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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한엄마 Nov 13. 2021

생각을 가져간다는 것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과 '사랑의 역사'를 읽고

 우연찮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한 책 모임을 두 번했다. 이 책은 시를 소개하는 강의에 대한 책이다. 쉽고 재밌게, 그 사이사이 주제에 맞는 시를 집어넣은 책이다. 일곱 가지 굵직한 주제를 가지고 이에 대한 시인들의 시선들을 소개한다. 

'사랑의 역사'는 세계 전쟁이 발발했던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사랑에 대한 소설을 빙자한 사실에 대한 글을 친구에게 맡기고 유대인 수용소에 갖혀버린 레오 거스키.  그가 살았는지 확실치 않았던 친구는 그 소설 그대로가 아닌 스페인어로 바꿔 책을 출판한다. 얼마 많지 않은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아 주인공 이름이 된 앨마라는 이름과 연결이 된다.

 이 두 책을 같은 시기에 읽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2차 창작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정재찬 교수님은 시를 소개하며 자신이 하는 강연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시'이다. '시'가 있기에 존재하는 책이다. 이 책 속 시가 완벽하게 들어있다. 책을 읽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그의 강연은 2배속이요, 시는 짧은 글 토막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다 읽고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뚱딴지같은 말을 한다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내가 되지 말자는 부분에 집중되었다. 그러니 이 책은 아무 의미 없는 책이 되었다. '시'가 아닌 교수님의 말씀과 기억에 남는 그의 에피소드만 내 머릿속에 둥둥 떠올랐다. '시'가 들어갈 자리가 없게 되어버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에 대한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소설 '사랑의 역사' 또한 그런 책이었다. 자신이 못내 이루지 못한 슬픈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후 결국 돌아 돌아 책을 통해 인연이 이어지는 이야기. 이 책을 쓴 사람은 결국 친구에게 자신의 작품을 빼앗기고 만다. 결국 또 다른 창작으로 복수 아닌 복수를 한다. 그걸 다 소설로 다룬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앞서 얘기한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이 좋은 책에 재미를 반감시켰다. 그런데 이런 압박이 없었다면 아예 읽지를 못했을 테니 참 무엇이 더 나은지 알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이용하는 행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작품이고 재산이다. 이걸 창작자의 허락이나 올바른 액수를 지급하지 않고 자신이 한 창작물로 사용하거나 이것을 그대로 올리고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면 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정재찬 교수님은 오히려 이 창작물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거의 무료로 홍보를 해 주는 존재다. 시인과 시를 가르치는 유능한 교수는 참으로 아름다운 콤비요, 공생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그냥 그 시를 접했다면 지금처럼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을까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어쩌면 '사랑의 역사'라는 작품 작가가 이야기라는 수단으로 풀어낸 게 아닌가 싶다. 친구가 자신의 허락 없이 (물론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자신의 작품으로 속이고 책을 출판했지만 이 상황을 이용한 주인공. 표절이라는 상황을 절묘하게 이용해 흥미진진한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냈다.

 이 두 작품 모두 한 번 읽어보시길. 나 또한 급한 마음에 시한을 잡고 읽은 책이었지만 여유로운 시간에 오로지 재미와 흥미를 위해 다시 이 책들을 펼 날이 빨리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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