의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이야기를 토론한 후 우리는 테크 현실에 대해 예전보다는 훨씬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됐다. 그들에 대한 행동 변화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같이 나누고 그 상황에 대한 의견을 계속 나누고 있다. 밖의 세상은 끊임없이 바뀐다. 그만큼 우리 생각 또한, 집단의 의견과 위치 또한 끊임없이 바뀐다. 멈추는 순간 뒤처진다. 지금 이 시대가 그렇다. 그렇게 나는 과거가 될 현재를 열심히 쓰고 있다.


(2021.2.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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